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의원 평등법에서 연합기관 통합의 이유를 보다

  • 입력 2021.06.17 10:15
  • 기자명 임경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반대해왔던 ‘차별금지법’과 ‘평등법’. 결국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반대 목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평등에 관한 법률안(평등법)’을 대표발의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의원이 발의한 평등법은 차별금지법과 주요 내용을 공유하고 있어 사실상 이름만 다른 차별금지법으로 분류된다. 언론들도 평등법을 차별금지법으로 교차 표기할 정도로 두 법안은 닮아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회의 국민동의청원이 10만명을 넘어섰고, 이상민 의원의 평등법 발의, 언론들의 여론 몰아가기까지. 퍼즐이 맞춰지듯, 기다리기라도 했던 마냥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것처럼 맞아 떨어진다. 또 다시 프레임 전쟁은 시작됐다. 한국교회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한국교회의 목소리, 무게감과 설득력이 있는가

한국교회는 오랫동안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해 왔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연합, 한국교회총연합 등 3개 연합기관은 차별금지법 반대에 뜻을 같이하고 있다. 대부분의 교단들도 마찬가지다. 국회에서 그동안 몇 차례 입법을 위한 발의가 시도됐으나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의 적극적인 반대 활동으로 번번이 저지됐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만 자세히 내용을 들여다보고 따져보면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할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름만 다른 ‘평등법’이 등장했으나, 껍질을 벗겨보니 차별금지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시 점검해야 할 것은 한국교회의 반대운동이 성도들을 모아내고 세상을 동화시킬 설득력이 있는가이다.

교계에서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함에 따라 우리 사회의 윤리와 도덕, 가정이 무너지고, 전혀 새로운 갈등이 생겨나며, 하나님의 말씀을 바로 선포할 수 없게 되는 위기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당한 점은 우리 사회에서 존재하지 않는 차별에 대해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겠다고 하는 점이다.

특히 종교가 차별금지 사유에 포함되어 ‘사회악’으로 평가되는 이단 및 사이비에 대한 정당한 비판도 차별이라는 이름으로 불가능해지고 만다. 그동안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단들의 문제를 국민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가장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집단감염을 일으켰던 신천지의 비윤리적 행위, 사람들을 종교적으로 세뇌하여 재산을 갈취하는 형태, 교리를 교묘하게 비틀어 자기 입맛대로 사람들을 다루는 사이비까지, 종교가 차별금지 사유가 되면 속수무책이 되고 만다.

사실상 이 외에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이 구하는 다른 차별들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금지하여 처벌하고 있는 것으로 굳이 새로운 차별금지법이나 평등법이 필요하지 않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 계속 시도하는 이유는 ‘젠더 이데올로기’ 때문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번 평등법 공동발의자로는 김용민, 남인순, 박성준, 박용진, 박주민, 송갑석, 윤영덕, 이수진, 이용빈, 이재정, 이탄희, 진선미, 홍익표, 권인숙, 김홍걸, 윤미향 등 24명의 국회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중 14명의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지역교회의 반대 목소리는 이들에게 전혀 고려 대상이 되지 못한 셈이다. 대한민국 종교 1위 기독교의 위상은 껍데기뿐인 것일까.

세상을 향한 하나된 목소리가 필요하다

이상민 의원의 평등법 발의 소식에 한기총과 한교연, 한교총 등 한국교회 연합기관들은 속속 성명서를 발표하고 반대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것이 한 목소리로 무게감있게 표출되어야 한다는 아쉬움이다. 여러번의 잽도 중요하지만 카운터 펀치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한국교회는 그만한 위력의 목소리를 갖고 있지 못하다.

차별금지법에 찬성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너무나 뼈아픈 부분이지만 여기는 차치하더라도 나머지 한기총과 한교연, 한교총은 하나의 리더십으로 한 목소리를 내야할 필요성과 절박함이 이상민 의원의 평등법 발의 상황에서 발견되고 있다.

우리나라 법을 만드는 입법기관은 국회다. 국회의원들 상당수는 각자 지역구라는 기반을 가지고 정치생명을 이어간다. 따라서 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국민들의 ‘민심’이요 ‘한 표’다. 국회의원들이 신앙보다 더 추종하는 ‘당론’이라는 것도 민심에 맞춰 설정되기 마련이다.

기독교는 1000만 성도를 보유한 명실공이 우리나라 최대 종교라는 점에서 매우 유리한 입지를 점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할 것인가이다.

하나님의 뜻을 바르게 선포하며 기독교적 세계관을 펼쳐나가는 건강한 리더십이 확립되고, 이에 찬동하는 1000만의 기독교인들이 있다면 성경적 가치관과 세계관을 국가 운영에 반영하는 것이 꿈만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더욱 한국교회를 대표하여 하나의 목소리를 내어 줄 통합된 연합기관이 시급히 회복되어야 하는 당위성이 재발견된다.

그 어떤 문제도 하나된 한국교회보다 중하지 않다

한국기독언론협회가 실시한 연합기관 관계자들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연합기관 통합의 필요성과 당위성은 거의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바이다. 문제는 통합하겠다는 뜻과 의지다. 대의만 일치한다면 지엽적인 문제들은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갈 수 있다.

그 어떤 문제도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이 통과되어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선포할 수 없게 되는 위기보다, 수많은 목회자들이 범법자가 되어 처벌받게 되는 상황보다, 처벌이 두려워 반쪽짜리 말씀만 설교해야 하는 비통한 절름발이 목회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싸워도 좋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갈등은 필연적이다. 하지만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 싸워도 한 울타리 안에서 싸워야 한다는 점이다. 하나의 공동체를 깨뜨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분열은 또다시 분열을 낳는다는 경험을 뼈에 새기고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이 바로 하나된 한국교회의 공동체를 회복해야 할 타이밍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