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전환의 시대를 준비하라’

  • 입력 2022.02.14 07:41
  • 기자명 김민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40호_완료_9기획.jpg

목회데이터연구소·목회사회학연구소·문화선교연구원이 공동주최한 문화포럼이 1월6일 필름포럼 카페에서 한국교회와 사회 그리고 문화를 아울러 한국 교계 및 목회 전망과 과제란 화두를 중점으로 머리를 맞댔다. 급변하는 사회 풍속과 정서는 디지털 시대를 충분히 실감 나게 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개인주의는 갈수록 강화되고 코로나 펜데믹과 함께 비대면, 가상공간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과연 교회는 어떻게 품고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전망도 예측하지 못하는 변수가 복병처럼 매복된 상황에서 과연 교회 역할의 현주소는 어딜까. 이에 전반적인 발제와 토론을 순차적 요약과 재조명함으로 한국교회와 사회가 공존하고 공교회로써 자리매김을 할 위치를 찾고자 한다. <편집자주>

한국 사회문화 전망과 과제 • 백광훈 | 문화선교연구원장

트렌드(trend)는 한 사회의 어느 시점에서 특정 생각, 표현 방식, 제품 등이 그 사회에 침투 · 확산해 나가는 과정에 있는 상태를 나타낸다는 사전적 해석을 일컫는다. 동향, 추세와도 비슷한 의미를 내포하는 트렌드처럼 한국어와 외래어를 섞어 사용하는 신조어 유행을 타고 있다.

백광훈 문화선교연구원장은 2022년은 변화의 가속도를 경험하리라 전망했다. 디지털, 비대면이란 뉴노멀의 환경은 더욱 개인화되고 파편화되며 단절되어가는 나노 사회(극 개인주의)가 문화트렌드를 분절화시키면서 더욱 개인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절과 고립의 사회문화 속에서 결국 해결책인 공동체 형성을 위해 교회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최근 친환경, 사회적 책임, 투명경영이라는 ESG 경영은 구체적인 실천들과 성과들을 요구하며 사회문화 각 분야의 메가 트렌드로 정착하고 있다. 더 좋은 미래를 위한 필수조건인 ESG는 어떻게 교회와 만날 수 있을까?

미세한 개인으로 모래알처럼 흩어진 모두를 품을 트렌드는 존재하지 않으며 각색의 콘텐츠 소비 현상으로 나타난다. 즉 고립된 섬처럼 각자도생의 삶을 이어가는 시대적 흐름이다. 메타버스 관심의 배후에는 디지털 플랫폼이 대중들의 다른 갈망이 반영되는 일종의 외로움 경제의 단면이란 설명이다. 결국 내가 중요하다는 사회이면서 개인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사회다.

단절의 시대에 교회의 시대적 역할을 요구받는다. 가족 해체와 1인 가구 증가 속에서 접촉면들을 상실하는 현실 속에 전통적 전도방식이 도태되고 디지털 복음화라는 새로운 전도방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역 공동체를 형성하고 사회적 네트워크와 연대력, 복지력을 증가시키는 선교적 교회 운동, 교회의 본질적 과제로 인식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대안이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재무적 요소, 이른바 숫자가 목회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통용되었다고 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교인 수, 헌금 액수로 목회의 성공 여부를 평가받았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러한 전통적인 패러다임에 근거한 목회 평가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당수의 교회 공동체와 목회자들이 코로나 이전 수준의 회복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오프라인 교회 출석 교인의 약화라는 현실에 더해, 더욱 낮아진 교회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는 이전 교회 상황으로의 복귀를 비관적으로 보게 만든다.

향후 건강한 성도들의 부름을 받은 교회, 하나님 나라 공동체로서 지녀야 할 영적 활력과 건강한 조직, 소통구조의 합리성, 여성, 청년 등이 함께하는 거버넌스의 구축,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교회,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는 교회, 사회적 제도로서 사회적 공공선을 증진하는 교회의 이야기들이 교회 공동체를 평가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또, 기울어진 나이별 인구 대비는 노령층 증가인 고령화 현상이다. 트렌드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MZ 세대에 대해 많은 관심이 집중되어 있지만 정작 사회가 지금 주목해야 할 세대는 60세 이상의 연령층일 수 있다.

