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대통합 앞에 조건 내세운 한교연

  • 입력 2021.08.29 00:19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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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대통합을 향한 잰걸음에 자꾸만 스텝이 꼬이고 있다.

한교총 대표회장 소강석 목사가 강력한 의지로 연합기관 통합에 불을 지폈고, 한기총이 ‘톱다운 방식’의 신속한 통합을 이루자고 첫 일성을 냈지만, 한교총과 한교연은 절차와 조건을 들고 나와 정체되는 모양새다.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송태섭 목사)이 8월26일 경원교회에서 제10회기 첫 번째 통합추진위원회(위원장 권태진 목사)를 열고 통합 논의에 앞서 한기총 정상화가 선제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한기총은 신속한 통합을 완수하자며 통합을 먼저 추진하고 추후 임시총회를 통해 대표회장을 선출하겠다고 이미 공표한 마당에, ‘한기총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조건을 들고 나온 한교연의 태도는 쉽게 끌려가지 않겠다는 ‘어깃장’으로 읽힌다.

한국교회 하나 됨의 대의를 위해 모두 내려놓고 임해도 될까 말까 한 세 연합기관의 대통합의 과제이건만, 저마다 절차와 조건을 내세우고 있어 또다시 한국교회에 실망감을 안겨주는 모양새다.

이날 한교연 통추위는 ‘한국교회가 하나 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동의했지만 기관 통합을 위해서는 한기총 정상화가 급선무라고 지목했다. 현재 임시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한기총이 정상적인 연합기관으로 회복한 후에 통합 논의가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

이는 정상화된 기관끼리의 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요구로 보일 수 있지만 임시총회를 먼저 개최하여 김현성 변호사가 아닌 목회자가 수장이 된 한기총과 통합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그렇다면 이는 항간의 ‘목사도 아닌 사람이 어디…’라는 식의 인식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목사가 아닌 사람이 한기총의 대표로 연합기관 통합을 추진하는 모양새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신속하고 깔끔한 모습을 띠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한교연은 또한 현재 한기총 내 소송 중인 문제들이 먼저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면서 그 외에 일부 교단과 단체에 대한 이단성 문제 등은 통합의 전제 조건으로 삼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교연이 한기총 일부 회원의 ‘이단성’을 문제삼지 않기로 했다는 것은 분명 희소식이다. 과거 통합 논의마다 등장하여 좌절시켰던 주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송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부분에서는 신속한 통합에 뜻이 없다는 한교연의 입장이 비춰진다. “과거 통합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신중에 신중을 기해 통합 작업에 임한다”는 한교연 통추위의 결론은 ‘신중함’이라는 가면 뒤에 혹 다른 어떤 것이 숨어있지는 않은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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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한교연은 한교총을 향해서는 정체성을 분명히 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한기총과 한교연은 보수 색깔이 명확한 반면, 한교총에는 진보적인 색깔도 섞여 있어 이 문제가 향후 통합 작업에 큰 변수가 될 수 있기에 명확히 하고 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날 한교연 통추위가 내놓은 결론은 한마디로 ‘신중’이다. 급할 것 없다는 자세다. 그러면서 통합 이전이라도 세 연합기관이 공동기구를 만들어 차별금지법과 평등법 등 기독교 악법에 대응하며, 통합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갖자고 제안한다는 방침이다. 통합은 천천히 하고 연합기관들끼리 대사회적 메시지를 먼저 통일하자는 의견으로 파악된다.

한국교회 대통합이라는 과제 앞에 한기총만 ‘다 내려놓고 통합에 임하자’고 담백하게 나왔을 뿐, 한교총은 ‘공식적인 절차’를 들고 나왔고, 한교연은 ‘조건’을 들고 나왔다.

한국교회 연합기관들이 하나 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해 표면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는 하나도 없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통합할 마음이 과연 있는 것인지 동상각몽(同床各夢)일 뿐이다.

한국교회 대통합은 언제나 염원이었지만 근래 들어 필요성이 강력하게 제기된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한국교회를 향한 부당한 조치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억울하게 비난받고도 아니라는 볼멘소리 한 번 제대로 내보지 못하고 궁지에 몰림으로써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만 쌓여가고 있는 현실의 위기감 때문이다.

그래서 ‘원 리더십’ ‘원 메시지’의 절실함은 크게 부각되었다. 하지만 팬데믹의 장기화 때문일까? 통합의 긴급성은 시간이 갈수록 희석되어가는 듯한 분위기이다.

내분이 계속되면 외세가 침략해오고, 외세의 침략이 그치면 내분이 반복되는 바보같은 굴레에서 한국교회가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내부 싸움으로 스스로 몰락했고, 우스워진 한국교회를 향한 세상의 공격은 매섭다. 하지만 다시 하나 되기란 이처럼 어렵다는 현실을 모두가 목도하고 있다. 팬데믹은 다시 없을 한국교회 대통합의 기회다. “예수님이 오셔도 통합은 안 된다”는 비웃음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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