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잠을 줄여서라도 게임을 해야 게임산업이 살아난다는 것인가”

  • 입력 2021.07.27 14:41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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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 이용을 제한한 ‘셧다운제도’를 폐지하려는 시도가 일자 교육계와 의학계에서 공동성명서를 발표하며 강력한 반대에 나섰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와 대한보건협회,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좋은교사운동 등 60여 단체는 7월22일 ‘셧다운제 폐지 시도 중단을 요구하는 연대 단체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아동청소년의 건강권과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해 셧다운제도를 유지, 보완, 확대,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세계 아동청소년 건강분야 전문가들과 학계가 아이들의 과도한 디지털미디어 이용과 이로 인한 다양한 위험을 우려하고 걱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게임을 통한 소통이 늘어났고, K콘텐츠 성장에 방해가 된다’며 게임&IT업계의 이해를 대변하여 ‘셧다운제도 폐지’를 시도하는 일부 정치권과 정부부처, 관련 인사들의 부적절한 행태에 개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나아가 “PC가 아닌 모바일로 게임과 인터넷 사용패턴이 변화했다면, 이는 셧다운제 폐지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과 모바일을 통한 게임과 디지털미디어 과사용 예방책을 마련해서 해결할 일”이라며 “지난 10년간 강제적 셧다운제를 대체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다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게임이 생활의 일부가 되었으니, 그냥 셧다운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특히 취약계층 아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망마저 국가가 앞장서 포기해버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헌법재판소는 게임업계의 헌법소원에 대해 2014년 4월24일 셧다운제도의 합헌을 결정하여 아동청소년 보호의 가치가 기업의 이익추구 가치보다 우선함을 확인하고 셧다운제도의 합법성을 인증한 바 있다”고 상기했다.

이어 “아동청소년의 생명권이며 기본적인 인권인 <수면권 보장>은 절대적 가치로서 이를 침해하는 상행위를 최소한으로 규제하는 것은 게임뿐만이 아니다. 같은 취지로 학원교습소, 노래방 등에도 심야시간 셧다운제도가 시행되고 있다”며 “셧다운제도는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시행되고 있는 제도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지목했다.

이들은 학부모의 자율권과 선택권을 주기 위해 셧다운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일방적이고 비합리적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러한 주장의 논리대로라면, 16세 미만의 자녀를 둔 부모가 자기 자식을 밤 12시 이후에 게임을 시키고 싶은데, 셧다운제도 때문에 부모의 선택권을 박탈당했으며, 심야시간에 잠을 재우지 않고 게임을 시켜야겠으니 부모의 자율권을 보장해 달라는 말”이라면서 “만일 이렇게 주장하는 부모가 있다면 이는 명백한 아동학대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마인크래프트 게임이 셧다운제도 때문이라는 주장과 셧다운제도라는 규제 때문에 게임 산업이 성장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노골적이고 천박한 상업주의’라고 강하게 힐난했다.

이들은 “이는 ‘16세 미만 아동 청소년이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잠을 자기 위해 잠시 게임을 쉬게 되면 게임회사가 망할 수밖에 없으니, 혹은 16세 미만 아동 청소년들이 아침 6시부터 밤 12시까지 18시간만 게임을 하게 되면 게임회사가 살 수 없으니, 셧다운 제도를 폐지하여 밤 12시부터 아침 6시까지도 잠을 줄여서라도 게임을 해라. 그래야 게임 산업이 살아난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어른으로서 아이들 앞에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나라의 게임산업이 정녕 아동청소년의 부역 없이는 살아남지 못할 만큼 경쟁력이 낮다고 보는 것인가”라고 개탄했다.

이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은 ‘아동청소년의 놀 권리, 신체활동의 권리, 건강하게 성장할 권리가 침해받고 있음’을 우려함과 동시에, 과도하고 불균형적으로 늘어난 디지털미디어 활동이 정신행동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고 주목했다.

이어 “지금은 셧다운제도의 폐지를 주장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피로도 시스템, 쿨링오프 시스템, 부모에 대한 미성년자녀 스크린타임 의무고지제, 과사용자에 대한 업계의 모니터링과 주의정보 제공 등 다양한 제도적 보완장치의 도입을 논의해야 할 때”라며 “차제에 게임 등 디지털미디어 과사용으로 인한 정신건강과 발달의 영향, 그리고 부정적인 결과와 폐해를 예방하기 위한 합리적인 제도, 과사용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과 가족들을 위한 예방, 치료, 보호 서비스 인프라 확대와 제공전략 등에 대한 합리적이고 체계적 논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들은 “우리 아동청소년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 발달을 걱정하는 관련학계, 시민사회단체들은 셧다운제도를 폐지하려는 시도에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토론을 통해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시민사회의 노력에 함께 해주기를 촉구한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셧다운제도 폐지를 계속 주장한다면, 이후 우리 아이들에게 나타날 부정적 결과에 대한 무한책임을, 셧다운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분들에게 강력하게 물을 것임을 경고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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