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의 틀을 벗고 진정한 크리스천 공동체로

  • 입력 2015.03.25 16:56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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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매여 탈진한다면 문제 있다. 자발적으로 생활로 드리는 것이 예배”

주일은 일상에서의 신앙의 성공과 실패를 나눌 뿐, 진짜 예배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건물없는 교회로 창립돼 성도들이 일터와 가정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가는데 방점을 찍는 허브(HUB)교회(김주환 목사)가 주목받고 있다.

허브교회의 핵심은 교회 안에서 예배드리는 크리스천이 아닌, 생활 속에서, 일터와 가정 속에서 예배자로 살아가는 크리스천 공동체이다.

교회 안에서 일터 사역과 가정 사역을 전개하는 것보다 교회 자체가 일터와 가정을 세우는 파송지가 되겠다는 것이다.

허브교회에는 예배드리는 공간은 있지만 예배당은 없다. 수요일과 주일, 새벽기도 등 예배 시간에 일정 장소에 모여 함께 예배를 드릴 뿐 건물의 실체는 없는 셈이다. 교회 내 각종 모임이나 행사에 대한 부담 없이 정말 예배만을 위한 공간, 크리스천이기 위한 공간만이 존재한다.

 
허브교회.jpg
 

 

교회는 자유로워야 한다

허브교회가 이러한 형태를 띠게 된 것은 김주환 목사의 강력한 의지에서 비롯됐다.

수 년간 보스톤에서 유학생 목회를 한 김 목사는 유학생들이 비싼 학비와 생활비를 부담하면서도 정작 학업에는 몰두하지 못하고 교회에 매여 탈진하는 모습들을 수없이 목격했다.

전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수재들이 모인 보스톤에서는 언어 하나만도 따라가기 벅찬데 교회에서 주일학교 선생을 하랴, 새벽기도에 출석하랴 정작 공부에는 몰두하지 못하고 유학에 실패하는 사례들이 많았던 것이다.

이들은 결국 상처받고 탈진하여 교회를 떠나게 되고, 심지어 안티 크리스천으로 변모하기도 하는 모습을 지켜본 김 목사는 심각한 문제의식에 기초해 자발적인 예배, 생활로 드리는 예배에 대한 목회 철학을 확립하게 됐다.

이러한 김 목사의 철학은 교회의 형태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허브교회를 창립하면서 건물없는 목회를 시작한 것이다.

허브교회의 예배는 포스코P&S타워 1층과 3층, 25층, 지하2층에서 드려진다.

예배 드리는 시간만 대관하여 사용할 뿐 어떤 공간도 소유하지 않았다. 다만 교회 운영을 위한 사무실만 따로 서초동에 마련했을 뿐이다.

교회 건물이라는 구심점이 사라지니 교회 공동체의 결집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틀에 박힌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오히려 수평이동은 소수에 불과할 뿐 새신자와 외국에서 살다 온 성도들이 제 발로 찾아왔고, 창립 6개월 만에 20명의 성도가 400여명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교회란 성도들 그 자체다

김 목사는 교회란 ‘건물이 아니라 성도들, 그리고 모임 그 자체’라는 개념을 목회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건물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아니라 성도 하나하나가 세상 속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돼 모든 공간이 교회가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김 목사의 지론은 교회 이름인 ‘HUB’에서 명확히 집약된다.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생각이 확고했습니다. 몸의 각 부분이 저마다 다른 부위에 다른 기능을 갖고 있지만 결국 하나의 몸을 구성하듯이 우리 크리스천들도 하나로 연결돼 교회를 이루는 것이죠.”

사실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에서 오랫동안 사역하다가 교회를 개척할 당시 온누리교회에서는 장로와 성도 2~300명을 지원하겠다는 강력한 뜻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목사는 이 모든 지원을 거부했다. 하나님이 “네 스스로 부름을 받은 것이 아니라 내가 부른 것이 사실이라면 네가 원하는 사람을 불러 모으지 말고 네가 원하는 상황을 만들지 말라. 다 내려 놓아라”는 응답을 주셨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조차 해본적 없고 본 적도 없는 사람들 20명이 모여 허브교회가 시작됐다.

 

조금은 다르지만 꼭 필요한

허브교회의 폭발적인 성장에는 ‘반드시 주일성수’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실제로 크리스천 중에는 매년 40회 이상의 해외 출장을 다녀야 하는 사람, 전문직에 종사하면서 매 주일 출석하기 어려운 사람 등이 기존 교회의 부담감에서 벗어나 허브교회를 찾았기 때문이다.

또 한 편으로는 온 가족이 함께 드리는 가족예배가 외국의 문화에 익숙한 크리스천들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허브교회는 1부 예배는 아이와 성인이 따로 예배를 드리지만 2부 예배는 온 가족이 모두 함께 예배를 드리는 가족예배를 택하고 있다.

