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S 총학·동문회 “우리 안에서 갈등을 대화로 풀어내자” 합의

  • 입력 2021.01.19 11:37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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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흥호 총장이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총장 정흥호, 이하 아신대) ‘학교 현 상황에 관련한 공청회’가 지난 18일 경기도 양평 아신대 강당에서 개최됐다. 총학생회와 교직원, 동문과 원우회가 참여한 이날 공청회에서는 정흥호 총장과 관련한 에수스(IESUS) 문제와 정홍열 교수와 연관된 쿠파(KUPA, 한국개신교미래연합총회) 문제, 김형국 목사 이사 추천 반대 등 아신대를 둘러싼 현재의 이슈들이 거론됐다.

정해진 형식 없이 자유로운 발언과 질문, 답변으로 진행된 이날 공청회를 통해 학내 구성원들은 대화 단절로 학교 전체가 피해를 입고 있다는 공감 아래 아신대 모든 구성원들이 대화로 오해를 풀 수 있는 자리를 빠른 시일 내에 만들 것을 이사회(이장호 이사장)와 총장, 교수협의회(조휘 교수)에 요구키로 했다.

공청회를 주관한 정흥호 총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내 의도는 학교 구성원들 간에 함께 소통하고, 현재 상황들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사회와 학생, 교수, 동문 등 여기저기서 다른 소리가 나니까 우리 안에서 의견들이 정상적으로 잘 전달되고 서로의 견해들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공청회 취지를 밝혔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교수들이 공청회에 참석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면서 총장과 교수들 간에 소통의 단절 문제를 매섭게 지적했다. 교수들이 제안한 교수회의를 총장이 거부했다는 주장에 대한 사실확인도 요구했다. 나아가 학교 내에서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가 외부까지 알려져 이슈로 비화한 점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명했다.

이에 정흥호 총장은 “총장으로서 공지를 했는데 안오시는 분들을 왜 안오시냐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에수스 문제가 처음에 교수회의에서 제기됐고, 당시 나도 처음 문제제기를 들었으니 알아보고 보고하겠다고 회의를 마무리했는데, 그 중간 단계에서 대학평의회를 통해 총장도 거치지 않고 이사회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달라고 올라간 상황”이라며 “거기서부터 대화가 단절되어버렸다. 너무 일방적인 이야기들만 나오니 교수회의에서만 이야기되고 끝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재학생과 동문, 원우회 등 모든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공청회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현재 학교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알아서 판단하라고 하지 말고 총장이 앞장서서 해결해달라는 요구도 제기됐다.

정 총장은 “정말 그러고 싶다. 하지만 내가 당사자로 거론이 되고 있으니, 당사자가 이야기를 하면 항상 반론이 있다”며 “이해해주고 소통하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부분들인데 그런 과정들이 자꾸 지나가버리고 일방적이 되어버려서 아쉽고 안타깝고 마음 아프다”고 했다.

이어 “법적으로나 뭐나 책임져야 할 일이 있다면 당연히 내가 해야 한다. 회피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 우리가 분명하게 이야기할 통로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막혔다”며 “에수스 건이 이미 이사회에 올라가 있으니 이사회가 최종적인 결정을 하게 되겠지만, 우리 공동체가 이것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이해해줘야 한다는 거다.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결과만 보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런저런 정보들을 충분히 인지하고 최종적으로 결정을 보면서 무엇이 바른지 판단해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학생들은 에수스와 관련해 모든 과정들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따져물었다.

정 총장은 “에수스는 선교지 나라들을 대상으로 선교교육 차원에서 설립되어 운영되는 학교다. 우간다 교육국에 서류가 들어가 있다고 알고 있고, 플로리다 주정부 교육국에 학교로 등록되어 있다고 안다. 우리나라 교육부에 등록된 학교라면 더 문제시할 수 있겠지만 법적 실체를 우간다에 두고 있으니 한국 교육법의 문제는 아니”라고 정리했다.

