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관점으로 유교의 ‘대학’을 본다

  • 입력 2015.03.24 16:10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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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강경·팔조목 상당부분 이치에 맞아

“인본주의 배제하면 훌륭한 교훈 된다”

 

한국의 유·무형 문화는 유교의 영향력 아래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독교, 가톨릭 등 대표적인 종교들조차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다소간 유교의 문화를 끌어안았다.

성경만을 유일무이, 정확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이라 믿는 기독교는 유교의 경전인 사서삼경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유학의 핵심이라 일컬어지는 대학(大學)을 성경으로 읽어 기독교 윤리를 밝히 이해하도록 시도한 목회자가 있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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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경으로 읽는 大學>을 집필한 정홍권 목사는 지난 20일 서울 양재동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 본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학과 성경을 비교 분석하며 동일한 가치는 무엇인지, 다른 점은 무엇인지를 밝혔다.

대학은 경문1장과 정문10장으로 구성돼 있다. 경문1장에 나타난 삼강경은 ‘대학의 도는 명덕을 밝히는 데 있고, 백성을 새롭게 하는데 있고, 지선에 이르는데 있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명덕은 ‘태생적으로 선하게 태어난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 윤리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 모든 법칙에 밝은 지혜와 지식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

태생적인 선과 윤리, 학문에 통달하는 이 세 가지가 완전하게 된 상태를 ‘지선’이라 한다. 이 지선에 도달한 사람들은 반드시 다른 사람들을 새롭게 하고 혁신시켜야 한다는 것이 삼강령의 요지다.

정문10장의 팔조목은 ‘격물 치지 성의 정심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로서 수신이 된 사람이 집안을 다스리고, 나라를 다스리면 천하가 평화롭다는 의미다.

정 목사는 “대학의 이러한 내용들이 우리가 들을 때 상당부분 이치와 순리적으로 맞는 말이다. 하지만 ‘지선’에 이르게 하는 주체가 전혀 다르다”며 “이 부분만 바로잡으면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 또한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유교에서는 인간 스스로의 노력으로 ‘지선’에 이를 수 있다고 보지만, 기독교에서는 인간 자력으로는 불가능하며 성령으로 거듭나서 오직 성령의 힘으로만 인간이 변화될 수 있다.

정 목사는 “먼저 인간이 되지 못한 이들이 목사, 교수, 판사가 되니 세상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대학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지목했다.

또 “열왕기상에 보면 다윗이 솔로몬에게 양위하고 난 뒤 죽음이 임박했을 때 제일 먼저 한 말이 ‘힘써 대장부가 되라’였다”며 “이는 왕이 되기 전에 인간부터 되라는 말이다. 인간이 안된 이들이 목사와 장로가 되니 교회를 망쳐놓고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성경 자체가 완전무결한데 굳이 유교의 경전까지 봐야할까? 충분히 반감을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다.

정 목사는 “성경은 하나님과 인간의 수직적인 윤리를 주로 말하고 있다. 반면 대학은 인간과 인간의 수평적인 윤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인간들 사이의 관계에 있어 더 많은 것들을 적용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하고 “목회자들이 강단에서 선포하는 말씀이 세상에서 무게있게 받아들여지고 삶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목회자들이 이를 교훈으로 삼아 영성과 인성을 갖춘 지도자로 바로 서야 한다”고 지목했다.

이어 “하지만 어디까지나 하나님의 말씀이 근본이며 인간윤리의 표준이지, 유교에서 가르치는 윤리가 인간윤리의 표준이 될 수는 없다. 아무리 성경에 근접한 훌륭한 교훈일지라도 오직 인간 양심을 통해 가르친 인간의 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것이 인간 윤리에 대한 유교의 가르침을 내용으로 한 사서삼경을 성경으로 조명하며 읽어야 할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동석한 카이캄 목회국장 윤세중 목사는 “한국의 유교적 토양에서 목회하는 목사들이 기존 한국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유교적 정서에 대해 직시하고 바로 알아야 목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인문학을 중심으로 관련 학문들을 많이 섭렵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우리 카이캄이 추구하는 목회자상에 부합한다.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스스로 인문학적 소양을 세워가야겠다는 자성적인 반성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카이캄에서 추진하는 ‘카이캄 아카데미’의 핵심이 목회자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세워가는 것”이라며 “예수 믿는 사람으로 이 땅에서 살아가면서 누구나 신앙과 삶의 부조화를 경험하게 된다. 한국이라는 문화 속에서 기독교인들이 어떻게 긍정하며 문화적 충돌을 해결해나갈 것인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정홍권 목사는 정홍원 전 국무총리의 친형으로서, 현재 미국 주와나교회 공동담임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부산대학교 문리대 국문학과와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한문학과를 졸업하고, 고신대학 신대원, East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 Westminster Theological Seminary에서 수학하고 선교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고신대학교 교수, 뉴욕총회신학교 교장, 동부개혁신학교 교수, Life University, Emmanuel University, International Reformed University&Theological Seminary 교수, 롱아일랜드 제일장로교회 목사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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