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대 김덕현 교수 “소강석 목사의 ‘광대설교’, 설교학적 가치 분명해”

  • 입력 2022.01.21 22:43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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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강해로 성령을 경험한 설교자가 뜨거워진 마음을 펼쳐내는 것이 설교”

대중적 곡조에 성경의 가사 담아 찬송가 만들도록 지도한 사람이 칼빈이었다

‘목사답지 못하다’, ‘경박하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오직 하나님의 광대가 되겠다며 온 몸으로 설교하는 소강석 목사. 설교자가 먼저 하나님의 마음을 전율처럼 느끼고, 본문을 통해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는, 청중에게 하나님의 마음을 고스란히 전할 수만 있다면 기꺼이 망가지는 익살스러운 광대가 되겠다는 목회자다.

소 목사는 평소에 “설교는 하나님의 언어가 인간의 언어로 성육신되어 설교자의 인격과 영성을 통해 투영되어야 한다”는 점을 피력해 왔다. 이에 따라 그는 기쁠 때는 기쁘게, 슬플 때는 슬프게, 너무나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는가 하면, 하나님의 분노를 나타낼 때는 놀랍도록 무섭게 말씀을 선포한다. 그 투영 방식이 소 목사에게는 일명 ‘광대설교’였고, 수많은 성도들의 마음을 터치하여 오늘날의 새에덴교회로 성장하는 동력이 됐다.

하지만 이러한 소 목사의 설교방식은 ‘연역적 삼대지 주제설교’로 정형화된 한국교회 목회자들에게는 매우 생소하게 받아들여져 왔다. 그래서 ‘저게 설교냐’라는 비난같은 비판들도 수없이 받아왔다. 그럼에도 소 목사의 ‘광대설교’는 성도들의 마음을 감화시켰고, 변화를 이끌어내어 새에덴교회를 한국교회의 공적 사역을 견인하는 리더 교회로 자리매김시켰다.

그런데 최근 소 목사의 설교방식이 또다시 온라인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교할 때 대중가요를 개사하거나 적절하게 한 소절씩 부르는 모습이 강단을 세속화시킨다는 것이다. 본문 말씀만 전하는 강해설교가 아니라 설교 중 대중가요만 부르는 경박스러운 설교라는 것.

이러한 비판들을 접한 칼빈대학교 김덕현 교수(실천신학)는 최근 소 목사의 설교에 대해 “현장에서 설교학을 가르치는 설교학 교수로서 생각해 볼 때 소강석 목사님의 설교적 페르소나가 추구하는 풍성하고 다양하며, 역사적 배경을 가졌음에도 현대사회와 소통 가능한 설교로서, 설교학적 가치가 분명하게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비판하는 분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된다”면서도 “강해설교가 아니라는 지적은 칼빈의 성경해석을 너무나도 좁게 이해한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김 교수는 일찍이 성 프란시스의 ‘광대 설교’를 섭렵하는 등 소 목사의 설교 방식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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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역사적으로 성경해석과 관련되어 칼빈 이전의 종교개혁자들은 명제 중심적이었고, 칼빈 이후의 종교개혁자들은 지나치리만큼 상황 중심적이었다. 그러나 칼빈은 기록된 말씀의 내용과 성령의 내적 증거를 나누어서 생각하지 않음으로 진정한 성경의 권위를 주장했다”고 짚었다.

이어 “본문에서 설교자가 사용한 방법론에 따라 추출된 ‘빅 아이디어’나 ‘핵심 문장’을 기본으로 해서 강의적인 설교를 준비할 수도 있지만, 지금도 살아계신 하나님의 언어 사건이 실행하는 강해적 설교는 그 말씀이 가진 운동력이 설교자를 변혁시키는 것이다. 본문의 저자인 성령님의 의도가 강해되어 드러났다면 설교자의 마음은 뜨거워진다”며 “이 같은 현상은 지극히 성경에서 말하는 것”이라고 대변했다.

