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기관 분열은 지도자들의 명예욕과 사유화 시도 때문

  • 입력 2014.03.13 09:07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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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는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CCK)를 양축으로 지난 수십 년간 한국교계를 대표하는 연합활동을 펼쳐왔다. 연합 단체의 역할은 한국교계의 대표적 목소리를 사회에 전달하고, 연합을 통하여 대외적 도전이나 진리 수호를 위해 힘써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한국교회 연합 단체들이 분열하고 있다. 기존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교회협)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외에 2012년에 한국교회연합(이하 한교연)과 최근에는 한기총의 가입 교단 중 이단 시비 문제로 주요 교단의 탈퇴선언과 함께 제4의 연합기관 설립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그럼에도 연합 단체들은 서로 하나 되기를 원하고 있다. 한기총은 2월27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교연과 통합을 위한 9인 위원회를 구성하고, 대표 회장이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한교연도 3월17일 임원회를 통해 이 문제를 다룬다는 입장이다.


연합기관 분열은 지도자들의 명예와 욕심 때문

한국교회언론회가 한국교회 연합에 대하여 교계 일선에서 가장 많은 정보와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교계 기자들에게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방법은 교계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통한 질문서를 보냈고, 2월15~28일 사이에 24개 언론사 37명의 기자가 응답했다.
교계의 어두운 이야기는 물론 드러나지 않은 혹은 드러낼 수 없는 정보들까지 모두 담고 있는 기자들이 응답한 결과라서 일반인들의 응답보다 더 주목된다.

설문 결과 기자들은 연합단체의 필요성에 절대적으로 공감했고,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분열이 지도자들의 명예와 욕심, 공교회를 사유화하려는 시도 때문이라는데 압도적인 지지를 보였다.

첫 번째 항목, 「연합단체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필요하다’는 응답이 33명으로 89.2%, ‘필요 없다’는 응답도 3명으로 8.1%가 집계됐다. 무응답도 1명이 나왔다. 결국 연합단체는 존재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다.

두 번째, 「제4연합기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는 응답이 30명으로 81.1%를 기록해 또 다른 기관 출범에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만들어져야 한다’는 응답은 3명으로 8.1%에 불과했고, ‘만들어지되, 연합의 견인차 역할만 하고 해체되어야 한다’는 응답도 4명으로 10.8%를 차지했다. 

세 번째 질문 「한국교회 연합단체 분열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복수 응답에서는 ‘지도자들의 명예와 욕심, 공교회를 사유화하려는 시도 때문’이란 응답이 34명으로 91.9%를 차지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뒤를 이어 ‘교단들 간의 정치적 목적에 따른 합종연횡’이란 응답이 24명으로 64.9%, ‘특정 대형 교단들의 힘겨루기’라는 응답에도 21명이 답해 56.8%였고, ‘한국교회를 이끌 지도자의 부재 때문’이란 응답도 17명으로 45.9%를 차지해 기자들이 현장에서 보고 듣고 내리는 판단이 응답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진보·보수 연합기관 ‘한 지붕 두 가족’ 선택
네 번째, 「연합단체 형성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으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진보와 보수성향의 연합기관이 각각 존재해야 한다는 의견이 진보와 보수 상관없이 하나 되어야 한다는 의견보다 앞섰다. ‘한기총에서 비롯된 보수적 교단들은 다시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항목에 답한 것이 18명으로 48.6%인 반면 ‘한기총과 교회협까지 포함된 하나의 기구가 되어야 한다’에 12명이 답해 32.4%를 기록했다. ‘연합 단체가 신설되는 대로 그대로 인정하고 내버려 두어야 한다’에 2명이 답해 5.4%였고, 무응답도 4명이었다. 

다섯 번째, 「하나의 기구가 되기에는 이단성 문제, 신학적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질의에는, 진보와 보수 문제는 ‘한 지붕 두 가족’으로 하고, 이단성 문제는 문제가 되는 교단을 다시 검증하여 퇴출시키는 방안이 좋다는 것에 19명(51.4%)이 응답했다. 

여러 단체들이 하나가 된다는 전제 하에 가칭 ‘연합위원회’를 구성하여 충분히 논의한 후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에 12명이 동의해 32.4%를 차지했고, ‘무조건 하나가 되어야 한다’와 무응답이 각각 3명으로 8.1%씩을 차지했다. 