마우로 기옌 케임브리지 경영대학원 교수는 『2030축의 전환』에서 “60세 이상이 전 세계 자산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며 “향후 10년간 세계의 중심축이 고령자와 여성, 아시아와 아프리카로 이동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획1-2022 문화선교트렌드3.jpg

2020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전년보다 약 44만 명 증가한 813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5.7%를 차지하고 있으며, 현재 매일 약 5만 4천 명이 60세 생일을 맞이하고 있다. 고령인구 비중은 계속 증가해서 2025년도에는 20.3%에 이르면서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한다.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센터는 『2022 대한민국이 열광할 시니어 트렌드』(비즈니스 북스)에서 ‘에이지 프렌들리(Age Friendly)’를 새로운 트렌드로 꼽았다. 에이지 프렌들리란 고령자가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며 그들이 원하는 바에 맞춰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과 사회의 철학을 말한다. 

이동우 고령사회연구센터장은 “앞으로 에이지 프렌들리 기업이나 브랜드, 도시와 지자체만이 성장하는 시니어 시장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이제 고령자를 배제하는 방식으로는 기업과 사회가 절대 성장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트로트 열풍은 이들의 존재감을 확인시켜주는 현상이다. 유튜브 이용자도 50대 이상이 가장 많다. 금융사들은 5060세대의 자산을 유치하기 위한 상품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시니어 세대의 급속한 팽창이 주목받고 있는 시대, 교회의 과제는 무엇인가? 노인들을 과거 교회 성장을 이끌었던 잊힌 세대, ‘노인은 … 하다’와 같은 노령 담론에 갇힌 세대, 단순히 교회가 돌보아야 할 대상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들이 가진 다양한 에너지를 공동체 속에 담아내어야 한다. 

교회 안에 시니어 교구 등을 만들고, 시니어에 진입한 이후 그들이 교회 안에서 편안하면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새로운 그릇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특별히 코로나19로 인해 급속하게 진입한 온라인 교회 속에서 시니어 세대들의 소외가 깊어졌으며, 이러한 디지털 교회로의 전환은 되돌릴 수 없기에 시니어 세대를 향한 디지털 배려와 교육은 중요해졌다. 

정치, 경제, 문화 각 분야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로 재등장하고 있다. 시니어 세대들은 이제 교회의 주변부가 아니라 새로운 중심부로 교회 공동체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 동력이 되어야 한다. 교회의 인식 전환과 실천이 시급하다.

한국 교계 및 목회 전망과 과제 • 조성돈 | 목회사회학연구소장

조성돈 교수는 목회의 전망을 3가지 키워드로 나누었다. 첫째는 나노 사회, 둘째는 스마트 세인트, 셋째는 좌충우돌이다.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나오는 ‘트렌드 코리아 2022’는 2022년을 예측하는 첫 키워드로 나노 사회를 내놓았다. 특히 언택트의 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은 이제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고립된 인간들이 나름의 공동체를 형성해 간다. 소속되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그룹들을 만들어 간다. 서로 만나는 것을 꺼리는 이들이 이렇게 나름의 그룹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은 온라인의 도움이 크다.

한국교회는 주일에 함께 모이는 것에 큰 장점을 갖고 있다. 아마 세계교회에서 제일 열심히 모이는 교회일 것이고, 세계 역사를 다 털어보아도 이렇게 주일에 활발한 교회는 한국교회가 유일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전통과 장점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주일이면 온종일 교회가 바쁘게 움직이고, 사람들은 교회에서 모이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교회에 성가대도, 찬양단도, 식당도, 교통봉사도 다 모일 수 없게 되었다. 이제 교회는 온라인으로 예배를 중계하는 것 외에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결국, 교회는 강제적으로 나노 사회로 돌입하게 되었다. 이제 개인이 알아서 자신의 신앙을 챙겨야 한다.

교회의 이런 상태가 3년차로 돌입하고 있다. 전문가들 예상은 올해 말까지도 코로나 종식은 희망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이제는 지역 교회라는 당연한 조직에의 소속감을 포기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이별로, 관심사별로, 교육프로그램별로, 사역별로 모여서 교제를 나누고, 신앙과 교회 생활의 성장을 이어왔던 한국교회의 메커니즘이 무너지게 되었다. 

이러면 교회를 이끌어 왔던 ‘일꾼’들이 사라질 것이다. 교회에서 열심을 내며 활동하던 중간조직, 즉 구역장, 집사, 권사, 안수집사 등 성장할 수 있는 이들이 사라질 것이고, 이들이 할 일 역시 사라질 것이다. 교회 조직은 유튜브를 통해서 접하게 되는 담임목사 중심으로 변하게 된다. 그리고 교회의 사역은 많이 위축되고 교회의 유급 직원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사역을 간접 경험하고 지원하는 형태로 변할 것이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결국 소그룹이다. 교회당에 모일 수 없다면 온라인 프로그램을 통해서라도 서로에 맞추어주는 그룹이 필요하다. 신앙의 위기 앞에서 함께 모여 서로를 위해 기도해 주고, 돌봐 줄 수 있는 소그룹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그것이 어쩌면 현재 유일한 중간조직의 리더를 훈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될 수 있다.

