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예환 칼럼] 어긋난 응답 앞에서(2)

  • 입력 2022.01.20 09:49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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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환 목사.jpg

조예환 목사(갈보리교회) 

[프로필]

▣ 총회부흥사회 대표회장 역임

▣ 한국기독교영풍회 대표회장 역임

 

 

 

이번에는 김 권찰님이 임신을했다. 김 권찰님은 첫아이가 아들이었는데 남편 되시는 분이 아들 오 형제인 가정에서 자라서 딸 낳기를 너무나 바라고 계셨다. 앞사람의 실패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김 권찰님이 이번엔 자원하여 교회 청소와 꽃꽂이를 맡았다. 하나님이 이번에는 이 사람의 마음을 감동하게 해 사용하시는구나 싶었다. 가게를 하는 바쁜 분이셨는데도 출산하는 날까지 열심히 봉사를 잘하였다. 우리 첫아이는 딸이었는데 이쁜 인형도 사다 주면서 은근히 기도해 주시라는 압력도 보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나 역시 당연히 이번에는 꼭 원 하는 대로 딸을 주셔서 그 가정에 기쁨이 있게 해달라고 열심히 기도했다. 출산 때가 되어 역시 병원에 동행했던 아내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번에는 아들이네요” 나는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생각하니 병원에 심방 갈 자신이 없다. 지난번, 심방 간 목사에게서 돌아눕던 성도님에게서 내가 받은 충격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뜻은 과연 무엇일까? 목사이지만 때로 너무 나 간절한 성도들의 소원은 그냥 들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나 내가 아는 하나님은 결코 그런 법이 없다. 정확무오한 당신의 계획을 바꾸시는 법이 없는 분이다. 우리는 피조물임을 인정하고 하나님의 뜻과 주시는 의미를 발견하고, 순응하고 감사하기만을 원하신다. 우리는 자기 일일지라도 과거와 현재밖에 알지 못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의 과거와 현재뿐 아니라 미래까지 낱낱이 알고 계시기에 우리의 필요를 더 잘 파악하고 계신다. 그런데도 자기 뜻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우리들은 낙심하고 불평하고 원망하고 때로 하나님을 떠나기도 하지 않는가? 기대가 컸던 일일수록, 간절하게 소망했던 그만큼 우리는 더 낙심하고 좌절하지 않는가? 또한 봉사하고 헌신하고 기도할 때 내가 이렇게 하면 하나님이 소원을 들어주시리라는 착각을 해본 경험이 대부분 있을 것이다. 하나님은 말씀하신다. ‘내가 언제 청소하면 아들 준다고 했니?’ 순전히 조건도 일방적으로 내가 걸고서 약속이행을 안 한 듯 하나님을 몰아가는 우리들의 그 위험한 착각까지 알고 계신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우리를 착각 속에 마냥 버려두지 않으시고 깨닫게 하신다. 우리의 주인이 하나님이심을. 내 힘으로 선택할 수 없고 오직 하나님의 선물로 받는 것이 자녀이다. 또한, 키우면서도 참 뜻대로 안 되는 것이 자녀이고 부모 뜻대로 해서도 안 되는 것이 자녀이다. 그토록이나 내 가슴을 애태웠던 성도님들의 딸과 아들은 잘 자라 가정에 기쁨의 자녀들이 되었다. 그때 서운했던 것의 몇십 갑절 사랑스럽고 귀한 존재들이 되었다. 그들의 성장 소식을 들을 때마다 더욱 감사한 것은, 어긋난 응답의 시험에 넘어지지 않고 지금까지 한결같이 하나님의 교회에 봉사를 잘하고 있는 그들의 어머니 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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