또 다른 학생은 “에수스가 AIGS(국제교육원) 학생들과도 관련이 있다고 들었다. 여기에 참여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었고, 비밀리에 진행됐다고 들었다”고 질의했다.

정 총장은 “당사자인 히우 꽁 투원 목사가 직접 말하면 좋겠지만 영어권이다보니 쉽지 않을 듯 하다. 진상조사에서 이미 그 부분을 지적하여 반론을 마련해왔다. 그것으로 대체하겠다. 결론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고, 학생들은 수긍하며 더 이상 이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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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수스에 집중적으로 주목한 학생들에 비해 동문들은 김형국 이사선임 문제와 쿠파와 관련된 문제를 더 심각하게 봤다. 국내법상 문제가 없는 에수스 건보다는 학교의 신학 정체성이 달린 부분들이 더욱 중요하다고 주목했다.

동문들은 “새롭게 선임된 이사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는데, 그게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ACTS 설립 목적과 신학 정체성이 있는데 새로운 그런 분들이 왔을 때 학교 정체성이나 지향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좌파가 이사로 들어온다든가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동문과 학우들을 생각해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또 다른 동문은 “여기는 교수님들 학교 아니다. 이사진들 학교 아니다. 우리 동문들의 학교다. 교수들은 65세 되면 다 퇴직한다. 이사들도 책임껏 하다가 간다. 저와 여러분 동문들은 끝까지 있어야 한다. 내가 나온 학교가 불명예스럽게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 학교는 교단화되면 안 된다. ACTS를 교단화하려는 세력이 있다. 쿠파, 한국개신교미래연합에 들어가보면 교단이라고 되어 있다. 정홍열 기획처장이 거기 총회장이다. 이거 사직처리, 파면처리해야 할 사건이다. 학교를 살려야 한다”면서 “입학률이 걱정된다면 본질을 봐야 한다. 우리가 자정해서 이번 사태를 잘 마무리하면 우리 학교를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이 ACTS는 신앙양심이 살아있는 학교요, 복음주의가 살아있는 학교라고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총학생회장과 학부총동문회장, 신대원동문회장이 이 자리에 다 있으니 지금 합의를 봐서 이슈와 관련된 모든 분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다음 공청회를 이사회와 교수협의회에 요청하기로 하고, 공적인 문서로 남기자”는 제안이 즉석에서 나왔고, 모두가 동의했다.

제안자는 “3월2일이 개학이다. 우리가 알 수 있는 날짜를 정해주시면 우리가 참고 기도하면서 기다리겠다. 다음 공청회는 누가, 언제 모여서 어떤 합의와 결론을 내릴 것인지 홈페이지에 올리고 나눌 수 있게 해달라”고도 요청했다.

제안을 이어받은 한 동문은 “이것은 우리 학교 내부의 문제다. 총장님 일방적인 주장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관련 당사자들 다 있어야 하고, 우리 구성원들이 다 모여야 한다”라며 “당사자들이 다 모여서 이사 선임건도, 쿠파건도, 에수스건도 다 이야기하자는 거다. 제발 모든 것을 내부에서 하자. 총장님도 한 발 물러서고, 다른 분들도 한 발 물러서서 ACTS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 모두 누구 편이 되지 말고 우리 모두 하나님편이고 ACTS편이 되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공청회 자리에서 모두가 공감하고 동의한 바에 따라 총학생회와 학부총동문회, 신대원동문회는 별도로 모여 협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총장 혼자서 하는 아쉬운 공청회가 아니라 서로 충분히 대화로 오해를 풀 수 있는 자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했고, 이사회와 교수협의회, 총장에게 빠른 시일 내에 갈등을 대화로 풀고 봉합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 것을 공문을 통해 요청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김형국 목사 이사선임 반대, 아신대 교단화 반대 등의 조건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교수협의회는 정흥호 총장에 대한 불신임을 결의하고 이날 공청회에 참석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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