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칼럼] “우리 주변에 신덕균이 있다면...”

  • 입력 2022.11.27 07:38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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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 기흥 CGV에서 한국 기독교 최초 뮤지컬 영화인 ‘머슴 바울’을 보았습니다. ‘머슴 바울’은 사람의 머슴에서 주님의 머슴으로 거듭난 한국교회 제1호 목사인 김창식 목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일사각오 주기철’을 연출한 권혁만 감독님이 만든 것인데요. 저는 너무 바쁜 일정을 보내느라 겨우 도착하여 첫 컷은 지나고 두 번째 컷부터 본 것 같습니다.

영화는 제임스 홀 선교사 부부와 동역을 하는 김창식의 모습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사실 김창식은 처음부터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서양인들이 조선 아이들을 유괴하여 삶아 먹는다는 괴소문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하여 올링거 선교사 부부의 머슴으로 들어갔다가 선교사 부부의 사랑과 친절에 감화를 받아 예수님을 믿게 된 것입니다. 그 후로 아펜젤러 선교사에게 세례를 받고 제임스 홀 선교사를 만나 평양 선교 사역에 동참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평양 선교의 길은 온갖 고난과 박해가 따르는 길이었습니다. 급기야 평양 기독교 박해사건으로 김창식은 감옥에 갇혀 온갖 고문을 당하다 거반 죽음의 지경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평양 관아의 비장(조선시대 감사·절도사 등 지방장관이 데리고 다니던 무관) 신덕균이라는 자는 “이래도 예수를 믿겠느냐”고 겁박을 합니다. 그러자 김창식은 “나를 사형을 시킨다고 해도 예수를 믿고 전할 것이오. 그리고 당신이 나에게 악으로 대한다 해도 나는 악으로 갚지 않고 선으로 갚을 것이오”라고 말합니다. 신덕균은 김창식의 말에 오히려 더 격분하여 잔인하게 고문을 가합니다. 급기야 김창식이 풀려난 이후에도 사람들을 조종하여 김창식에게 돌팔매질을 하게 할 정도로 분노하고 증오를 합니다.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김창식은 제임스 홀 선교사를 도와 평양 선교 사역을 하다 마침내 다른 6명의 목사와 함께 대한민국 제1호 목사가 됩니다. 그 후로 길 위의 시간이 흐르고 흘러 수십 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김창식 목사는 서북지역에 48곳의 감리교회를 세우고 사람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115번의 명설교를 하였습니다.

어느덧 김창식 목사에게 인생의 겨울이 오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기다리고 있는 그에게 한 노인이 찾아옵니다. 김창식 목사와 의사가 된 아들 김영진이 전염병이 창궐 할 때 고쳐준 한 아이의 할아버지라고 소개하면서 너무나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 알겠느냐”고 물어봅니다. 그는 바로 평양 기독교 박해사건 때 김창식을 모질게 고문했던 신덕균이라는 자였습니다. 김창식 목사도 사람인지라 순간 몸이 경직되고 부르르 떠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데도 그는 마음에 사랑과 용서의 꽃을 피우며 자신을 변화시켰던 성경을 선물로 줍니다. 김창식 목사의 끊임없는 사랑에 감복한 신덕균은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고 그 후로 더 이상 관아에서 교회를 핍박하지 않도록 보호를 하였고 스스로 자녀와 손자까지 교회를 데리고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제 머릿속에 이런 영화 대사가 떠올랐습니다. “은혜가 은혜를 부르리니 사랑과 용서의 꽃이 피리라.” 아니, 그런 대사를 넘어서 이런 노래가 흘러 나왔습니다. “사랑이 사랑을 부르고, 용서가 용서를 부르리니 마음에 사랑과 용서의 꽃이 피리라” 훗날 김창식 목사의 아들 김영진과 홀 선교사 부부의 아들 셔우드 홀은 의사가 되어 해주 구세병원에서 재회를 하여 결핵 환자 치료에 뜻을 모아 한국 최초의 크리스마스 씰을 발행하게 됩니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입니까? 이 영화는 사랑과 용서만이 우리를 자유하게 하고 구원을 풍성하게 한다는 메시지를 준 것입니다.

저도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제 주변에 신덕균과 같은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지난날 백암교회를 개척할 때도 그렇고, 서울에 올라와 가락동에서 새에덴교회를 처음 개척할 때도 미워하고 증오해야할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또한 김창식 목사가 예수님을 영접하기 전, 처음에 서양인들이 조선 아이들을 삶아 먹는다는 인포데믹, 가짜 뉴스를 들었던 것처럼, 저도 얼마 전까지도 말도 안 되는 인포데믹, 가짜뉴스를 유포한 신덕균과 같은 사람 때문에 시달릴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 역시 부족하지만 지금까지 은혜가 은혜를 부르고 사랑이 사랑을 부르고 용서가 용서를 부르는 삶을 살려고 몸부림쳐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제 마음에 사랑과 용서의 꽃을 피우려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주여, 지금까지 저의 꿈이 길 위에 잠들지 않은 것처럼, 한국교회 연합사역과 공적사역의 꿈이 잠들지 않게 하옵소서. 그리고 내 안에도 사랑과 용서의 꽃이 계속 피어나게 하옵소서.”

다가오는 12월, 크리스마스 씰을 사는 마음으로 믿지 않는 사람이나 친구들과 함께 가서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채워줄 ‘머슴 바울’ 영화를 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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