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이반도 폭탄테러로 성지순례객 사망

  • 입력 2014.02.26 09:12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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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6일 이집트 시나이반도에서 발생한 관광버스 폭탄테러로 한국인 3명이 사망함에 따라 흉포한 테러를 일삼은 이슬람에 대한 비난과 함께 위험을 무릅쓴 성지순례에 대한 재고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테러로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한 한국인들은 성지순례중이던 진천중앙교회 성도들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그동안 이곳을 여행 자제지역을 뜻하는 2단계 여행경보를 유지하고 있다가 이번 참사가 터지자 여행 제한지역으로 한 단계 높이는 3단계로 격상했다.

이집트와의 외교갈등을 우려해 여행경보 단계를 높이지 않았다는 지적과 함께 정부가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굳이 성지순례를 감행하는 우리 기독교인들의 안일한 태도도 분명히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시나이반도는 지중해와 홍해 사이에 있는 삼각형 모양의 반도로서, 이곳에 위치한 시나이산은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곳으로 전해지고 있어 성지순례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때문에 기독교 신자라면 일생에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손꼽히고 있다.


근 3년간 지속적 테러 발생 지역
하지만 이곳은 최근 몇 년간 정치적·종교적 무장 세력이 준동하면서, 매우 위험한 여행지로 분류되는 곳이다. 2004년에서 2006년까지는 폭탄테러가 잇달아 발생해 사망한 관광객만 124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2년 2월에는 한국인 목사와 장로 등 네 명이 베두인족 무장 세력에 납치됐다가 석방된 적도 있다.

더군다나 시나이반도에서는 근래 3년 동안 계속해서 테러가 발생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다른 나라 성지순례객들은 여행을 자제하고 있지만 유독 한국 관광객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현지 여행사 관계자는 증언했다.

여기서 분명히 짚어야 할 점은 시나이반도는 2단계 여행경보가 발령된 여행 자제지역이었다는 점이다.

성지순례가 성경에 기록된 장소들을 돌아보며 신앙을 배가시키는 기회로 활용되지만 테러가 발생하고 있다는 정보를 알고서도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는 결코 박수받지 못할 행동임은 분명하다.

국가가 여행 경보를 내린 이상 여행을 자제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혹여 ‘하나님이 우리의 안전을 인도하신다’는 막연한 믿음으로 분쟁지역에 뛰어든다는 것은 위험천만하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한다.

위험을 자초하는 무모한 용기가 다른 이들에게는 시험이 되고, 전도에 있어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했어야 한다. 다른 모든 상황에서 그렇듯 사고가 발생되지 않았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을지라도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해당 지역의 성지순례를 인도하는 여행사도 이번 테러사태에 책임을 면키는 어렵다. 국가가 여행경보를 발령한 지역임을 성도들에게 인지시키고, 위험성에 대한 동의를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최소한 그곳을 방문하겠다는 이들에게 경고는 했어야 하는 것이다.


문광부, 특별여행경보 발령지역 여행 자제 요청
이번 테러로 우리 국민 3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기독교계와 여행관광업계에 해당지역에 대한 여행 자제와 여행객 철수 등의 협조를 요청했다.

지난 2월17일 서울 서계동 서울사무소에서 개신교 단체, 여행관광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집트 성지순례단 폭탄테러 관련 관계기관 회의’를 가진 문체부는 시나이반도 내륙과 아카바만 연안 등 특별여행경보 발령 지역에 대한 성지순례와 선교 목적 출국 등의 여행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문체부는 이날 회의에서 특별여행경보 발령 지역에 대한 여행객 현황을 파악하고, 관련지역에 체류 중인 단체 또는 여행자를 즉각 철수시키기로 했다.

또 현지 여행 단체와 선교사와의 비상 연락체계를 유지하는 한편 사태가 수습될 때까지 대책반을 운영하기로 했다.


‘반인륜적 폭거’ 엄정한 조사와 처벌 촉구
한편 이번 테러와 관련해 한국교회연합, 한국교회언론회 등 기독교계는 ‘반인륜적 폭거’라 규정하며 엄정한 조사와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진천중앙교회가 소속된 예장통합총회(총회장 김동엽 목사)는 2월17일 긴급성명서를 발표하고 “순수한 일반 관광객, 그것도 성지순례단을 대상으로 한 무장 테러는 반인륜적인 범죄행위이기에 이를 강력하게 규탄하며, 이집트 정부와 국제사회는 사건의 원인과 배후자를 규명하기를 요청”했다.

