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신대 서대문 부지 개발, 승인 취소 위기에 법적분쟁 초읽기

  • 입력 2021.07.12 18:35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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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건축 김대건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대표 “법으로 1000% 이긴다. 일정 차질로 피해만 50억”

이 이사장 “이사회 결의, 매매계약서까지 문제”

재단법인 아세아연합신학연구원(이하 아신연)과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서대문 부지 개발을 진행하던 ㈜종로건축 김대건 대표이사가 8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김 대표는 아신대학교(구.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이하 아신대) 이장호 이사장과 정홍열 기획처장, 이재훈 목사(온누리교회)를 향해 “악행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면서 “아신대 재단법인 정상화를 위해 끝까지 법적투쟁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의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 이처럼 강한 발언을 공개적으로 쏟아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무슨 일일까.

이날 김 대표가 주장한 바에 따르면 △종로건축은 아신연 서대문 부지 개발사업을 맡기로 하면서 2020년 7월15일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고, 계약금으로 15억을 먼저 건넸다. △아신대는 이 금액으로 개발을 위해 선제되어야 할 채권과 채무를 해결했다. △종로건축은 서대문 부지가 개발되고 분양이 되면 수익금 중 100억원을 아신대에 기부하기로 했고, 아신대는 이를 사용해 기숙사 신축을 진행하기로 했다. △종로건축은 이를 위해 거래처인 이가그룹과 함께 협의를 진행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내용은 종로건축이 제시한 부동산 매매계약서와 차용(대여) 약정서, 토지사용승낙서, 채무대위변제요청서, 재단법인 아세아연합신학연구원 제109회 이사회 회의록 등 여러 자료들에 나타나 있다.

특히 재단법인 아신연 제109회 이사회 회의록에는 2020년 6월11일 ‘재단법인 정상화 방안에 따른 토지 매각 건 논의’ 안건을 다룸에 있어 “재단법인 정상화 방안에 따른 토지 매각에 대한 자료를 보고 받고 논의 결과 ㈜종로건축에 부동산매매계약 체결 및 하자해결비용 해결을 위해 대여약정을 하기로 차종율 이사가 동의하고 조경묵 이사가 재청하다. 이사장이 가부를 물으니 전원 찬성하므로 그대로 받기로 하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서대문 개발에 착수한 종로건축은 용적률을 높이기 위해 주변 부지를 추가로 매입하는 등 조건을 갖춰 2021년 4월1일 서대문구청으로부터 개발사업계획 승인을 받아냈다.

김 대표는 “본래 계획대로라면 4월에 개발사업계획 승인이 떨어지고, 4월 말에 착공하여, 5월에 분양이 되면 6월 이장호 이사장 취임 전에 아신대에 100억을 기부한다는 수순이었다”면서 “그런데 갑자기 이장호 이사장이 2021년 5월27일 서대문구청과 서울시 교육청에 종로건축의 사업계획승인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사장과 정홍열 처장, 이재훈 목사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이때부터 연락도 받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내가 이 일을 하겠다고 졸랐던 것도 아니고, 이재훈 목사가 나를 데리고 온거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되니 내 전화를 안받는다. 이장호 이사장이 책임이 있으니 종로건축에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해결할 거라고 마지막 문자가 온 것이 2개월 전”이라고 말했다.

종로건축은 재단법인을 상대로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에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을 제기하여 “채무자는 별지 기재 부동산에 대하여 매매, 증여, 전세권·저당권·임차권의 설정 기타 일체의 처분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결정을 받아놓은 상태다.

김 대표는 “서대문 부지 개발건은 종로건축과 10년간 거래해온 협력업체 22곳이 다 관여되어 있다. 일이 틀어지면서 현재까지 발생한 피해액만 50억에 이른다. 이장호 이사장과 정홍열 처장이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큰일을 저질러버렸다”고 말했다.

이장호 이사장 “관할청 승인도 없다. 법 테두리 안에서 해야”

종로건축 김 대표는 가장 중요한 문서로 아신연 이사회 회의록과 토지사용승낙서를 지목했다. 이것이 근거가 되어 매매계약과 개발사업계획 승인이 이뤄졌기 때문.

그런데 아신대 이장호 이사장은 종로건축 김 대표의 주장에 반박하고 나섰다. 일이 틀어지게 된 것은 종로건축의 불법적인 일 진행 때문이라고 주장한 이 이사장은 모든 것은 합법적으로 바르게 이뤄져야 한다면서 결정적으로 문서들이 위조 및 변조됐다고 주장했다.

이 이사장은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보면 특약사항에 ‘이사회 결의와 관할청 승인’이 조건이다. 이사회 결의가 없었고, 관할청 승인도 없었다. ‘본 계약의 체결에 대해서도 이사회의 결의를 거쳤음을 보증한다’는 계약서 특약 내용도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이사장은 ‘이사회 결의’와 관련해 “재단법인 아신연 제109회 이사회가 열릴 당시에 재단은 종로건축이라는 존재를 모를 때다. 토지사용승낙서가 작성된 8월5일 전날인 8월4일에 재단으로 이메일이 와서 제109회 이사회 회의록에 종로건축 이름을 넣어달라는 요구가 있었고, 회의록이 변조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문서의 시점이 앞뒤가 안맞는다는 점도 문제삼았다.

