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찾기

  • 입력 2021.03.04 11:50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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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환 목사.jpg

조예환 목사(갈보리교회) 

[프로필]

▣ 총회부흥사회 대표회장 역임

▣ 한국기독교영풍회 대표회장 역임

 

 

갈보리 교회의 시작과 역사를 알지 못하는 다음 세대를위해 목회의 지나 온 이야기들을 글로 쓰려고 준비하였다. 한 교회 한자리에서 강산도 세 번 변할 30년의 세월을 보내며,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거의 다 쓴 책을 그간에 출판할 용기를 내지 못했던 것은 아직 지나간 시간들이 내 속에 충분히 녹아들지 못해서였다. 미움과 상처와 분노, 여러 가지 느꼈던 부정적 감정들, 그것은 어쩜 내게는 생생한 현실이고 지금도 아픈 상처로 남아있지만, 그 날것들을 책으로 공개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무뎌지기까지 또 세월을 보냈다. 그러자 이 책을 처음 쓸 때와 달라진 것들이 좀 생겼다. 그러나 그것들은 그냥 고치지 않기로 했다. 그때는 또 그것이 사실이었으니까. 코끼리 떼가 가고 있다면 가장 상처 입은 코끼리가리더라고 한다. 목회 30년, 좋았던 일도 많았지만 상처난 가슴을 끌어안고 몸부림 하던 시간이 더 많았다. 만약 그 아픔 뒤에 숨겨둔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 일들은 그저 딱지 앉은 상처로 남아 있을 뿐일 것이다. 누군가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어디에나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반드시 하나님의 뜻이 있다. 고난 속에서도 그것을 깨닫는 것이 하나님의 목표이다. 그러므로 미워하거나 원망할 사람이 없다. 모든 것은 하나님 계획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 경험하는 것에 대해 단지 내게 유익이냐 아니냐의 관점만을 가지고 판단한다면 그것은 아직 하나님의 마음을 모르는 것이다. ‘하나님이 왜 그러셨을까.’

우리는 고난 앞에서 이 질문으로 마주서야 한다. 이제는 모든 것이 감사로 살아나서 다시 지난 이야기를 들추어 본다. ‘목회가 무엇이더냐?’고 누가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보물찾기” 였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자녀들에게 어쩌다 용돈을 줄 때 그냥 돈을 주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아이를 기쁘게 할까를 생각한다. 그리고 곰 인형 밑이나 책갈피 속에 용돈을 감추어둔다. 그러면 아이는 용돈을 내게서 받았다기보다는 자신이 보물을 찾아낸 것 같은 기쁨과 감격을 함께 누리고 이 놀이를 무척 즐거워한다. 아이는 용돈만 생긴것이 아니라 기쁨도 아버지의 사랑도 함께 갖게 되는 것이다. 고달프고 힘들고 그래서 상처가 가득한 것이 교회를 개척하는 일이요, 목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순교자의 비장한 마음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나의 30년을 돌아보면 목회란 참으로 보물찾기와 같았다. 하나님이 여기저기 숨겨 놓으신 보물들을 하나씩 찾아내는 기쁨, 다시 발견하게 되는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과 감사, 이것이 목회요 교회가 세워져 가는 길이란 것을 체험하였다. 그래서 목회는 상처요 아픔이 아니라 즐거운 놀이였다.

개척교회에서 여기까지 이루어진 모든 결과는 오직무에서 유를 창조하신 하나님이 하신 일이셨으므로 누구에게 평가받을 일은 아니다. 돌아보건대 나는 정말 하나님 앞에서 최선을 다해서 달려 왔음을 감히 말하고싶다. 때로 힘들어서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었고, 자존심이 상해 외면하고 싶을 때도, 아파서 꾀부리고 싶을때도 있었지만 나는 미련할 만큼 어리석게 내 자리를지켰다. 아무리 먼 곳에 부흥회를 가도 밤새 차를 달려서 새벽기도회를 인도하기 위해 돌아왔었다. 30년을 지나는 동안 안식년 한번 써보지 못했다. 그렇게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주신 하나님은 내가 준비되어지는 만큼허락하셨고 지금의 갈보리교회를, 조예환 목사를 이루어 주셨다. 돌아보니 좋았던 일만큼 상처도 아픔도 많았지만 그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지금도 교회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너를 낮추시며 너를 주리게 하시며 또 너도 알지 못하며 네 조상들도 알지 못했던 만나를 네게 먹이신 것은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요 여호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사는 줄을 네가 알게 하려 하심이니라.(신명기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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