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칼럼] 바람을 잡는 인생

  • 입력 2022.11.18 16:37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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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목사 (아름다운교회)
[프로필]
▣ 순복음 신학교 교수
▣ 前 일기연, 42대 고양시기독교연합회장
▣ 사랑이 있는 마을 담임
▣ 아름다운교회 담임목사
 

“내가 해 아래서 행하는 모든 일을 본즉 다 헛되어 바람을 잡으려는 것이로다”(전 1:14)

미국 역사 중에 미국인들의 경종을 울렸던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1923년 어느 날 시카고에 있는 에드워드 비치 호텔에서 그 당시 미국 최고의 부자라고 불리는 7명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그들의 부는 그들의 전 재산을 합칠 때 미국 전체의 국고를 능가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신문 기자가 시카고에 모였던 그날로 시작해서 정확히 25년이 지난 후의 그들의 생애가 어떻게 되었는지 추적해서 발표했습니다. 첫 번째 사람이었던 강철회사 사장, 찰스 슈업은 25년 후 무일푼의 거지가 되어 죽었습니다. 두 번째 사람인 알써 카튼은 밀농사로 거부가 된 사업가였는데 그 역시 파산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쓸쓸하고 고독한 가운데 혼자 임종을 맞이했습니다.세 번째 사람인 리처드 위트니는 뉴욕 은행의 총재였지만 자기를 둘러싼 여러 가지 정황이 잘못되어 감옥에서 고독하게 여생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네 번째 사람인 엘버트 홀은 미국의 재무장관까지 지냈지만 감옥에서 막 풀려나와 집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섯 번째 사람인 웰스프트의 회장이었던 J. C. 리버모아는 인생의 끝을 자살로 마쳤습니다. 여섯 번째 사람인 국제은행 총재였던 프레이져 역시 자살로 자신의 삶을 마쳤습니다. 일곱 번째 사람인 이반 크루컬은 부동산 업계의 거부였지만 자살 미수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인생은 미국인들에게 부의 허무를 알려주는 커다란 충격과 교훈이 되었습니다. 전도자는 해 아래서 행하는 모든 행위를 ‘다 헛되어 바람을 잡으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의 눈에 아무리 의미 있어 보이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거시적으로 볼 때 모든 일은 바람을 잡으려는 것과 같이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211년 로마황제 셉티미우스 세베루스가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 장면이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 제11권에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로마 황제 세베투스는 아들 카라칼라와 게타를 비롯한 가족과 측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지막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나는 모든 것을 이루었다. 원로원 의원도 했고, 변호사도 했다. 집정관도 했고, 대대장도 했다. 장군도 했다. 그리고 황제도 했다. 국가 요직은 모두 거쳤고, 임무를 충실히 해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 모든 것이 다 헛된 것 같구나.” 솔로몬과 세베투스, 이 두 사람 사이에는 1100여년 정도의 시간이 가로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인생을 마지막으로 정리하며 내린 결론은 똑같습니다. 그 결론을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 영혼과 마음에는 이 세상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신비한 그 무엇인가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회생활에서 얻어지는 것이나 교회에서 붙여주는 호칭만으로는 진정 만족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우리 영혼과 마음속에 있는 것입니다.

젊은 시절 이단과 육체의 쾌락에 빠져 탕자의 삶을 살았던 어거스틴은 그의 『참회록』 첫 페이지에서 “하나님, 당신은 당신을 위하여 우리를 창조하셨으므로 우리가 당신 품안에 돌아오기 전까지는 참된 안식이 없었나이다”고 고백했습니다. 천재 수학자인 파스칼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나서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이 세상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큰 공허가 있습니다. 그 공허는 주님께서 찾아오시기 전에는 어느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2~30년 전보다 훨씬 더 좋은 것을 먹고, 훨씬 더 좋은 옷을 입고 살면서도, 여전히 외로워하며 목말라 하는 사람들을 우리 주변에서 봅니다. 2~30년 전보다 재산도 많아지고,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지만, 여전히 공허함이나 고독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봅니다. 마음의 굶주림이 이렇게 채워지지 않는 것을 보면, 우리 안에는 눈에 보이는 물질이나 세상 것으로 채울 수 없는 신비한 세계가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집니다. 물질이나 지위나 호칭에 의존하는 인생살이에는 언제나 불만족과 불안이 쌓이게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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