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개정, 사립학교는 어떻게 대응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 입력 2021.09.09 20:20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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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부 정치권이 ‘사립학교법 개정법률안’을 강행 통과시킨 것과 관련해 기독교계의 조직적인 대응이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이사장 이재훈 목사)는 전국의 기독교학교 법인 이사장과 학교장 등 주요 관계자들을 초청해 9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사학미션포럼’을 개최했다.

‘사립학교법 개정법률안이 기독교학교에 미칠 영향과 대응’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는 사립학교 교원 채용시험을 시도 교육감에게 강제로 위탁시키는 법안이 통과된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기독교 사학의 지속가능한 방안을 모색했다.

인사말을 전한 이사장 이재훈 목사는 “기독교학교는 ‘기독교적 건학이념’을 바탕으로 그 교육적 책임을 다함으로써 나라 발전의 초석이 되어 왔다. 그러나 평준화정책 이후 사립학교들은 준공립화되었고 최근 학생인권조례, 차별금지법, 국가인권위의 일방적 권고 등으로 기독교학교의 정체성을 지키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현실인식을 전했다.

아울러 “이미 학교에서는 신앙과 성경 과목을 가르칠 수 없게 됐고, 기독교학교의 자주적인 운영마저 법과 제도로 제한당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기독교학교의 존립 기반 자체가 무너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 목사는 “우리는 8월24일 성명서를 통해 ‘사립학교의 교원임용권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고 법안 폐기를 요청했음에도 한국교회는 물론 교육 당사자들과의 기본적인 논의 없이 해당 법안을 강제적으로 통과시킨 것에 참담함을 느낀다. 본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기독교사학은 교원의 임용권을 사실상 박탈당하게 됐다”며 “건학이념을 동의하지 않는 비신앙인, 반종교인들, 심지어 이단에 속한 사람들까지 기독교학교에 임용되는 것을 막을 길이 요원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기독교학교가 교육 현실을 정화시키는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도록 함께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가 그 책임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면서 “국론을 분열시키고 교육현장의 혼란을 초래할 뿐 아니라, 기독교학교의 존립기반을 무너뜨리는 이번 ‘사립학교법 개정법률안’에 분명히 반대한다는 점도 다시 한 번 밝힌다”고 했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와 범기독교학교 단체들과 함께 공동체적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준비를 해나갈 것이다. 사학미션포럼은 기독교사학의 정체성을 수호하고, 기독교학교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연구의 장이 될 것”이라며 “이 땅의 교육을 바로 세우고, 기독교학교가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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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강제 위탁은 사학운영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 침해”

이번 포럼에서 ‘사립학교법 개정법률안의 주요 쟁점’을 짚은 변윤석 변호사(법무법인 조이앤파트너스 대표)는 개정안에 의하면 사립학교의 교원을 채용함에 있어 원칙적으로 필기시험을 의무적으로 포함하여 교육감에게 위탁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감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 한해 필기시험을 포함하지 않거나 교육감에게 위탁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변 변호사는 “교원채용 절차의 일부인 필기시험을 교육감에게 강제 위탁시키는 내용의 법률 조항은 사학운영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필기시험 강제위탁 조항의 입법을 추진했던 측의 주장은 필기시험 강제위탁을 통해 사립학교의 채용비리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지만 실제 채용비리의 발생 수는 전체 사립학교의 극히 일부에 해당하고, 그 비리에 대해서는 형사상 처벌과 행정상의 신분상 제재와 같은 수단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천적으로 필기시험을 교육청에 강제위탁시키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하여 입법의 한계를 이탈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한 법적 대응에 대해 변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주체는 개별 사립학교법인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헌법소원 제기 외에도 현재 일부 교육청이 진행하고 있는 재정결함보조금 지급 거부를 통한 사실상의 강제위탁 문제에 대한 대응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현행법 하에서도 일부 교육청은 학교법인이 필기시험을 교육청에 위탁하지 않고 교원을 자체 채용하는 경우에는 재정결함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법을 동원하여 사실상 위탁을 강제하고 있다”며 “유의할 점은 이와 같은 사실상의 강제위탁 조치는 개정 사립학교법과 무관하게 계속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개정 사립학교법 조항에 대한 헌법 소원 등의 법적 조치와는 별개로, 위와 같은 교육청의 사실상의 강제위탁 조치에 대한 법적 이의제기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제언했다.

교육청의 요구가 1차 위탁에서 끝날 것인가

사단법인 한국기독교학교연합회 홍배식 회장은 ‘사립학교법 개정법률안이 기독교학교에 미칠 영향’을 주제로 발제했다.

홍 회장은 먼저 과거 특정 시도에서 필기시험 위탁이 2년간 시행됐던 사례를 언급하며, 특정 과목의 2배수 안에서 선발된 교사 중에서 선발해야 하는 상황에 건학이념을 같이하는 교사를 모시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더욱이 이로 인한 여파는 30년 이상 학교에 남게 된다며 최소한 1차 필기시험 점수의 최종 합격 반영 비율은 교육청의 지시가 아니라 개별 사학법인에서 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1차 시험 위탁이라고 하지만 만약 접수 서류를 교육청에서 받게 되는 경우, 우리가 필요로 하는 건학이념에 맞는 교사인지를 확인하는 서류를 받기가 어려워진다. 기독교적 신앙을 갖고 있는 분인지, 전통적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며 “2,3차 심사를 사학에서 할 경우 건학이념에 맞는 자인지 알아볼 서류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목했다.

홍 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갖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1차 필기시험의 위탁 단계에서 교육청의 요구가 끝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경기도 교육청의 경우 사학에 대하여 1차 필기시험 강제 위탁에 그 요구가 그치지 않고 있다”면서 “이번 사학법 개정의 재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1차 필기시험 위탁은 물론 2차 3차 시험까지도 교육청에서 주관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사학은 결국 아무런 권한도 없고 책임만 남는, 교육청 소속의 교사들이 사학에서 근무만 하게 되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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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교총-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 업무협약 체결

이날 사학미션포럼에서는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소강석 이철 장종현 목사, 이하 한교총)과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의 업무협약도 이뤄졌다.

한교총은 이번 사학법 개정 사태를 한국교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하나님 나라를 확장시키는 선교적 차원의 목표로 설정해 함께 노력해나간다는 의지를 담았다.

한교총 이철 대표회장은 “기독교사학의 어려움에 한국교회가 주목해야 한다. 교회마다 입장과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교회의 미래에 대한 생각은 다를 수가 없다. 한국교회는 이번 사학법 문제에 대해 교회의 미래라는 인식으로 하나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획일적인 교육은 미래가 없다. 다양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자유가 보장되어야 교육이 발전할 수 있다. 지도를 너무 강화하여 통제하려는 생각을 갖게 되면 앞으로 한국의 미래가 어떻게 될까 염려가 된다”며 “교육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일에 한국교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거듭 피력했다.

사학법인네트워크 이재훈 이사장은 “오늘의 상황이 초래된 것에는 법인의 잘못도 있다는 것에 부인할 수 없다. 하나님이 쓰시는 학교가 되기 위해 법인들이 바로 세워져야 한다는 생각에 법인연합체를 결성하게 됐다”면서 “한교총과 함께 기독교사학법인들이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길 원한다. 모든 사학법인들이 하나 되어 한국교회와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귀한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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