기자들은 진보와 보수의 벽을 넘어 하나의 연합기관을 원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한 지붕 두 가족’을 대안으로 삼고 있었다. 마치 대한민국 국회 내에 여당과 야당이 존재하듯이 서로의 신학적 차이를 인정하며 기독교 전체의 발전을 도모하는 그림을 원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여섯 번째, 현재 연합단체들의 분열로 기독교의 중요 절기인 부활절과 성탄절에 일반 언론 보도에서 가톨릭으로 치우치는 경향과, 「기독교가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통로 중 하나가 막히는 현상에 대해서 어디에 책임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교회에 책임이 더 있다’는 응답에 25명(67.6%)이 답했다. ‘한국교회와 언론 모두에 책임이 있다’에 10명(27.0%)이 응답했고, ‘언론에 책임이 더 있다’와 무응답이 각각 1명씩으로 2.7%를 차지했다.


대사회 창구로서 봉사와 선교의 연합체 되어야

일곱 번째, 「한국교회 연합에 가장 걸림돌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도자들이 교권과 명예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응답지가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아 64.9%를 차지했다. ‘각 교단 총대들의 인식 부족 때문이다’에 7명이 답해 18.9%로 뒤를 이었고, 그밖에 ‘진보와 보수, 보수와 진보의 이해 부족과, 신학 차이 때문이다’에 답한 기자도 6명으로 16.2%를 차지했다. 

여덟 번째, 「연합 단체가 한국교회를 위해서 어떤 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질문에 대하여 복수 응답하기를, ‘한국교회의 대정부, 대사회 창구역할’과 ‘대사회 봉사 및 선교를 위한 연합체가 되어야 한다’에 각각 25명씩이 답해 67.6%씩을 차지했다. 

타 종교와는 달리 연합기관끼리 목소리가 달라 안타까웠던 마음들이 대정부, 대사회를 향한 하나의 목소리를 원하는 마음으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교회 전체가 당연히 감당해야 할 선교와 봉사에 있어 공동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인식도 엿보인다.

다음으로는 ‘한국교회의 개혁과 자정을 위해 힘써야 한다’에 23명이 답해 62.2%를 차지했다. 또 ‘안티 기독교 세력과 이단세력들을 대응해서 싸워야 한다’는 응답도 17명으로 45.9%를 차지했다. 순위로는 밀려났지만 62.2%와 45.9%라는 높은 응답율을 보인 것으로 보아 한국교회 개혁과 안티 기독교 대처에 대한 절실함도 묻어난다.

그 외에 ‘신학과 이단, 한국교회의 이슈에 대한 문제점을 정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항목에도 13명이 답해 35.1%를 차지했고, ‘개교단과 개교회의 이익 단체’와 ‘기독교를 하나로 묶어 강력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에도 각각 3명씩 답을 해서 8.1%씩을 차지했다.
이 설문에 응답한 교계 기자들의 기자 활동기간은 20년 이상이 5명으로 13.5%, 15~20년 사이 8명으로 21.6%, 10~15년 사이 10명으로 27.0%, 5~10년 사이 9명으로 24.3%, 5년 이하 5명으로 13.5%의 고른 분포를 보였다. 

또 기자들이 한국교계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가장 바라는 것이 ‘기자의 취재 분위기 등을 방해하지 말라’에 20명이 답해 54.1%를 차지했고, 두 번째로는 ‘언론사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바람이 9명으로 24.3%, ‘우수한 기자에 대한 시상(施賞) 등으로 자긍심을 심어 주어야 한다’에 6명이 답해 16.2%, ‘기자에 대한 교육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에 4명이 답해 10.8%를 차지했다.(일부 복수 응답) 


공교회의 역할과 책임 다해야

한국교계의 상황들을 가장 잘 아는 교계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한국교회에 연합 단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과 그러기 위해서는 지도자들이 공교회적 성격의 연합 단체에 대하여 사유화 하려는 명예와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 ‘한국교회’라는 공교회를 위해 연합단체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연합 단체의 역할은 한국교회의 대정부, 대사회 창구역할과 사회봉사 및 선교를 위한 연합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밖에도 한국교회를 지키기 위한 안티 기독교와 이단 세력들을 공동으로 대응해 나가는 노력도 포함된다. 

이로 보건대, 일선에서 활동하는 기자들의 생각이나 한국교회를 걱정하는 복음적인 대다수 목회자들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교회 연합 단체들이 한국 교회의 모범이 되고, 개교단이나 개교회들이 힘에 부쳐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에 대하여 뜻을 모으고, 한국교회와 대사회의 가교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연합 단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더욱 커지게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수 년 간 연합 단체들은 한국교회와 한국 사회에 실망을 안겨 주지 않았는지 되돌아 보아야 한다.

이제는 연합단체 대표자들이 말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한국교회 대다수가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를 살피고, 한국교회를 겸손으로 섬기며, 연합 단체의 공교회적인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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