요즘은 소비가 쉽지만 더욱 노력을 요한다. 다시 말해 물건 하나 사는데도 쇼핑 사이트 검색하고 가격 비교에 카드사 할인 혜택, 구매 포인트 등 챙겨야 할 일거리가 많아졌다. 더 좋은 조건으로 원하는 물건을 구입하고도 필요성이 떨어지면 당근마켓을 활용하는 세태다.

스마트한 소비자들은 사회의 행태도 바꾸어 놓는다. 사회의 다변화되는 환경에 적응하면서 언제든 조건이 바뀌면 옮겨 탈 준비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 카퓨어족처럼 집이 없어도 로망의 외제차를 10년 할부로 내지르기도 하고 명품 하나 사려고 런오프를 하기도 한다.

교회가 제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한계에 다다랐다. 그런데 각 교회, 각 기독교단체마다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온라인상에 쏟아놓고 있다. 신학이나 신앙 교양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세미나도 넘쳐나고, 교육프로그램도 넘쳐나게 쏟아지고 있다. 정말 자신을 위한 프로그램을 스마트하게 찾아가야 한다. 그래야 그 모든 것을 좇아갈 수 있다.

유튜브에 성경 읽어주는 채널들이 꽤 있다. 성경 읽어주는 남자, 여자, 목사, 신부, 수녀, 신 권사 등이 있다. 그런데 가장 조회 수가 높은 것은 성경 읽어주는 큰아들이다. 시편 150편을 낭독해 준 영상은 조회 수가 거의 300만 회에 이르고 있다. 

또 꽤 알려진 한영교회의 김윤진 간사의 찬양 인도 영상은 수십만 회를 오간다. 깊은 기도로 인도한다는 콘텐츠는 2시간 동안 잔잔한 찬양이 이어진다. 그런데 이 영상의 조회 수가 거의 150만 회에 다다른다. 이런 걸 보면 우리 신도들은 코로나 상황에서 자기들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 때론 찬양으로, 때론 성경 읽기로, 때론 기도로 길을 찾고 있다.

이제 성도들은 신앙생활을 위해서 유튜브에서 길을 찾는 스마트 세인트가 되었다. 때로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격려하고, 필요 앞에서 조회 수와 좋아요, 구독 등으로 서로의 공동체를 확인하기도 한다. 이것은 나노 사회와 연결되며,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 가고 있다.

교회가 비대면 예배로 전환하면서 우왕좌왕했다. 긴 시간 돌출구를 찾다가 방송 장비를 정비하고 온라인 시설을 확충하며 줌과 같은 온라인 컨퍼런스 시스템을 운영한다. 이제 겨우 온라인 시스템에 적응하고, 교회에 인프라도 갖추어 가는데 이제는 메타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흐름이 너무 자주 바뀌고 그 갈래도 너무 많아서 좇기가 버겁다. 솔직히 그 누구도 당장 한 달 후의 일조차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목회의 기조들이 모두 무너졌다. 그야말로 돌 위에 돌 하나 남지 않은 상황이다.

이제 방법은 하나이다. 좌충우돌해 보는 것이다. 기획, 준비, 실행 등의 절차 등을 거쳐서, 실패가 없는 완벽한 목회 실행은 이제 불가능하다. 그리고 나노 사회에 자기중심적인 성도들을 모두 모은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제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내놓아야 한다. 수많은 공급을 내어놓고, 사람들이 모이면 더 힘을 실어보고, 관심이 쏠리면 더 키워보는 것이다. 이걸 사회에서는 팬덤이라고 하는데, 하나의 문화로 자리하고 있다.

목회도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 성경 공부도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가 아니라 기회가 되는대로 모아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성경 공부도 매주 하나가 아니라 요즘 넷플릭스에서 시도하듯 시즌별로 해서, 성경 공부도 정주행하는 건 어떨까? 

다양하게 하다가 어느 쪽으로 성도들이 모여 오면, 그걸 더 키우고, 더 만들고, 더 나누어야 한다. 그래서 팬덤이 생기면 교회의 프로그램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하려면 그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있다. 목사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매체가 변하는데 콘텐츠는 그대로 대면 예배 중계에 머물 수는 없다. 더 나아가서는 매체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에 맞는 문법에 따라가야 한다. <계속>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