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예환 칼럼] 눈물로 씨 뿌리기(2)

  • 입력 2023.01.12 10:17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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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환 목사(갈보리교회) 

[프로필]

▣ 총회부흥사회 대표회장 역임

▣ 한국기독교영풍회 대표회장 역임

 

 

고등학생이 되니 신체가 성장하면서 온몸이 근질근질하였다. 아마도 그래서 청소년들이 패싸움도 하게 되는 것일 것이다. 동네 아이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시비를 걸다가 크게 싸움이 나서 전체가 경찰서에 잡혀간 적이 있었다. 나는 그때 왠지 그 일은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날은 나가지 않아서 나만 동네에서 무사한 적이 있다. 그 마음, 왠지 그 일은 하고 싶지 않았던 그 마음이 아마도 어머니가 평소 심어주신 기도의 덕이 아니었을까. 신학대학을 다니던 어느 방학에 나는 어머니가 일하시는 유리공장에서 아르바이트하였다. 어느 날 사고가 나서 사람이 다쳤다고 해서 달려가 보니 유리 조각에 발을 다쳐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사람은 바로 우리 어머니였다. 그때의 충격과 가슴 아픔은 정말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 어묵 공장, 햄 공장, 두루두루 안 해본 일이 없다. 공사장에서 일하는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 계속되었다. 나는 쉬지 않고 일했다. 사람들이 조금씩 요령을 부리고 쉬어가며 일할 때도, 주어진 쉬는 시간조차 나는 쉬지 않고 일해서 다른 사람의 곱절 일을 해냈다.

사실 나는 그냥 일에 푹 빠져 있어서 쉬는 시간인지도 몰랐다. 일할 수 있다는 것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하고 절실했기도 했고, 어딘가 푹 빠지고 싶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 공사장 관리자는 눈여겨보았던지 어린 내게 남보다 많은 일당을 주었다. 밤에도 공사장을 지키며 공부할 수 있도록 밤일까지 하게 해주었다. 공사장의 다양한 현장 경험이 지금 목회하며 교회를 관리하고 남 선교회와 일 이야기를 나눌 때 유익하게 사용된다. 그 많은 교회 건물 변경 공사도 공사에 대한 경험이 있었기에 좀 더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가난이 나를 훈련하여 가난하든 부하든 어떠한 형편에 처하든지 두려울 게 없다. 가장 밑바닥의 삶을 경험했기에 어떤 상황이든 자족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이 가난의 경험은 선교 오지에 갔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다. 나는 어떠한 환경에 있든지 어떤 이상한 먹을거리를 주던지 다 감당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시골에 부흥회를 가면 노인들이 손가락을 푹 담기게 국을 퍼다 주어도, 파리떼가 앉았다 일어섰다 춤을 추고 있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나 스스로가 기특하다. 삶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경험하게 한다. 그것은 때로 불필요해 보이고 힘들고 괴로운 일일 때도 있다.

그러나 지나고 나면 그 모든 경험이 삶에 연결되고 그것들이 모여서 삶에 유익이 되는 것을 깨닫는다. 요셉의 삶이 그러했다. 노예로 팔려 가서 가정 총무로 일하며 한집안의 살림 운영을 배웠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서 정치범들과 왕의 측근들을 통해 정치를 알게 되었다. 결국 이집트 총리가 되어 한 나라를 다스릴 때 이 경험들은 매우 유익하게 사용되었다. 하나님이 우리를 훈련하시는 모든 계획에는 빈틈이 없다. 결국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하나의 자기 삶이 된다. 지금 세월이 지나 우리 어머니는 우리 교회에서 가장 편한 노인이시다. 주말이면 당신이 좋아하시는 꽃집으로 가셔서 교회를 장식할 화분을 고르시는 일 외에 아주 할 일도 걱정도 없도록 자녀들이 다 무난히 살고 있다. 그 힘들고 어렵던 중에도 먼저 하나님을 사랑하며 늘 감사하며 눈물로 씨를 뿌린 어머니의 헌신과 기도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지금 부모님이나 형제들이 가난하고 힘들다면, 목회하는 내게 한걱정이 되었을 텐데 모두 편안하시니,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눈물의 씨를 뿌리면 기쁨의 단을 거두는 날이 반드시 온다. 낙심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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