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에 쓸 말(2)

  • 입력 2021.02.25 14:48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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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환 목사(갈보리교회) 

[프로필]

▣ 총회부흥사회 대표회장 역임

 

 

 

▣ 한국기독교영풍회 대표회장 역임

 

지인의 장례가 있어 가족 공원묘지에 갔더니 거기는 훨씬 좋은 글들이 많이 보였다. 가장 눈에 띈 것은 “후회없는 삶을 살다 오렴 사랑한다.”였다. 내 삶은 돌이킬 수 없고 다시 돌아갈 수도 없지만 이런 삶의 지혜를 물려줌으로써 자식들을 통해 후손들을 통해 더 나은 삶을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럴 수도 있지” 이런 말도 보았다. 살면서 가장 필요한데 참 안 되는 것이 이것이다. 그럴수도 있지, 이 이해와 관용이 얼마나 우리 삶을 또 타인의 삶을 평안으로 이끌고 관계를 부드럽게 하는가! 알면서도 순간순간 이 말이 쉽지 않다. 이 마음이 쉽지 않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는 천상병 시인의 귀천도 있다. 성경에서 옮긴 “범사에 감사하라 ” “늘 깨어 있으라.”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구절들도 보인다. “ 영원한 안식을 기원합니다.” “많이 그립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아름다운 이 세상 잘 다녀갑니다.” 이런 인사들도 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아버지를 본받겠습니다.” 어떤 장로님의 묘에는 “사랑과 용기와 헌신의 삶을 사신 아버지 어머니께 감사드립니다.” 정말 자식들이 진심으로 이 글을 남겼다면 그 부모는 성공한 삶을 사신 것이다.

나는 많은 비문 중 “오느라 고생했다. 고맙다 사랑한다.” 이 말이 가장 와 닿는다. 이것은 산소까지 온 자식들에게 하는 인사이다. 자식들이 사후에 찾아올 때 이렇게 따뜻하게 맞이하는 부모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고인의 생전의 삶에서도 자식들에게 항상 감사를 전했을 것 같다. 부모를 향한 섬김을 당연히 여기는 부모들은 이제는 없을 듯하다. 그저 한번 씩 산소에 방문해 주는 것만도 감사히 여기는 그런 마음으로 생전에도 지냈다면 자식과 불화가 없었을 것이고 섭섭함도갖지 않았을 것이다. 한편으로 저 말은 이 세상을 마감할 때 먼저 간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한마디이다. 먼저 하늘나라로 돌아가서 안식하고 있는데 ‘너도 오느라 고생했다.’ 맞아주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가 이 다음에 주님께 가장 듣고 싶은 말이다. “오느라 수고했다.” 진정 모든 고생이 다 의미로 남을 수 있도록 해주는 가장 기쁜 말일 듯하다. 주님께 이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더욱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지 그런 마음이 든다. 그리고 내 뒤를 따라오는 이들에게 이 말을 남길 수 있도록 아름다운 고생길을 오늘도 행복하게 달려보자. 가끔 어떤 사람들을 보면서 심술궂은 생각도 해본다.

저 사람의 묘비에는 “아직 흉을 다 보지 못했는데 벌써가다니” 이렇게 써주고 싶다. “불순종만 하다말고 갑니다.” 이런 글도…혹은 “마음에 상처만 남기고 간 얄미운 사람” 이런 글은 어떨까, 짓궂은 상상도 든다. 누구에게 물질적인 아무것도 남겨주는 삶을 혹 살지못했어도 괜찮다. 죽음 앞에서라도 삶의 귀한 진리의 깨달음을 자손에게, 묘지를 지나갈 사람들에게 남겨주는 삶이 되면 좋지 않을까. 하나님이 나를 부르신 부름, 나는 거기서 무엇을 발견했는지를 알려 주고 떠나간다면 내 삶은 더 의미 있는 것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내 묘비명엔 무엇을 써야 할지 깊이 묵상해 본다. 죽을 때 유언조차 남기지 못하는 것을 사람들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니 생전에 무슨 말을 남길지 생각해 두는 삶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 말을 할 수 있게 보다 더잘살기 위해서도 말이다. 한마디… 내 자손들에게 교우들에게 모두에게, 내가 살아보니 이랬어. 이게 젤 아쉬웠어. 이게 젤 좋았어… 그들의 남은 삶은 보다 더 잘살도록 도움주기 위해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사랑, 그 한마디를 준비하며 살아가자. 이것이 부모로서 뜻을 물려주는 찬란한, 진정한 유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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