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우리 사회에 가장 큰 파장을 일으킨 화두는 뭐니 뭐니 해도 이른바 ‘땅콩회항’사건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아마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에 몰고 온 가장 큰 회오리로 짐작된다. 물론 해가 바뀐 지금까지도 쉬 가라앉지 않은 채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른바 ‘갑질’이라고 하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 음성문화가 급기야 그 민낯을 드러내고 만 것으로 풀이할 수 있겠다.
쉬운말로 권세 있는 자와 돈을 가진 자 등이갑(甲)이 되고, 상대적으로 어느 것도 갖지 못한 자들은 어김없이 을(乙)의 신세를 면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나타낸 것이다. 이를 주종관계로 이야기하자면 갑은 주(主)이고 을은 종(從)일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가 그만큼 갑과 을 사이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져 있었다는 반증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처럼 알려지지 않는 우리 사회의 갑질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더 이상 밥줄을 쥔 자가 상전 노릇하며 마치 신(神)처럼 군림하는 이런 문화가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의 분노가 언제 어떤 모양으로 터질지 아무도 장담 못한다. 부디 갑질이 멈추는 새해가 되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