“모든 아동은 출생과 동시에 신고되어야 한다”

  • 입력 2020.12.10 12:22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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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아동인권센터와 굿네이버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유엔난민기구 등 16개 단체가 함께하고 있는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와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등 21개 기관이 함께 지난 9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단체들은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른 출생신고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한민국 내 모든 아동이 출생 즉시 등록되어 존재를 확인할 수 있도록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를 도입하라”고 강구했다.

구체적으로 △아동의 정체성에 대한 권리와 부모의 알 권리를 보장하라 △위기임신출산지원대책을 마련하여 아동이 부모에 의해 양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라 △대한민국 모든 아동이 차별없이 출생 후 즉시 등록될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2020년 11월30일, 전남 여수에서 2살 아동이 차가운 냉장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동학대 정황이 의심된다는 주민의 신고를 받은 경찰, 동사무소 직원,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현장 조사까지 했지만 이 아동의 학대 사실은 발견되지 못했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누구도 숨진 아동의 존재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 사건은 아동이 공적 체계에 등록되지 않았을 때 보호자에 의해 아동의 삶이 은폐될 수 있고 학대 등 심각한 피해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가 마련되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인재”라고 통탄했다.

이들은 가족관계등록법에 의해 규정된 대한민국의 현행 출생신고 제도는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모가 신고하지 않더라도 발견하기 어렵고, 신고를 강제하기도 어렵다는 것. 아울러 미혼부의 출생신고와 혼외 자녀의 출생신고로 쉽지 않은데다, ‘국민’이 아닌 외국인 아동의 출생신고는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이다.

이에 이들은 “출생의 신고와 등록은 아동이 권리를 누리기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시작점이다. 법과 제도가 아동의 다양한 권리를 보장한다 하더라도 아동의 존재가 확인되지 않으면 권리를 누릴 수 없으며, 유기나 불법 입양, 여수 사례와 같이 학대에 노출되어도 보호받을 길이 없기 때문”이라며 “국제사회는 이러한 이유로 대한민국 정부에 국내 모든 아동의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을 촉구해 왔으나 한국에서는 아직까지도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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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정부는 2019년 ‘포용국가 아동정책’, 2020년 ‘제2차 아동정책 기본계획’을 통해 모든 아동이 공적으로 등록되어 보호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의료기관이 출생하는 모든 아동을 누락없이 국가기관 등에 통보하는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아직도 제도의 도입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발표된바 없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오히려 최근에는 아동의 정체성의 권리와 부모를 알 권리를 침해하는 익명출산제(보호출산제)의 도입 계획을 밝히며 이를 아동유기에 대한 해결책이자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의 대안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며 “익명출산제는 아동유기에 대한 해결책이 아닌, 아동인권 보장을 위한 모든 제도가 도입, 정착되고 아동이 가정에서 잘 양육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이 원활하게 이루어진 후에야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대안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들은 “정부가 관계부처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제도 도입을 미루는 사이, 제도의 도입에 앞서 대안과 사회적 합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책임을 방기한 사이 그 피해는 존재를 확인받지 못한 채 학대당하고 유기된 아동이 받고 있다”며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는 현행법의 개정 또는 아동의 출생등록에 대한 특별법 제정을 통해 국내 출생한 모든 아동이 즉시 등록되어 존재를 확인할 수 있도록 조속히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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