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이 하루 남았다면, 지금 해야 할 일은?’

  • 입력 2021.04.09 17:57
  • 기자명 김선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각당복지재단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 창립 30주년 기념식 가져200.jpg

각당복지재단의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가 창립 30주년을 맞아 기념식을 가졌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아닌 ‘해답’

‘어떻게 죽을 것인가’가 분명해질 때 ‘어떻게 살 것인가’도 분명해져

 

사회복지법인 각당복지재단(이사장 라제건, 회장 오혜련)의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가 창립 30주년 맞아 9일 서울 종로에 위치한 각당복지재단 강당에서 기념행사를 가졌다.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는 각당복지재단 설립 5년 후인 1991년, 김옥라 명예이사장과 사랑하는 이를 잃은 몇 명의 지인들의 모임으로 시작됐다.

죽음에 대한 담론 확산을 위한 공개강좌를 시작으로 ‘죽음준비교육지도자 과정’, ‘삶과죽음강연회’, ‘웰다잉연극’, ‘독서모임’ 등 죽음의 이해와 슬픔치유를 위한 노력에 앞장서왔다.

이날 환영사를 전한 라제건 이사장은 먼저 “벌써 31년이 지났다”며 “유언 한마디 남기지 않고 갑자기 훌쩍 떠나버린 아버님, 그 아버님을 그토록 그리워하며 홀로 살아오신 어머니의 세월이 30년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어머니는 슬픔 속에서만 세월을 보내지 않으셨다. 가깝게 지내는 이들 중 배우자를 잃은 분들이 많다는 것을 떠올렸고 그들과 함께 모임을 만들었다. 1991년,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는 그렇게 시작됐다”고 소개했다.

라 이사장은 “30주년이 된 지금, 시작을 함께 했던 여러 창립 멤버들이 벌써 고인이 됐다”며 “한 세대인 30년을 명예이사장님 인도하에 초석을 다졌다면, 다음 세대를 위한 30년은 우리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최근 양용희 교수님을 소장으로 삶과 죽음 연구소를 개소했고, 애도심리상담센터로 새로 시작했다”며 “삶 전체를 아우르는 죽음의 담론을 보다 폭넓게 깊이 펼쳐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향후 30년에 대한 소망을 전했다.

이어서 원혜영 회장(웰다잉단체협의회)과 이범수 회장(한국죽음교육협회)이 축사를 전했다.

원 회장은 “8~9년 전 국회에 있을 때 어떤 세미나에서 웰다잉에 대한 근본대책, 연명의료결정법 제정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면서부터 웰다잉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제가 느끼게 된 것은 연명치료에 대한 자기결정권만큼이나 자기 삶의 마무리에 대한 문제들에 대해 자기 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삶과 죽음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가?’ 우리가 이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하게 하기 위한 그 뿌리에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옥라 명예 이사장님이 화두를 던져주셨고, 그 틀을 만들어주셨다. 우리 사회가 보다 통합되고 성숙된 사회가 되도록 이것들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이어서 축사를 전한 이범수 회장은 “오늘 이 자리는 한 생명의 죽음으로 고통스러워하던 한 분이 찢어지는 가슴에 한 알의 씨앗을 품고 큰 나무로 키워 그 나무의 씨앗들이 숲의 모습을 이루어 드러나는 순간”이라고 비유했다.

또 “여전히 죽음이 두려워 진실을 외면하고 감추는 우리 사회에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가 마치 빛이 없는 캄캄한 밤하늘에 밝은 보름달처럼, 죽음이라는 진실의 빛을 우리에게 비추게 된 지 30년이 되는 날”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우리의 삶은 수많은 탄생과 죽음을 겪어가며 강물처럼 흘러간다”며 “물질문명이 추구하는 각박한 한국 사회에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는 맑은 산소를 공급하는 숲으로 자리 잡게 됐다. 그러한 작업에 저도 함께 동참할 것을 다짐해본다”고 전했다.

이어진 순서에는 양용희 소장(삶과죽음연구소)이 30년사 발간 계획안을 보고했다.

양 소장은 “10주년 맞이했을 때 발간한 책자를 토대로 30주년 책자를 발간하고자 한다”며 “분량은 400페이지 정도다. 30년의 역사 속에 본회가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력을 살펴보고 미래의 나아갈 길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여러 전문분야로 지평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념행사에는 104세의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김옥라 명예이사장도 자리에 함께하며 인사말을 전했다. 