아울러 “개혁주의 설교학자이며 조직신학자인 조엘 R 비키(Joel R. Beeke)는 자신의 40년 설교의 경험을 가지고 20년간 집필한 <개혁주의 설교>라는 책 내용을 통해 강해적 설교는 설교자의 마음에서 회중의 마음으로 이어지는 것이라 명확하게 천명하고 있다”며 “성경 강해 과정을 통해 성령을 경험함으로 마음이 뜨거워진 설교자가 마음의 내용, 감정의 변화, 언어의 온도를 시공간 가운데 펼쳐내는 것이 설교라고 했다”고 부연했다.

 

나아가 “바빙크는 100년 전 캄쁜신학교에서 설교학을 강의할 때 설교를 ‘하나의 연극 행동’이라고 말하고 가르쳤다”며 “바빙크는 설교단은 학교의 강단이 아니며, 교회는 학교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바빙크에 의하면 설교자는 자신이 설교하는 내용을 성도가 바라볼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가 나열한 세계적인 설교학자들의 견해는, ‘강해설교가 아니다’라는 일부 목회자들의 비판이 좁은 시야에 갇혀 더 넓은 의미의 설교를 보지 못하고 잘못된 비판을 하고 있다는 지적의 우회적인 표현으로 읽힌다.

뿐만아니라 김 교수는 개혁주의 예배 전통 가운데 프랑스어 운율을 살려서 번역한 가사에 대중적인 곡조를 담은 사투리 찬송가인 ‘주네브 시편가’도 소개하며, 1540년대부터 이미 주네브 개혁교회의 예배를 위한 공식 찬송가집으로 사용됐고, 대중적인 곡조로 교회 밖에서도 인기를 누렸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놀라운 사실은 당시 대중적인 곡조에 성경의 가사를 담아 찬송가를 만들 것을 지도하고 추진한 분이 바로 칼빈”이라고 지목했다.

또한 김 교수는 “설교학사 가운데 전설 같은 내용이지만 스스로 자신을 하나님의 광대라고 말한 성 프란시스의 설교는 들짐승과 새들까지도 그의 설교에 집중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그의 언어는 시장언어가 많았다. 노래 역시 평민들이 익숙하게 알던 당시 민요에 복음적 내용을 담아서 찬양도 하고 복음을 전했다고 한다”고도 소개했다.

김 교수는 “현대 설교학 사전에서 성 프란시스의 광대설교를 ‘복음을 선포할 때 제스처와 상징적인 행동을 사용함으로써 프란시스의 설교는 청중의 관심을 사로잡아서 메시지가 청중의 마음을 관통하도록 했고, 그 결과로 청중의 전 인격체가 메시지와 효과적으로 관계를 맺게끔 했다’고 정의하고 있다”며 “글로만 배우고 연구했던 프란시스의 설교적 페르소나가 소 목사님의 설교 시연에서도 발견된다. 소 목사님의 설교적 페르소나가 코로나의 겨울 가운데 다시금 한국교회의 부흥의 전설을 정월대보름의 들불처럼 번지게 하길 기대한다”고 바람을 담아 응원했다.

소강석 목사는 자신에 대한 일련의 비판들에 대해 의연하게 대처해 왔다. 활발하게 활동하며 주목받는 자리에 있다보니 의도하지 않은 오해도 발생하고, 생각지도 않은 시기와 질시를 받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모든 것을 쏟아내는 ‘설교’에 대한 비판만큼은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그의 설교에는 자부심과 철학이 녹아져 있기 때문이다.

소 목사는 21일 자신의 SNS에 “당연히 오해할 만도 하다. 제 설교가 모델이 되고 표준이 될 수도 없고, 강단이 세속화되어도 아니되기 때문”이라면서도 주네브 찬송가의 칼빈과 성 프란시스, 바빙크를 언급하며 함부로 아무렇게나 비판하지 말아줄 것을 바라는 마음을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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