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어? 누구야!

  • 입력 2021.01.14 10:24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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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훈 목사 (예수나라공동체)

“너 자신을 알라!”

고대 그리스의 유명한 격언이다. 이것이 ‘나는 누구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지?’라는 존재론적 질문이라면, ‘나는 하나님의 자녀다. 그의 품에서 나왔다가 그리로 다시 돌아간다!’고 대답하면 된다. 아울러 ‘나는 왜 살지?’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목적론적 주제라면, ‘나는 작은 예수로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낸다!’고 고백해야 한다. 나는 아버지의 몸속에서 가장 작은 정자세포였다. 올챙이 모양으로 크기는 0.05㎜, 수명은 3일이었다. 3억의 정모세포 형제들과 정소에서 생성되고, 정낭으로 옮겨져 60일간 성장하였다. 그때 생리적으로 질풍노도의 시기가 되었다. 불가항력적으로 전립선과 요도를 거쳐 질속에 뿌려진바, 어머니의 자궁을 향해 질주하였다. 나팔관이라는 갈림길이 보였으나 그냥 빨려들었다. 반은 좌로, 반은 우로 갈라졌다. 좌로 간 형제들은 허탕치고 다 죽었다. 다행히 나는 우로 갔다. 긴 꼬리로 회전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원뿔형 머리를 나선형으로 뺑뺑 돌리며 사력을 다해 돌진한바, 난관을 거쳐 난소의 난자에 도착하였다. 18cm의 거리를 내리달려 2시간 만에 주파하였다.

3억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1등으로 당당히 골인하였다. 일사각오로 마지막 스피드를 가해 유전자대가리를 난자의 막에 처박았다. 선체의 효소는 녹았으나 염색체의 핵은 안으로 파고들었다. 편모의 꼬리는 밖에 떨어져 나뒹굴었다. 그렇게 생사가 걸린 우주적 도킹에 성공하였다. 순간 난자의 표면은 난공불락의 차단막으로 덮여버렸다. 밖에 남은 형제들이 슬피 울며 안으로 들어가게 해달라고 애원하였으나 거절되었다. 그들이 난관에서 노쇠하여 죽을 때, 나도 자궁의 벽에 달려 죽기를 기다렸다. 순간 새로운 생명이 나에게 부어졌다. 3일 살이 정자세포는 죽고, 300일 살이 수중생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그때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사람은 죽어도 살고’라는 주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이후 나는 어머니의 자궁에 착상하여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며 300일 동안 안전하게 살았다. 어느 날 내 몸이 천 길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눈을 꼭 감고 온몸을 한껏 오므렸다. 어쩌면 세상 빛을 보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었다. 주님께 운명을 맡겼다. 순간 피투성이 몸으로 광야에 나가떨어졌다.

아, 그때부터 나는 고달픈 인생길이 시작되었다. 탯줄이 끊겨 입으로 무엇을 먹어야 했고, 코로 숨을 쉬어야 했으며, 항문으로 배설하는 성가심이이어졌다. 일을 위해 잠도 자고, 놀이를 위해 깡다구도 부리며, 종족보존을 위한 책임과 의무도 감당하였다. 피비린내 진동하는 무한경쟁 사회 속에서, 부귀영화와 권세, 명예와 인기, 오락과 쾌락을 향유하라는 사탄의 달콤한 유혹에, 나는 날마다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모든 일이 창조주 하나님의 섭리 하에 있었다. 혼돈하고 공허한 흑암의 공간에서 3일 살이 정자세포로 지어진 것도, 3억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300일 살이 수중생물로 거듭난 것도, 모태를 벗어나 3만일 살이 지상 동물로 던져진 것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영생을 누리게 하려는 하나님의 경륜속에 있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이 말했다.

“하나님이 죽은 사람을 살린다는 것을 어째서 여러분은 믿지 못할 일로 여기십니까?”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우리를 ‘피투성이 상태로 세상에 던져진 존재’라고 하였다. 사실 우리는 날마다 던져짐을 당하고 있다. 다니엘은 사자굴에 던져졌고, 그의 친구들은 불가마에 던져졌고, 요나는 바다에 던져졌고, 나는 10번도 넘게 지옥 입구까지 던져졌다. “인생은 한 번이다. 연습은 없다. 잣대는 예수 그리스도다.” 미국 침례교회 존 파이퍼 목사의 생활신조다. 그는 예수 믿고 부자 된다는 번영신학의 사고를 배척한다. 우리는 지구촌 순례자로서 단 한 번의 자원봉사 여행을 하고 돌아갈 뿐이다. ‘내가 모태에서 빈손으로 태어났으니, 죽을 때에도 빈손으로 돌아갈 것입니다.’(욥기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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