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예환 칼럼] 하나님의 예정하심

  • 입력 2022.12.01 11:26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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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환 목사(갈보리교회) 

[프로필]

▣ 총회부흥사회 대표회장 역임

▣ 한국기독교영풍회 대표회장 역임

 

 

그렇게 연탄가스로 온 가족이 죽을 뻔하고도 우리는 그 집 지하실 방을 오래도록 떠나지 못했다. 돈이 없어서 다른 집에 갈 수 없었고, 그보다 더 싼 방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면 그곳에서 만날 사람이 있어서 하나님은 우리를 계속 그 집에서 살도록 하셨던 건인지도 모른다. 아직 겨울이 채 사라지기 전, 2월 마지막 날 때쯤, 우리 가족이 다니는 교회에 아내가 등록했다. 막 대학을 졸업하고 우리 교회 옆에서 학원을 하게 되어 아내가 이사를 온 것이다. 나는 신학생으로 교회학교와 성가대로 봉사하고 있었다. 아내도 교회학교 교사로 성가대로 봉사하게 되었는데, 반주자가 결혼해서 나가고 아내가 본 성가대 반주자가 되었다. 아내는 전공도 아닌데 부족한 자신에게 반주의 귀한 사명을 주신 것이 정말 감사하다며, 모든 예배 시간 가장 먼저 교회에 나와 피아노를 깨끗이 닦아놓고 찬송을 은은히 치며 예배를 준비했다. 어머니도 항상 교회에 일등으로 가셨다. 그리고 맨 앞자리에 서서 예배를 준비하는 기도를 하셨는데, 아내는 어머니의 기도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고 한다. ‘저 진실한 기도는 하나님이 꼭 들으실 거 같다’라며. 어머니 또한 몇 해를 봐도 한결같이 성실하게 일찍 나와 반주하는 아내가 꼭 마음에 드신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 형편에 마음에 드는 며느릿감이라고 말을 꺼낼 처지도 아니니 그저 기도만 할 것이라고 하셨다. 온갖 기적의 현장에서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르기는 쉬웠다. 그러나 십자가에 돌아가실 때 한편 강도는 그 가장 초라한 예수님을 영접했다. 그래서 어쩌면 그 한편 강도가 가장 믿음이 좋았던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아내는 지하실에 사는 우리 집에 와서 가난한 그 형편을 다 보고도 주저하지 않고 나와 결혼을 했다. 그리고 교회 개척하고 가난하고 힘든 모든 시절을 함께 견디어 왔다. 교인들이 중매를 부탁할 때가 많다. 부흥회를 다니니 믿음 좋은 청년들 좀 찾아봐 달라고들 한다. 그래서 믿음 좋은 청년을 소개해 보면 결혼이 성사되는 법이 없다. 몇 번을 실패하고야 나는 깨달았다. ‘믿음 좋은’이 단 하나의 조건이 아니라 모든 조건을 갖춘 것에 ‘믿음 좋은’ 이 더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결혼 기도를 한다며 적어놓은 기도 제목이 수십 가지인 것을 본다. 조건만 맞으면 신앙은 차차 가지면 된다는 사람들도 본다. 무엇이 우선순위인 건가? 나는 정말 헷갈리는 일들이다.

사람들이 잠깐 잊고 있는 것이 있다. 가지고 있는 조건은 언제나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건강한 자와 결혼했지만 병들 수 있고, 부유하다고 결혼했지만 가난해질 수도 있다. 좋아서 결혼했지만, 그 마음 변해서 평생 원수끼리 사는 것이 결혼이라 하지 않는가. 변하지 않는 것은 오직 하나님뿐이다. 그 모든 조건을 좌우할 수 있는 분도 하나님이다. 그럼 기준을 어디에 두고 배우자를 선택해야 할까?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사람, 하나님이 쓰시는 사람,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사람을 선택해야 실패 없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너무나 간단하고 당연한 일인데, 현실만 보고 당장 이익만 보는 사람들은 하나님이 순위에서 밀려나고 만다. 그럴싸한 조건들이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 믿는다. 자존심을 세워줄 것이라 여긴다. 그 모든 것을 한순간에 무너지게 할 수 있는 분이 하나님이시란 걸 잊는다. 과연 믿음이 무엇일까? 무엇을 믿고 있는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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