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국 칼럼] 어디까지 갈까?

  • 입력 2022.12.15 13:44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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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국 목사 (한소망교회)

[프로필]

▣ 협성대학교 신학과 졸업

▣ 감리교신학대학교 선교대학원 졸업

▣ 서울남연회 강동지방 감리사 역임

▣ 온맘 닷컴 “목회칼럼” 연재

 

 

우리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은 애완견을 유모차에 태우거나, 안고 다니거나, 함께 동행 하듯 다니는 사람들 모습이다. 애완견이 아니라 반려견이라는 말까지 한다. 필자도 애완견을 15년 키우다 수명을 다해 떠나보내기도 했다. 가끔은 도가 지나치다고 생각할 정도의 모습이 보일 때는, 이것은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지나간 2002년 글을 정리하다가 그런 글을 읽었다. ‘어디까지 갈까?’ 전문이다. “세상에는 변하지 않고 있는 것도 많겠지만 대부분은 변하는 것이다. 그런데 변해도 이렇게까지 변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변하는 것이 있다. 몇 일 전에 신문을 읽다가 정말일까 할 만큼 의구심이 가는 대목이 있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는 월드컵을 준비하느라고 분주하다. 전국에 있는 월드컵 경기장을 모두 개장을 하였고, 앞으로 월드컵이 열리는 날까지는 경기장 주변을 경비를 한다. 몇 달 전에는 외국의 언론과 단체에서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기호식품으로 선호하는 보신탕을 가지고 설왕설래하였다. 조금은 잠잠해진 듯 요즘은 조용하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국민소득 10,000불을 향해 달리는 선진국 진입에 들어왔다. 물론 한때 외환위기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한창 힘들고 어려운 때 같지는 않은 것 같다.

물론 실물경제를 다루고 체감으로 느끼는 경제는 더욱 악화될 수도 있겠다. 사회가 점점 복잡화하고 인간의 마음들이 점점 외롭고 심리적인 위기감을 가지게 될 때 무엇인가를 의지하고 기대고 새로운 사랑의 대상을 찾으려고 한다. 아니 생활경제 수준이 조금 향상되면 인간은 무엇인가를 키우면서 인간의 허전한 마음과 무의미함을 달래려고 한다. 그 가운데 근대에 들면서 집집마다 키우는 것이 애완견 등이다. 요즘은 애완동물도 다양하다. 애완견. 고양이, 심지어는 도마뱀 등을 집에서 사람과 함께 키우고 있다. 과거에는 집에서 개를 키우는 것은 뚜렷한 목적이 있었다. 보신용이라든지, 집을 지키게 하기 위함이라든지, 사냥을 하기 위함이라든지, 분명했다. 그리고 지금처럼 집집마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시대는 아니었다. 그런데 오늘날은 경제수준이 향상되고 핵가족 중심이 되어 가다보니 점점 애완동물을 사람들이 선호하고 키우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런 애완동물만을 취급하는 여러 가지 사업들이 성행을 하게 되었다. 동물병원이 그중의 하나이다. 요즘의 동물병원은 인기 있는 직업 중 하나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수의사가 기껏해야 가정에 소나 가축들이 질병이 들고 새끼를 낳을 때 수의사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에 가끔씩 볼 수가 있었다. 고향교회에도 수의사 하시는 장로님 한 분이 계셨는데 항상 보면 가방을 들고 방문하면서 가축을 돌보는 것을 자주 보았다.

그런데 요즘은 동물병원을 보면 웬만한 시설을 뺨칠 만큼 고급화가 되었다. 애완동물만을 다루는 미장원이 성업 중이고, 사람들이 휴가나 출장을 갈 때 비어있는 동안 애완동물을 맡겨 부탁을 하는 곳까지 성업 중이다. 그러던 것이 드디어는 삼베 수의로 입히고 오동나무 관까지 사용해서 애완견 장례를 치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말에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있다. 얼마나 개 팔자가 사람 팔자보다 편하고 쉬우면 이런 말까지 나왔겠는가? 지금 우리들의 주변은 사실 심각할 형편이라고 한다. 외환위기 이후에 밀어닥친 경제는 휘청거린다고 하며, 걸식노인들이 수백만을 넘는다고 한다. 소녀 소년 가장들이 점점 수를 더하고 있고 청년실업자의 증가, 거리에는 노숙자들이 즐비하고 시설과 힘들고 어려운 곳에서는 예년같이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없다고 야단들이다. 이런 가운데 애완견 장의 업이 강남에서 인기라는 신문을 보니 왠지 씁쓰레한 기분이다. 모든 것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있다고 한다. 수요자가 있으니 공급자가 있게 마련이다. 강남의 수준이 다른 지역보다 조금은 났기에 그런지는 모르지만 어디까지 갈까? 정말 의구심이 든다.

애완견 장의업체가 1999년 7월에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장의업체를 찾는데 지금은 한 업체는 한 달에 100명 정도가 된다고 한다. 그리고 애완견을 화장장으로 하고 납골당까지 만든다고 한다. 점점 수요자가 증가되니 납골당과 화장장을 증축하고 투자를 많이 한다고 한다. 그리고 장례절차도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고 한다. 삼베 수의를 입히고 라면박스 만한 오동나무 관에 넣고 개 전용 화장터에서 화장한 뒤 납골당에 안치한다고 한다. 화장장에는 천도재나 장례예배가 열리기도 한다고 한다. 앞으로는 애완견 전용 결혼식장도 있을 날이 오지나 않으런지 모르겠다. 개는 역시 개일 뿐인데 왜 그렇게 야단을 떨고 소란을 피워야 하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성경을 보아도 천하에 가장 소중하고 귀한 것은 사람이라고 했다. 그리고 묻고 싶은 말이 하나 있다. 야단스럽게 호들갑을 떠는 자들이여 얼마나 이웃의 불행과 가난과 빈곤에 시달리는 이웃을 돌보고 관심을 가지고 함께 울고 웃었는가? 아직도 사람이 개만도 못한 대우를 받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아는가?(200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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