각당복지재단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 창립 30주년 기념식 가져300.JPG

각당복지재단 김옥라 명예이사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김 명예이사장은 “1990년 남편이 일본 도쿄에서 치료를 받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한국으로 돌아오는 데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며 “우리 가족들은 비행기를 타고 오는데 남편은 따로 운송기에 운구되어 오는 것이었다. 그것에서 받은 충격이 매우 컸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남편을 잃고 난 뒤 ‘죽음이란 무엇인가?’, ‘죽음이 무엇이길래 사람을 갈라놓는 것인가?’를 생각하게 됐다”며 “그러던 어느 날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너도 죽고, 나도 죽으니 죽음을 탁상 위에 올려놓고 공론에 붙여라’, 그때 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공론화를 할 사람을 찾아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보다 두 달 먼저 남편을 떠나보낸 공덕귀 여사(윤보선 前대통령 부인)에게 전화를 했다. 공덕귀 여사는 마치 내 전화를 기다렸다는 듯이 전화를 받았다”며 “이를 시작으로 1991년 3월19일, 부모를 잃은 이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이들을 모두 점심식사에 초대했고, 이 모임을 계기로 조직과 정관을 만들고 일주일에 한 번 조찬 기도회를 만들게 됐다”고 소개했다.

김 명예이사장은 “그해 6월 즈음 창립 강연회를 열게 됐다. 900석이나 되는 연세대학교 100주년 기념관을 덜컥 예약해버렸다. 그런데 걱정이 됐다. ‘누가 900석을 다 채울 것인가?’ 그런데 무려 1000명이 모였고 저를 다시금 깜짝 놀라게 했다. 죽음을 터부시했던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명예이사장은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의 목적으로 “5000만명의 사람들에게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것”이라며 “30주년을 맞이하게 해주신 하나님과 여러분들게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날 1부 기념식에서는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죽음교육 강의를 하며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와 같은 소명을 갖고 동행해온 15명에게 감사패 증정과 창립에 기여한 7명에게 공로패를 전달하는 시간도 가졌다.

2부 순서에는 거문고 합주 ‘고구려의 여운(정대석 교수曲)’ 축하공연이 있은 후 ‘삶과 죽음에 묻고 답하다’를 주제로 철학자 최진석 교수(서강대학교)와 라제건 이사장의 특별대담이 진행됐다.

최진석 교수는 죽음에 대해 “인간이 경험할 수 없는 유일한 것이면서 가장 치명적인 것”이라며 “죽음을 인식할 때 자기가 더 도드라지게 드러난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고 큰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 두 가지 질문으로 정리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가 분명해질 때 ‘어떻게 살 것인가’도 분명해진다. 죽음을 인식하면 시간의 유한성을 알게 되고, ‘얼마나 더 진실하고 철저해야 하는가?’ 삶에 대해 각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행복은 선택이 아닌 행복해야만 한다는 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죽음을 인식하고 자각하는 것의 효과는 자기에 대한 인식이 분명해진다. 자기가 자기로 존재할 때 일어나는 일들, 그런 것들을 인식할 수 있다. 죽음 교육은 창의성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자유롭게 독립적으로 주체적으로 살 수 있게 해준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죽음준비라는 것이 말장난 같지만, 죽음을 준비하는 이들이 자기 삶을 진실하게 수행하는 여정이 될 것 같다”며 “심리적으로 마음은 편치 않을 수 있지만 내일 죽는다고 하는 인식, 다가오는 죽음을 인식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진실하고, 선하고, 성실하게 살 수 있도록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고 전했다.

특별대담에 이어 3부 웰다잉 토크(Wll-Dying Talk)에서는 사전에 신청받은 15명의 강연자 중 선정된 4명의 강연자가 “나의 삶, 나의 웰다잉, 나에게 죽음이란” 주제로 각 10분씩 강연하는 시간을 가졌다.

1부 기념식을 시작으로 3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30주년 행사는 각당복지재단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됐으며 오혜련 회장의 광고와 폐회 인사 후 서로를 축복하며 마무리됐다.

각당복지재단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 창립 30주년 기념식 가져400.jpg

각당복지재단의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가 창립 30주년 기념사진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