이 이사장은 “부동산 매매계약서는 2020년 7월15일자로 작성되어 있고, 부동산 감정평가표는 2020년 7월27일자다. 날짜대로라면 매매계약을 하고 나서 부동산이 얼마인지 알아본거다. 거꾸로 됐다. 8월5일에 사실상 계약서가 작성된 걸로 보는데 계약서 날짜도 7월15일로 되어 있다”면서 “계약서 자체가 완벽하지 않은 가운데 써준 토지사용승낙서로 서대문구청에서 개발사업계획 승인을 받았으니 잘못됐다는 거다. 서대문구청에서 취소 수순을 밟겠다는 공문이 왔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하자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종로건축 김 대표가 고마운 사람인 건 맞다. 재단법인과 학교법인 이사들이 겸직할 수 있도록 힘써줬다. 그런데 내가 이사장이 되고 나서 새로운 토지사용승낙서를 써달라고 가져왔다. 내용을 보니 토지사용 목적을 달성한 후에 SPC(Special Purpose Company)로 소유권을 이전한다고 되어 있었다”며 “이사회 결의도 없고, 관할청 승인도 없는데 독자적으로 사인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일이 잘못되면 모든 피해는 학교와 학생들이 떠안아야 한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바르게 하자는 거다”라고 재차 말했다.

당시 공인중개사 대표, 매매계약 체결 사실 확인

분쟁의 당사자들은 이해관계에 있어 자신에게 유리한 측면을 강조하는 반면 불리한 부분은 함구하거나 사실을 비트는 특징이 있다. 관공서 및 관계자들 취재 결과 양측 모두 허와 실이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109회 이사회 당시 재단법인 이사들은 종로건축이라는 존재를 몰랐다는 이 이사장의 주장에 대해 당시 재단법인 이사였던 고훈 목사의 말은 달랐다.

고 목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시 이사회에서 종로건축에 대해 논의한 게 맞다. 이사회 결정이 다 맞다. 내가 도장까지 해서 인감을 찍었다. 확실하다”고 말했다. 종로건축에 대립각을 세우면서 결국 재단이사를 그만두기까지 한 고 목사였지만 제109회 회의에서 종로건축 관련 매매건을 논의해서 결의한 사실은 맞다고 했다. 그 일로 자신이 치열하게 싸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와 감정평가표의 날짜는 문제가 있는걸까. 이에 대해 2020년 7월15일 ㈜종로건축과 재단법인 아세아연합신학연구원의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작성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에게 직접 물었다.

이 대표는 “종로건축과 재단법인 양측이 준비해온 서류를 바탕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감정평가는 매매계약 전에 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당사자끼리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용이 들기 때문에 시세에 적정한 금액이라고 판단되면 감정평가를 하지 않기도 하고, 정확한 시세를 알아보기 위해 계약서 작성하고 나서도 감정평가를 할 수도 있는 거다. 날짜 가지고 순서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토지사용승낙서에 대해서도 언급한 이 대표는 “계약하고 나서 잔금을 치르기 전에 허가 같은 것을 얻기 위해 승낙서를 받는거다. 서류가 돌아가려면 보통 몇 달씩 걸리니까 우선 승낙서를 써주는거다. 계약해놓고 허가받기 위해 토지사용승낙서 달라고 하면 인감 첨부해서 준다. 이건 불법도 아니고 전혀 문제가 안 된다”고 말했다.

서대문구청 “종로건축 개발사업계획 승인 취소절차 진행”

반면 서대문구청이 종로건축의 개발사업계획 승인을 취소할 것이라는 이 이사장의 주장은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 서류의 위법성 문제는 차치하고 재단측의 매매의사 철회가 결정적 요인으로 나타났다.

서대문구청 담당 주무관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재단측에서 양도나 매매의사가 없다고 알려왔고 공문도 보내왔다.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해도 재단측이 위약금 등을 감수하고라도 매매하지 않겠다고 하면 종로건축의 대지소유권은 상실된 것으로 본다”면서 “개발사업계획은 사업주체가 대지소유권을 상실하면 취소 대상이다. 종로건축에 이 내용을 안내했고, 7월16일까지 의견 제출기한을 부여한 상태”라고 말했다.

주무관은 “서류가 변조됐다거나 위조됐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우리 행정절차와는 상관 없다. 양측의 계약과 민사적인 사항도 우리가 판단할 수 없다. 서대문구청은 행정관청으로서 매도자가 매매의사가 없음을 밝혔으므로 매수자는 대지소유권을 상실한 것으로 보고 개발사업계획 승인을 취소하는 행정절차를 진행할 뿐”이라고 했다.

관할청 승인도 없었다는 이 이사장의 주장도 사실로 확인됐다.

결정적으로 재단법인 아세아연합신학연구원의 서대문 부지와 관련해 교육청의 기본재산처분 허가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과 담당주무관은 “해당 기관의 기본재산처분 허가가 처리된게 없다. 모든 과정은 기본재산처분 허가가 있어야 가능하다. 교육청 허가 없이 누가 그렇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다”고 확인했다.

무엇이 ‘학교를 위한’ 길인가

현재 아신연 서대문 부지 개발은 재단법인측과 종로건축의 대립 속에 붕 떠버린 상태가 됐다. 재단법인이 매매의사를 철회함에 따라 서대문구청의 개발사업계획 승인이 취소 절차를 밟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고, 교육청의 기본재산처분 허가가 없이는 결국 모든 개발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다.

이장호 이사장은 학교를 위한 일이라 할지라도 모든 과정이 법대로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종로건축 김대건 대표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이 일을 맡은 것은 자신의 신앙의 발로이자 학교 발전을 위한 일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단법인과 종로건축이 전격적으로 합의를 하지 않는 한 민사소송과 행정소송까지도 진행될 수 있는 엄중한 상황에 양측은 모두 ‘학교를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다. 이대로 대립이 계속된다면 결국 가장 고통받는 주체는 아신대와 학생들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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