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홍 칼럼] ‘교회를 교회되게’

  • 입력 2022.01.20 09:16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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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 목사 (새로운교회)

최근에 펴낸 저의 책 ‘예수 이름의 비밀’에서 T. D. 제이크스 목사님의 메시지 ‘크러싱(Crushing)’의 핵심 주제를 다룬 바 있습니다. 그것은 열매 맺는 것이 끝이 아니고 열매가 부서지고 으깨어져서(crushing) 포도주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라는 사실입니다. 희한하지 않습니까? 열매가 없어서 부서지는 게 아니라, 열매가 있기때문에 부서지는 것입니다. 축복의 자리에 올랐을 때, 추수의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우리 인생의 또 한 편에서는 아프게 부서지는 과정이 시작됩니다. 400년의 종살이에서 해방되어 애굽을 탈출하고 홍해를 건넌 이스라엘 백성들은 아마 그들 생애 최고의 축제를 누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다음부터는 바로 광야였습니다. 40년 광야의 부서짐이 있고 나서야 약속의 땅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저는 요즘 이 부서짐의 의미를 매일 새롭게 묵상하고 있습니다. 축복의 열매를 맺고 나서, 아니 맺으면서 동시에 부서짐의 과정을 통과하고 계신 분이 지금 있습니까? 원하던 자리에 올랐는데 뜻하지 않게 자식 문제로 고 통이 옵니다. 사업에 성공했는데 갑자기 예기치 못한 병에 걸려 힘들어집니다. 교회가 한참 부흥하고 있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목회자는 여러가지 개인적인 시험과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이때 “내가 뭘 잘못했지? 하나님이 내게 왜 화가 나셨지? 내가 무엇을 회개해야 하지?” 그런 생각들로 곤혹스러워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꼭 그렇게 자책할 일이 아닙니다. 실수가 없으신 하나님께서는 열매 맺는 자를 가지치기 하십니다. 우리를 연단하시는 과정에서 우리를 꼭 붙들고 계십니다. 귀하신 예수님도 십자가에 돌아가신 것처럼, 우리는 잘못해서 부서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잘해서 부서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벌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지치기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영광의 미래를 위해서 말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약속(Promise)을 중시하지만 성경은 약속이 이뤄지는 과정(Process)도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구약성경의 모세오경 중 출애굽 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이렇게 네 권의 책들은 다 약속의 땅에 들어가 기 전에 광야 생활을 다루고 있는 책임을 기억하십시오. 하나님의 약속은 너무 귀하기 때문에 그것을 받기 전에 우리는 그것을 감당할 그릇으로 빚어져야 합니다. 빚어지는 과정은 대부분 크러싱, 부서지는 일의 반복입니다. 도저히 우리 힘으로는 감당치 못할 시련을 믿음으로 견디면서 부서지고 또 부서집니다. 나의 계획이 실패하고 나의 소망이 끊어질 때, 그래서 우리가 완전히 즙이 될 때 포도주가 탄생합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비대면 예배 상황이 반복되고, 오프라인 교회 모임들을 갖지 못하면서 한국 교회는 전무후무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코로나가 끝난 뒤에 교회가 얼마나 심각하고 비틀거리게 될지 알 수가 없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저는 오히려 이 과정이 교회가 진짜 교회되기 위해 부서지는 크러싱의 시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뉴스에서 우리는 미군이 철수한 아프가니스탄을 탈레반이 순식간에 장악해 버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10년이 넘도록 미국이 천문학적인 돈과 무기를 지원해 주었지만, 부패한 아프간 정부는 그것을 국가발전의 도구로 활용하지 못하고 너무나 무기력하게 무너져 버렸습니다. 잠시 외국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나라의 안보와 발전은 결국 자국민들의 의지와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우리에게 가르쳐 준 사건입니다. 우리의 신앙도 그렇습니다. 어렵고 힘든 시간에 홀로서기를 못하고 흔들린다면 그것은 어린아이와 같은 믿음입니다. 1949년 서방 선교사들이 철수한 이후 중국 지하교회는 오히려 더 강하게 부흥했습니다. 이렇게 힘든 시대일수록 우리는 말씀과 기도로 굳건하게 믿음을 지켜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지금 교회를 교회 되도록 하고 계십니다. 한국 교회는 지금 쇠퇴하는 것이 아니라 정금같이 연단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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