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빈방 있습니까?

  • 입력 2022.12.15 14:36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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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방 있습니까?’ 베들레헴 온 동네를 다니며 처절하게 외치는 요셉에게 선뜻 방이 여기 있다고 부르는 대답은 없었다. 만삭이 된 아내의 태중에서 생명이 세상에 나오기 위한 시간은 점점 가까워오는데, 해산할 자리는 좀체 구할 길이 없어 안타까움만 더해가는 순간 그의 눈에는 비어있는 마구간이 들어왔다. 마구간이면 어떠랴! 삭풍을 막아줄 수만 있다면 그까짓 마구간이면 어떠하랴 싶어 급히 아내 마리아의 무거운 몸을 감싸듯이 이끌어 자리에 앉혔다. 이내 아기는 고고(呱呱)의 울음을 터뜨리고 세상으로 나왔다.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오시던 날 밤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만 왕의 왕으로 오신 이의 탄생 스토리는 이렇게 극한의 추위를 뚫고 뜨끈한 세도가의 아랫목이 아닌, 외롭고 쓸쓸한 찬바람만 겨우 가릴 수 있는 외딴집 빈 마구간에서 태어나셔야 했다. 태어나자마자 강보(襁褓)로 싸서 구유에 뉘었다고 성경 기자 누가는 전한다(눅2:7). 비단 금침에 싸여 누인 귀한 집 자제의 모습은 결코 아니었다. 세상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낮고 천한 자의 모습 그 자체였다. 인간의 눈에 비친 그의 탄생 스토리는 그렇게 초라했다.

그러나 우리 주님의 탄생은 그렇게 간단히 많은 사람의 동정이나 구하는 순간의 이야기로만 끝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때도 아마 지금처럼 사람들의 마음속에 시기와 질투와 교만의 영이 가득한 가운데 죄악이 관영(貫盈)하여 어두워진 세상에 빛을 비추시고자 오셨던 분이시다. 그를 영접하는 자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신다(요1:12) 말씀하셨으나 세상은 그를 영접하지 아니하였다. 이를 시대적 상황이라고만 말하기에는 오늘날의 시대를 비추어봐도 부끄럽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끝없는 투쟁과 높이 쌓아가는 바벨탑 아래서 사람들은 그저 화려한 상가의 쇼 윈도우에서 생명의 주님을 찾기를 원하나 주님은 지금도 우리를 향해 외치고 계신다. ‘빈방 있습니까?’ 애타게 찾으시는 주님의 외치심에 응답하는 길은 하나다. 우리 모두의 마음에 마구간 하나라도 마련해두고 주님이 오시기를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이다. 모두가 다 마음의 문을 닫고 영접하기를 거절하는 현대 사회에 주님이 들어오실 자리는 보이지를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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