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종교인과세, 갓 쓰고 양복 입은 어색한 모양

  • 입력 2022.06.30 17:32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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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과세 특별대우 바라지 않아. 어색함에서 벗어날 통일된 답안 만들어야”

종교인과세가 시행된지 5년이 지난 시점에 한국교회가 이를 제대로 적용하고 있는지, 개선해야할 점과 과제는 무엇인지 점검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단법인 한국교회법학회(이사장 소강석, 대표회장 이정익, 학회장 서헌제)가 6월30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종교인과세 시행 5년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제29회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인사말을 전한 서헌제 교수는 “교회는 하나님의 법이 통치한다. 동시에 현실 사회에서 움직이는 단체로서 국가의 법도 지켜야 한다. 이 두 영역이 부딪히는 영역 중 하나가 세금 문제”라며 “교회가 세금을 내는 것은 좋지만 국가가 교회를 사찰하고 간섭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교회가 목소리를 내고 함께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교회법학회는 2017년 ‘종교인과세 한국교회공동TF’에 참여하여 종교인과세가 정교분리원칙에 위반하여 교회에 대한 통제수단이 되지 않도록 시행령을 마련하는데 힘썼다”며 “다행스럽게도 종교인과세가 잘 정착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했다.

서 교수는 “종교인과세 시행 5년이 되는 시점에 염려되는 것은 교회 안에서 종교인과세 해보니 별거 아니더라는 안일함이 확산되는 것”이라고 경계함과 동시에 “교회와 목회자가 당당하게 세금을 내고 세상의 비판에서 자유로워졌다는 것과 보다 재정적으로 투명해지는 효과도 얻게 되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며 “오늘 세미나를 통해 이러한 것들을 평가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홍순원 교수(협성대 기독교윤리)가 ‘종교인과세의 신학적 평가’에 대해, 김영근 회계사(회계법인 늘봄)가 ‘종교인과세의 실증적 분석’에 대해, 이석규 박사(세무법인 삼도)가 ‘종교인과세제도의 재설계’에 대해, 이상복 세무사(한세연 공동대표)가 ‘세무조사와 교회재정운영’에 대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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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석규 세무사는 현행 종교인과세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소득 과세제도의 재설계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 세무사는 먼저 “하나의 종교단체에서 종교인별로 근로소득으로 선택하여 신고해도 되고, 종교인소득으로 선택하여 신고해도 되고, 과세기간별로 소득의 종류를 달리 선택해도 된다. 아울러 원천징수시에는 종교인소득을 선택했더라도 연말정산이나 확정신고시에는 근로소득으로 선택할 수 있고, 원천징수시에는 근로소득을 선택했더라도 연말정산이나 확정신고시에는 종교인소득을 선택하여 신고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종교인소득 과세제도를 다른 과세제도에 비추어 보면 조세법체계나 조세법이론에 비해 많이 어색하고 낯설다”고 지적했다.

이 세무사는 “세금의 종류를 납세자가 선택하게 함은 옳지 않다. 세금납부 시기를 납세자가 선택하게 하면 안 된다. 종교활동비 규정은 전체적으로 재정비가 필요하다”면서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제시했다.

이 세무사는 “종교인소득 과세제도가 시행된지 5년째다. 빨리 시행해야 한다는 정치적 목적 때문에 사전준비가 많이 미흡한 상태에서 출발하다보니 갓 쓰고 양복 입은 것처럼 어색한 모양이 됐다. 종교계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해줄테니 신고납부만 해달라는 모양처럼 됐다”고 했다.

이어 “이는 과세당국도 종교계도 일반인도 개운하지 않은 상태다. 일반인은 종교계가 국가로부터 더 많은 혜택을 보는 것처럼 여겨지고, 종교계는 비과세에서 과세로 전환되는 바람에 예전에 비해 불리한 상황이라 여기게 되고, 과세당국은 그 나름대로 집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 세무사는 “종교계의 바람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일반인에 비해 다른 혜택을 달라고 하지도 않고 그러고 싶은 생각도 없다. 국가에 대해서도 납세의무를 이행할 생각도 있고 종교관련 종사자를 특별대우하라는 것도 아니다”라며 “이러한 어색함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머리를 맞대고 서로의 질문을 한 책상에 올려놓고 하나의 통일된 답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것이 종교인소득 과세가 하나님의 지경을 넓히는 일이고,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또 다른 길 중의 하나라고 믿는다”며 “이것이 종교인 비종교인 및 과세당국 모두에게도 바람직한 일일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어진 3부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은 박요셉 목사(이사, 새에덴교회)의 사회로 강태평 교수(백석대 대학원)와 이대규 세무사(영한세무법인 대표)의 지정토론과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한편 세미나에 앞서 드려진 예배는 황영복 목사(상임이사)의 인도로 권태진 목사(군포제일교회)가 마태복음 16장15~18절, 23절을 본문으로 설교말씀을 전했다.

권 목사는 “베드로는 예수님으로부터 ‘반석 위에 교회를 세우리라’는 말씀을 듣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단아 물러가라’는 말도 들는다”며 “교회를 세우는 일에 힘쓴답시고 교회를 허무는 일에 앞장서게 될 수도 있다. 사람의 일을 생각하게 되면 진리를 거스르게 된다. 하나님의 일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나님의 말씀에 우선순위를 두고, 세상의 모든 것은 후순위로 두어야 한다. 교회를 세우기 위한 목표로 나아가야 한다. 하나님의 교회를 위해 진리를 세우고 예배를 지키며 나아가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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