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교회를 한 공간에 담다. 공유교회 ‘에셀 미션 미니스트리’

  • 입력 2022.01.14 21:00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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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식사동에 여러 교회가 함께 예배당을 공유하는 ‘공유교회’ <에셀 미션 미니스트리(Eshel Mission Ministry)>(대표 유성훈 목사, 이하 에셀홀)가 최근 설립됐다.

교회를 처음 시작하는 목회자들이 개척에 대한 재정적 부담없이 도전할 수 있고, 교회 운영에 소요되는 재정과 에너지를 세상으로 흘려보내며, 건물이 아닌 공동체를 지향하는 교회들의 새로운 형태가 되고 있다.

목회와 교회개척에 있어 가장 부담되는 것은 단연 예배공간 마련이다. 개척을 소위 ‘맨땅에 헤딩한다’고 표현하는 이유도 성도들이 없는 가운데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며 교회를 운영해야 하는 막막한 상황 때문이다. 더욱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오랫동안 대면예배가 제한됨에 따라 적지 않은 목회자들이 교회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소명을 포기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이와같이 녹록치 않은 상황 속에서 최근 ‘공유교회’라는 개념이 급부상하고 있다. 하나의 예배공간을 여러 교회공동체가 시간을 배분하여 나눠 사용하는 형태다. 교회를 개척하면 무조건 건물을 세워야 한다는 목표의식의 ‘소유’ 개념에서 벗어나, 공동체가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공간을 ‘공유’한다는 의미가 담겨지면서 새로운 목회형태로 확산되는 추세다. 더욱이 목회자 이중직이 일반화되면서 주일에만 사용할 수 있는 예배공간이 필요한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흔히 대형교회에서 1부예배부터 5부예배까지 2시간 간격으로 예배가 드려지듯이, 공유교회에서는 각 타임별로 서로 다른 교회가 주일예배를 드린다. 이로써 교회 운영에 필요한 비용과 수고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미 일부 교단에서는 이를 제도적으로 채택해 적극 추진해 나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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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셀 미션 미니스트리 대표 유성훈 목사가 예배공간을 소개하고 있다.

‘하나님을 참되게 예배하는 교회들의 모임’이라 명명한 에셀홀은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2시간 간격으로 7개의 서로 다른 교회들이 예배를 드리게 된다.

에셀홀은 현대적인 디자인뿐만 아니라 처음 시작하는 작은교회 목회자에게 있어 충분히 매력적인 최적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반주자 없는 작은교회도 목회자 혼자 예배를 인도할 수 있도록 무선으로 완전 자동화된 미가엘반주기를 프로그래밍하여 단상에서 간단한 조작만으로 반주와 빔프로젝트까지 컨트롤할 수 있다. 필요한 경우 악기도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50평의 공간에 유아들을 위한 휴게실을 마련하고 난방을 완비했으며, 외부로 연결되는 테라스는 다양한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간단한 다과를 위한 탕비실과 커피메이커도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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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교회는 주어진 시간 동안 이 모든 시설을 전부 활용할 수 있다. 주일에 2시간씩의 예배시간 외에도 협의를 통해 평일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며, 개인적으로 기도하기 위해 성도들이 예배당을 찾는 경우는 제한없이 언제나 열려있다.

정통 기독교 교단에 소속된 교회라면 누구나 계약할 수 있으며, 매달 관리비 명목으로 일정 금액만 부담하면 된다. 전반적인 시설은 유성훈 목사가 호스트가 되어 관리하게 되며, 공간을 사용하는 교회는 예배 후 깨끗하게 뒷정리를 해야 한다. 공간을 공유하는 만큼 서로를 위한 배려는 필수적이다.

유성훈 목사는 “에셀홀은 인큐베이터라고 생각한다. 목회를 시작하면서 개척을 연습해보는 공간으로 이만한 조건이 없다. 그래서 3개월씩 임시계약을 체결하고 매번 연장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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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교회는 작지만 비전은 커야 한다. 큰교회를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주님이 주신 사명을 갖고 마음껏 자신의 목회를 펼쳐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라며 “어렵지만 시작하면서 도전하고 연습하는 것이 젊은세대에 특히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공유교회는 최고의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에셀홀을 리모델링하면서 교회같지 않은 공간을 만들고자 의도했다. 때로는 세미나실로, 스터디룸으로, 테라스에서는 언제라도 바비큐파티를 할 수 있는 창조적인 공간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에셀홀은 현재 오전7시와 9시, 오후 3시, 5시, 7시 등 다섯 타임에 예배공간 공유가 가능하다. 이제 갓 목회를 시작하는 초보 목회자나 긴급히 예배공간이 필요하게 된 작은교회들에게 공유교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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