예배 전 찬양도 어린이 찬양과 성인 찬양을 함께 부르고, 먼저 어린이들을 위한 5분 설교가 있은 후 아이들은 분반공부로 흩어지고, 그제서야 성인 예배가 시작된다.

가족예배에 익숙한 외국 문화권의 가족들은 허브교회의 예배를 선택했고, 예배 후 집에 돌아가 함께 들은 말씀을 나누며 삶에서의 예배를 이어간다.

 

오직 초심을 지키는 데 까지만

교회를 개척하는데 어찌 어려움이 없었을까. 김 목사가 개척을 준비하던 때 주변의 선배와 동료 목회자들은 ‘피눈물을 흘릴거다’, ‘맨 땅에 헤딩’한다는 걱정과 우려를 전해왔다.

하지만 김 목사는 “하나님이 가장 먼저 내려놓는 것을 훈련시키셨다”며 “욕심을 버리니 별로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대형교회에서 사역하면서, 교회가 아무리 커도 결국 움직이는 사람은 제한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에게는 숫자는 그다지 큰 의미가 못됐다.

그래서일까. 목회 비전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김 목사는 “나의 기도 제목은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하나님 앞에서 나의 초심, 순수한 마음, 눈물을 잃지 않는 선까지만 허락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목회자가 초심을 잃는 것이 가장 두려운 것이라고 재차 강조한 김 목사는 목회자가 초심만 잃지 않고 지킬 수 있다면 외형적인 비전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을 밝혔다.

 

왜 ‘HUB’인가?

허브교회의 ‘HUB’는 ‘바퀴의 중심’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바퀴의 축은 중심에 자리잡고 있어 가장자리인 테보다 훨씬 더 적은 움직임으로도 같은 거리에 도달할 수 있다. 허브교회는 분주한 삶에 지쳐있는 현대인들이 진정한 쉼으로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하겠다는 의미를 갖는다.

‘HUB’는 유의어로 ‘Heart’를 포함하여 심장, 마음, 가슴이라는 의미도 함께 가진다. 인간은 자신을 끊임없이 포장하면서 외형적인 것에 치우쳐 살아가고, 심지어 신앙생활도 이 외형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가 많다. 이에 허브교회는 사람의 외형적 경건이 아닌 중심, 곧 마음을 보시는 하나님께 인정받는 삶을 살고자 하는 뜻을 담았다.

또한 ‘Husband’라는 의미도 부여해 가정의 영적인 권위와 책임의 출발점인 남성들이 먼저 영적으로 회복되어 이 땅에 분열되어 가는 가정들을 다시 세우는 일에 헌신하겠다는 허브교회의 비전을 표현한다.

교회론에 있어서도 ‘HUB’는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His Unique Body’로써 몸의 각 지체가 생김새가 다르고 기능이 달라도 중요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듯이, 부르심과 은사, 연령과 직업이 다른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건강한 몸으로 세워지는 커뮤니티를 지향한다.

또 ‘His Unified Body’로 풀이되어 각기 다른 여러 개의 지체들이 하나의 몸에 접속되어 생명을 유지하고 제 기능을 발휘하듯이 각각 다른 지체들이 함께 모여 각자의 은사와 기능을 발휘한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His Ubiquitous Body’로, 허브교회의 지체들이 교회에서뿐 아니라 세상의 여러 영역에서 흩어져서도 그리스도의 몸의 일원으로서 기능하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기에 하나님의 통치가 미치지 않는 영역이 없음을 알고 ‘교회 예배시간’ 동안만이 아닌 각자 속한 가정과 일터 그리고 온 세상 안에서도 그리스도의 몸에 접붙인바 된 지체로 살아감을 지향한다.

 

유치원생 김주환, 제 발로 하나님을 찾다

김 목사는 믿지 않는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유치원에 다닐 때 하나님의 강력한 이끄심으로 혼자 개척교회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독특한 체험이 계기가 되어 신앙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일찌감치 목회자로 부르심을 받았지만, 뒤늦게 신앙생활을 시작한 김 목사의 부모가 먼저 목회자와 선교사로 헌신하게 됐고, 하나님의 역전 드라마를 통해 부모님에 이어 2세 목회자가 됐다.

국내와 해외에서 20년간 쌓은 경험적 신학을 토대로 머리와 가슴의 균형을 이루는 신앙생활을 소개하고자 신실한 남편, 본이 되는 아빠, 순수한 목회자, 공부하는 신학자라는 목표를 마음에 품고 정진하고 있다.

김주환 목사는 연세대 경영학과과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예일대학교에서 석사, 하버드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온누리교회에서 사역했으며, 현재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신약학 전임교수로 후학을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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