또 “우리 총회는 이번 사태를 접하면서 시나이 반도를 포함하여 성지를 여행 중이거나 여행을 계획하는 교우들께서 해외여행안전에 관한 정부의 지침을 준수하기를 간곡하게 요청”한다면서 “평화순례를 위한 순수한 성지여행이라 할지라도 분명한 현실인식을 가지고 반드시 정부의 권고를 따라서 안전하게 진행하시므로 불미스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제반 노력을 기울이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시나이반도 폭탄테러를 기회 삼아 물 만난 물고기처럼 신랄하게 비판과 악플을 쏟아내는 이들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영주 목사)도 잇따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일부 언론이나 네티즌을 통해 금번 여행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일은 아픔을 당한 이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며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면서 “순수한 동기와 마음으로 성지순례의 길을 떠난 사람들의 신앙마저 호도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금번 테러로 인해 이집트 국가와 국민에 대한 편견이나 배타적인 태도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또 다른 종교갈등, 민족갈등, 문화갈등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한국 정부는 이집트 뿐만 아니라 여행경보 지역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국민들에게 알리고, 강도 높은 재발장비 정책을 마련해 국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악플 심각, 공동 대처해야

실제로 이번 테러를 바라보며 비난하는 글들이 인터넷 공간에 게재되고 있는 가운데 그 심각성이 도를 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 쳐 가다가 폭탄테러 당했네. 다 뒤져서 하나님의 품으로 가버리지 아깝다’, ‘왜 씨발 여행위험국가에 쳐 가서 죽고 그러는데 샘물교회 씨발것들부터 개독교들 세계구 민폐’, ‘잘 하고 있다. 개독년놈들 보이는 족족 테러해라~ 참수도 하고’ 등 도저히 같은 국민이라고 볼 수 없는 악플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상황이 어떻든 우리 국민이 어떤 피해를 당했던지 간에 저주와 악독한 말을 쏟아내는 것은 이슬람 테러리스트 못지않은 인격살인과 사회적 건강성을 해치는 2차적 테러이며 암적 행위”라고 비판하며 “이런 악플들에 대해 국가기관은 물론 포털사와 우리 사회가 합의하여 근절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교회도 이 문제에 대하여 결코 묵과해서는 안되며, 근거 없이 악의적으로 기독교를 모독하고, 혐오하고, 당사자들에게 인격 살인과 종교 모독을 서슴지 않는 잘못된 행위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이러한 악플들이 기독교를 직접 접해보지 않고 언론 매체를 통해 정보를 얻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에 부정적 시각을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언론회는 “언론이 가장 먼저 보도해야 할 것은 피해를 당한 사람들을 비난하기에 앞서, 선량하고 소박하게 여행 목적에 따라 나선 사람들을 무차별 테러하는 집단과 그 목적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면서 “일부 언론들이 자극적인 표현으로 보도를 하는 것은 살인자를 두둔하는 형태가 된다”고 꼬집었다. 


이슬람과 여행자에 대한 비난 모두 수용해야

이번 시나이반도 폭탄테러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무고한 사람들에게 무차별 살상 테러를 가하는 이슬람의 행위에 대해 비난하는 입장과 왜 이런 지역에 갔느냐는 비난의 목소리다. 이 두가지의 목소리는 서로 비난의 방향을 달리하고 있지만 어떤 것이 옳고 그르냐의 문제를 떠나 모두 수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슬람의 폭탄테러는 두말할 필요 없이 명백한 악마적 행위임에 분명하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여행제한지역을 방문한 이들의 무모함도 결코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건 이후 해당지역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으로 확인됐다. 그나마 방문하는 극소수의 팀들은 테러 소식이 전해지기 전 한국을 출발한 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동안 시나이반도를 향한 한국인들의 행렬은 보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여행사 직원은 다른 나라에서는 여행제한지역이라서 방문을 자제하고 있지만 유독 한국인 관광객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국가에서는 이전에 이번과 같은 테러가 발생했기에 자제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제한지역이라는 국가의 권고를 가볍게 듣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번 테러를 교훈삼아 한국인들도 여행을 삼가라는 국가의 지침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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