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주기, 한국 교회는

  • 입력 2015.04.23 11:04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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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가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영적으로 매우 무감각해져 있는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지난해, 그러니까 바로 1년 전 세월호 침몰이라는 끔찍한 사고를 겪은 이후 교회가 해야 할 일과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디인가 정도는 헤아려 냈어야 옳을 일임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 곧 영적 무감각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많은 이 땅의 순결한 청춘들과 고귀한 생명을 차디찬 바다 속에 묻었음에도 교회는 그저 사회와 정부를 탓하기만 하였을 뿐 이렇다 할 자성(自省)의 소리는 해가 지나도록 들려오지 않은 가운데 1주기를 맞이하게 되었음을 안타깝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간간이 들려오는 교회의 이름을 빌린 추모의 행사조차 얼핏 보아도 세상에 보이기 위한 퍼포먼스에 불과할 뿐 진정한 자성의 소리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갖가지 모양으로 4월의 차가운 바다에 묻은 어린 생명들의 넋을 위로하겠다는 추모의 행사도 좋지만, 참으로 하나님 앞에 우리 교회 지도자들이 보여야 할 것은 진정으로 올려드리는 회개의 통곡이어야 하지 않느냐하는 것이다. 현실적 책임론만을 굳이 강조한다면 교회는 그 책임의 한계에서 억지로라도 자유로울 수는 있겠으나 그렇다고 이런 사회적 현실이 우리 교회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항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신앙과는 많이 모순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성경의 말씀이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볼 때 교회의 지도자들의 나태함과 안일함, 그 뒤에는 반드시 하나님의 경고가 있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교회지도자들의 타락이 도를 넘고 있는 지금에 있어서는 더 말할 것도 없을 줄 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지금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의 자세는 결코 그들의 희생이 불신자들에 대한 하나님의 징벌이라든가 저주라는 등의 허튼 소리가 아니라 세상을 향한 우리의 소임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다고 하는 아픈 성찰의 기도이며 재를 뒤집어쓰고 참회하는 마음일 것이다. 바다 속에 가라앉은 세월호의 모습이 한국 교회의 모습이 되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며, 속히 타락의 길에서 돌아서는 것이 교회가 이 시대 예언자적 사명을 다하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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