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꺼기를 먹어도 행복한 사람(1)

  • 입력 2021.01.14 10:56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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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민 목사.jpg

하성민 목사 (소망전원교회)

새로 가정을 꾸린 막내 부부가 시골 어머니를 방문하였습니다. 어머니는 시골참깨로 참기름을 짜서 막내며느리에게 주었습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막내며느리는 시골 참기름 맛에 반해버렸습니다. 유명회사 제품이 제일 좋은 것인 줄알고 있다가 진짜 참기름의 맛을 본 후론 매달 참기름을 가지러 어머니가 계신 시골을 찾아갔습니다. 친구들에게 참기름 맛을 보여주자 이렇게 맛있는 참기름이 어디서 났느냐고 난리법석을 떨었습니다. 참기름을 조금만 얻을 수 없냐고 물어보는 친구와 수 십 만원이나 하는 굴비와 바꾸자고 하는 친구도 생겨났습니다. 어머니는 막내 부부가 올 때마다 참기름을 짜서 큰 병으로 서너 개씩 주었습니다. 그러면 며느리는 그것을 작은 병에 나누어 담은 후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고 굴비나 갈비 등과 바꾸기도 했습니다. 결혼 후 첫 명절이 돌아와 막내며느리는 서둘러 시골로 내려갔습니다. 혼자서 분주하게 음식 준비를 하고 있던 어머니는 반갑게 맞으며 며느리와 함께 음식을 장만하였습니다. 나물 반찬에 양념을 하기 위해 참기름을 찾던 며느리가 밖에 있는 어머니에게 참기름이 어디 있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거~ 선반 위에 있다 카이”며느리는 선반 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참기름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 참기름이 안 보여요!”“거~ 제일 앞에 있는 기 참기름 아이가!” 며느리가 아무리 선반을 구석구석 둘러봐도 참기름은 없었습니다. 너무 귀한 참기름이라 다른 곳에 잘 두시고 잊으신 게 분명했습니다. “어머니 참기름 다른 데 두신 거 아니에요?” 며느리의 재차 묻는 말에 어머니가 자세히 참기름 있는 곳을 설명하셨습니다. “거~ 앉은 자리서 바로 위에 납작하고 작은 종제기 보이제? 찌꺼기도 바닥에 있고, 오래 돼서 기름 냄새는 안나도 그기 참기름인기라! 찍어서 맛 한 번 보그래이!”어머니의 설명을 듣고 막내며느리는 선반 앞쪽에 얹혀 있는 작은 접시를 꺼내 맛을 보니 참기름이었습니다. 고소한 향은 없었지만 맛은 참기름이었습니다. 그 참기름 종제기를보며 며느리는 생각에 빠졌습니다. 참기름을 짜서 좋은건 다 자식 주고 어머니는 찌꺼기 기름을 드시고 있었습니다. 며느리가 가져간 기름은 많아서준게 아니라 어머니는 안 드시고 자식만 주신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며느리는 그걸 갖다가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다른 음식들과 바꿔 먹고 있었던 것입니다.

자기 아들을 아끼지 아니하시고 우리 모든 사람을 위하여 내주신 이가 어찌 그 아들과 함께 모든 것을 우리에게 주시지 아니하겠느냐 【로마서 8:32】

부모는 참기름 찌꺼기를 먹으면서도 행복한 사람입니다. 자신이 맛있게 먹는 것보다 자식들이 잘 먹는 것이 더 좋기때문입니다. 며느리가 생각하기엔 좋은 걸 자식에게 다 빼앗기고 사니 측은하겠지만 어머니는 불행하다고 생각하지않습니다. 좋은 걸 본인이 먹는 것보다 자식을 주는 게 더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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