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인 만난 본네베르거 목사 “인내를 가지라”

  • 입력 2015.03.30 09:05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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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동독에서 통일기도운동을 이끌어 독일 통일의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는 크리스토프 본네베르거 목사가 방한해 한반도 통일에 의미있는 메시지들을 던지고 있다.

지난 3월29일 주일에 서울 영락교회의 초청을 받은 그는 자유인들을 만나 평화를 위한 기도운동과 함께 행동도 함께해야 함을 강조했다. 실향민들이 세운 교회라는 사실에 그는 긴장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자유인이란 자유를 찾아 탈북한 이들을 지칭하는 또다른 표현이다.

본네베르거 목사는 청년시절 맞았던 인생의 전환점에 대해 먼저 소개했다. 베트남 전쟁을 계기로 서독에서 기도운동이 일어났고, 이에 동참하기 위해 슬로바키아에서의 기도운동에 동참했으며, 이후 동독에서 평화적인 기도운동을 시작한 이야기였다.

본네베르거 목사는 “냉전시대에 동과 서가 서로를 파멸시키기 위해 로켓을 맞대고 있는 지역은 가깝게는 불과 20킬로미터 거리밖에 되지 않았다. 학교마다 군사학이 등장해 모든 학생들이 전쟁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하던 시기였다”며 “망치로 칼을 두드려 보석으로 변화시킨다는 기치로 평화적인 기도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독일 통일을 위해 기도하기 위함보다는 고통당하는 사람들의 인권과 무장 해제를 위해 기도했지만 하나님은 결국 독일을 통일시키셨다”고 증언했다.

이어 “작은 모임으로 시작한 기도운동이 8000명으로 늘어나니 교회가 좁아져 거리로 나가게 됐고, 불과 2주 후 7만 명의 사람이 모여들었다”며 “이 때부터 동독은 더 이상 동독이 아니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베를린 장벽은 무너졌다”고 감동을 전했다.

본네베르거 목사는 “많은 이들이 1989년에 이뤄진 독일 통일에 대해서만 말하지만 사실 그날이 이르기까지 인내로 기도했던 많은 시간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기도만 한다거나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면서 “한국에서도 평화를 위한 행동들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본네베르거 목사는 “당시 유럽에는 평화를 위한 움직임이라는 운동이 있었다. 평화를 향해 달려가는 상징으로 자전거를 타고 파리에서 모스크바까지 자전거 행진을 하는 것이었다”고 소개하고 “북한과 중국 국경에서 시작해서 북한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오는 운동이 한국에서도 일어나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이어 “남한과 북한에서 지금 느끼고 있는 긴장을 약화시키기 위해 이전에 우리가 동부권에서 평화규약을 만들려 했던 것처럼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평화의 기도를 하는 운동이 전개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지금 사람들은 비현실적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당시 동독에서도 아무도 믿지 않았다. 얼마든지 가능할 수 있다. 또 한 번 이러한 기적을 보고 싶다”고 가능성을 피력했다.

본네베르거 목사의 모두발언 후에는 이날 참석한 자유인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주어졌다.

한 청년은 독일이 통일되기까지 교회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본네베르거 목사는 “공식적으로 교회들이 많은 역할을 했지만 대부분의 교회들은 선뜻 나서지 않았다. 그 누구도 이러한 움직임이 어떠한 효력을 가져올 것이라 믿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지도자들은 두려워했다. 나는 교회에서도 따돌림 당했다. 곧 쫓겨날 사람처럼 교회와 사회의 경계선에서 핍박을 받았고, 교회 감독이 나를 상당히 못마땅해 했다”고 당시의 어려웠던 상황을 소개했다. 이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실제로 모여서 기도하고 움직였던 사람들이었다”고 덧붙였다.

본네베르거 목사는 “내가 한국에 온 며칠 동안 강력하게 느낀 바에 의하면 한국에서도 이미 한국적 방법에 의한, 교회에서 벌써 여러 꿈틀거림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 서둘러서는 안된다. 현실과 우리의 소원 사이에는 많은 격차가 있고, 고려해야 할 여건들이 있다. 인내를 가지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한국에도 독일에서처럼 결정적인 계기가 생길 것이다. 이때를 놓치지 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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