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칼럼] 웃통을 벗지 말자

  • 입력 2021.09.10 09:25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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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목사 (아름다운교회)
[프로필]
▣ 순복음 신학교 교수
▣ 前 일기연, 42대 고양시기독교연합회장
▣ 사랑이 있는 마을 담임
▣ 아름다운교회 담임목사
 

사람들은 시비가 붙으면 웃통을 벗어 던지고 한바탕 싸움판을 벌입니다. 남자들은 화끈하게 싸우고자 할 때는 “계급장 떼고 한 판 붙자”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화가 났을 때 옷을 벗는 것은 과격한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입니다. 사람이 옷을 입고 사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부끄러움을 가리기 위해서입니다. 둘째는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서입니다.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습니다. 옷을 잘 차려 입으면 사람이 달라져 보입니다. 셋째는 추위를 이기기 위해서입니다. 성경의 창세기를 보면 인간이 최초로 옷을 입게 된 역사가 나오고 있습니다.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하와는 에덴동산에서 벌거벗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아담과 하와는 죄를 짓고 나서 그들의 눈이 밝아져 자기들이 벗은 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옷을 만들어 입었습니다(창 3:7). 인간은 죄를 지은 이후부터 부끄러움을 가리기 위해 옷을 입기 시작했습니다. 웃통을 벗으면 사람들에게 인간의 추한 모든 것을 다 드러내게 됩니다. 옷을 벗고 보일 것 다 보이면 안 됩니다. 사람은 옷을 입고 살아야 합니다. 육신의 옷을 입고, 인격의 옷을 입어야 합니다. 교부 신학자 어거스틴은 청년 시절에 옷을 벗고 알몸으로 진흙탕 속을 헤매는 듯한 방탕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이로 인해 그의 어머니 모니카의 눈에서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습니다.

어거스틴은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마음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밖에서 이웃집 아이들의 노래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집어서 읽어라, 집어서 읽어라.” 어거스틴은 아이들이 무슨 놀이를 하길래 저런 노래를 부를까 하고 골똘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거스틴은 그런 노래를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것은 성경을 펴서 최초로 눈에 띄는 대목을 읽으라는 하나님의 명령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거스틴은 바울 서신을 펼쳐서 눈에 들어오는 부분을 읽었습니다. “밤이 깊고 낮이 가까웠으니 그러므로 우리가 어둠의 일을 벗고 빛의 갑옷을 입자 낮에와 같이 단정히 행하고 방탕하거나 술 취하지 말며 음란하거나 호색하지 말며 다투거나 시기하지 말고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고 정욕을 위하여 육신의 일을 도모하지 말라”(롬 13:12~14). 어거스틴은 그의 책 「고백론」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나는 더 읽으려 하지 않았으며, 읽을 필요도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말씀을 읽고 난 순간, 가슴속으로 하나의 빛과 같은 확실성이 흘러 들어와서 내 마음을 환히 밝혔기 때문입니다.” 이후 어거스틴은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어머니 모니카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아들 어거스틴이 하나님께로 돌아오기를 밤낮으로 울며 기도하던 어머니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어났습니다. 정욕을 위하여 육신의 일을 도모하던 것을 중단하고 믿음의 사람이 되면서 어거스틴은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유명한 고백을 했습니다. “하나님이시여, 당신의 품에서 안식을 얻기까지, 내게는 쉼이 없었나이다.” 어거스틴이 예수를 믿고 하나님 앞에 돌아온 후, 어느 날 길을 가다가 옛날에 사귀던 여자를 만났습니다. 그때 어거스틴은 그 여자를 모른 척하고 지나가려고 하는데 그 여자가 따라오면서 말했습니다. “어거스틴, 나예요. 왜 모른 척 지나가는 거예요?” 막무가내로 쫓아오는 여자에게 어거스틴은 돌아서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너는 너지만, 나는 내가 아니오. 당신은 당신이지만,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니란 말이오. 난 새로운 사람으로 변했소.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알던 내가 아니라는 말이오.”예수님을 믿고 새로운 피조물이 되었는데 아직도 옛사람이 범하는 죄 가운데 계속 거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더 이상 웃통을 벗어서는 안 됩니다. 정욕과 과욕을 십자가에 못 박고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어야 합니다. 의의 세마포를 입어야 합니다. 그래야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 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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