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병에 공감하는 것을 넘어 정확한 피드백을 줄 수 있어야 한다”

  • 입력 2022.06.15 10:25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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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병원을 찾아다니고 상담치료도 받아보지만 치유받지 못하고 괴로움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상담을 위해 내면의 상처와 고통의 기억들을 꺼내어놓지만 결국 나음을 얻지 못하는 일들이 반복되면서 치료를 불신하고 자포자기에 빠지는 사람들. 그들은 수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주변의 치료 권유에도 귀를 닫아버리고 자신만의 세상에 갇히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되고 만다.

중증 우울증과 조울증, 성격장애와 조현병 등 마음의 병 상담사역을 전담하며 상담목회를 펼쳐가고 있는 김안나 목사는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을 넘어 그들만이 느끼는 특정한 느낌이 어떻게 왜 올라오는지를 알고 정확한 피드백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김 목사는 “우울증 초기는 일반 상담사들도 수련받고 치료할 수 있지만 우울이 깊어지면 조울증이 되고, 공황장애가 오고, 자살충동과 여러 가지 강박적 성경장애와 인격장애를 동반한다”면서 “이런 것들을 겪어보지 않은 상담사들은 대략적인 치료방향만 제시하게 되고 내담자들은 답답해진다. 결국 돈과 시간만 쓰고 상담을 불신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안나 목사는 마음의 병 끝자락에서 오직 하나님만 붙잡아 생명으로 빠져나온 사람이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조현병을 앓던 이모와 함께 살게 됐다. ‘이모가 이상하다’고 하면 엄마는 ‘뭐가 이상하냐’며 이모를 감쌌다. 어린 김 목사에겐 정신세계가 무너지는 불안감이 계속됐고, 고등학교때부터는 신체화 증상까지 나타나기 시작해 온몸 곳곳이 아팠다. 힘들다고 아프다고 울면서 소리쳐도 귀담아 듣지 않는 부모를 보며 상처를 받았다. ‘당신들이 고통스러워지는 수준까지 내가 나빠지겠다’라는 마음으로 자신의 상황을 몰아갔고, 결국 환시까지 보게 되자 덜컥 겁을 먹었다. 김 목사는 일단 살고 봐야겠다는 생각에 그제서야 하나님께 살려달라고 매달렸다.

김 목사는 “신체화된 증상 때문에 온몸이 아파서 내과, 피부과, 한의원 등을 다니며 진료를 받았지만 의사들도 내 병을 몰랐다. 그냥 지켜보자는 말만 똑같이 했다”면서 “진정한 의사는 하나님뿐이기에 하나님이 고치시려면 고쳐주시리라 믿고 하나님만 바라봤다”고 했다.

2년여간 방에만 틀어박혀 있던 시간이 너무 지겨워서 밖으로 나온 그는 하루 종일 길을 걷기 시작했다.

부모님이 새벽예배 나가시는 소리에 잠에서 깨면 아침식사를 챙겨먹고 길을 나섰다. 점심과 저녁때 돌아와 끼니를 챙기는 것 외에는 새벽 6시부터 밤 9시까지 온 종일 걸었다. 하나님이 지으신 자연 속을 거닐면서 오직 기도하고 말씀을 묵상했다. 몸무게는 29kg까지 줄어들었다.

김 목사는 학생 때부터 하나님 말씀대로 열심히 살기 위해 애써왔는데 왜 나에게 누구보다 힘든 시간들을 주시느냐고 하나님께 따지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나 좀 살려달라고 하나님께 하소연을 하던 그때 ‘세상 학문이 알려줄 수 없는, 네가 직접 고통을 겪고 나음을 입어야 알 수 있는 치유의 노하우를 알게 하기 위해 고통을 겪게 한 것’이라는 응답을 받았다.

그제서야 김 목사의 마음은 고통의 지옥에서 환희로 옮겨졌다. 하나님이 미워하셔서 고통에 내버려두신 것이 아니라 특별한 은사를 주시기 위해 사용하신다는 것을 깨달은 김 목사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물으며 삶에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됐다.

“하나님은 가장 먼저 신학을 공부하게 하셨다. 사람을 만든 여호와를 알지 못하면서 어찌 사람을 이해하고 상담하려 하느냐는 마음을 주시며 신학으로 이끄셨다. 그렇게 파주 고려신학교와 백석대학교 기독교상담학과를 졸업했다”면서 “고신에서 전임전도사로 섬기다가 카이캄에서 목사안수를 받고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개인 상담사역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상담소를 전전하다가 상처받은 중증 환자들이 주로 내담자로 찾아온다. 환시에 환청까지 진단받은 조현병 환자, 7살로 퇴행 진단을 받은 청년, 정신병원에 입원시켜야 한다는 케이스까지 심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알음알음 김 목사를 찾아 상담치료를 받고 있다. 매일 3건 이상, 5년간 1000회가 넘는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김 목사는 “우리 사회에서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은 꾸준히 그리고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사람을 온전히 치유하시는 이는 오직 사람을 지으신 하나님뿐이다. 하나님의 사명자들이 담당해야 한다”며 “마음의 병 끝자락에 놓인 사람들을 구해내기 위해 상담사역을 하는 사람들과 연합하고 교류하고 싶다. 하나님이 보여주신 교회 개척의 비전을 바라보며 나에게 맡겨진 상담사역을 감당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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