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 창립

  • 입력 2014.05.23 14:05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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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과 개신교가 서로 가까이 사귀기 위한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가 지난 22일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창립총회를 갖고, 정관과 예산,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협의회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CBCK)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및 회원교회로 구성되며, 한국정교회, 한국천주교회,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한국구세군, 대한성공회, 기독교대한복음교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여의도순복음), 기독교한국루터회가 참여했다.

협의회는 크게 가톨릭과 개신교로 구성되는 만큼 총회원 60명과 운영위원회 20명 조직에 있어 양측이 정확히 동률의 인원으로 구성됐다.

실무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공동으로 주관하며, 의결방식은 합의제를 채택했다.

창립총회에 앞서 협의회는 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지와 목적, 과제와 전망에 대해 소개했다.

인사말을 전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장 김희중 대주교는 “이제까지 우리는 같은 신앙을 가지고 있음에도 마치 서로 다른 종교인 것처럼 무관심 내지는 배타적인 말과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이것은 신앙의 오류라기보다는 우리 인간의 자존심과 집단 이기주의로 인한 부산물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다시 한 번 신앙의 본질을 찾아서 함께 기도하고 함께 사귀고 함께 공부하고 함께 행동하는,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지상명령으로 주신 일치 안에서 사랑하고, 진리 안에서 사랑하고, 우리뿐만이 아니라 우리 밖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또 “신앙이 우리의 혼이라면 직제는 그 혼을 드러내고 열매를 맺게 하는 가시적인 행위”라고 정의하고 “앞으로 우리 그리스도인 모두가 차이를 찾기보다는 공통된 본질을 함께 공유하면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목사는 “천주교와 개신교, 정교회와 성공회 등 서로 신앙정신이 서로 다른 교회가 한 역사를 써보겠다는 출발점이어서 매우 기쁘다”며 “100년 후의 교회사가들이 오늘을 매우 기념비적인 날로 기록할 것이라 생각하면 매우 가슴이 떨린다”고 심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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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그리스도인 일치운동 약사를 소개한 대한성공회 교무원장 김광준 신부는 “신구교가 일치를 갈망하고 있고, 일치의 당위성을 널리 알리는데 꽤 많은 역할을 해왔으나 천주교와 개신교 간에 공식적인 교류는 아니었고 관심이 있는 자들의 교류였다”면서 “협의회가 만들어지면 교단들이 공식적인 참여를 하게 되고, 협의회에서 논의되는 것들에 대해 교단들의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또 “지금까지는 사귀고 같이 기도하는 쪽에 많은 초점을 뒀다고 한다면 이제는 각 교단이 서로 오해하고 있는 신학적 부분에 대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교회론과 성서론에 대한 차이, 다양한 신학적 주제들이 언제나 갈등의 표면적 이유로 등장하는데, 이것들이 과연 차이가 있는지 아니면 우리가 신학 안에서 동일한 신앙을 가지고 있는지에 관한 것들을 알리고 더 많은 참여와 기도를 유도할 예정”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총무 신정훈 신부는 “문제는 만나고 사귀는데 있다. 만나게 되면 오해가 사라질 수 있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우리 신앙과직제협의회가 해야 할 가장 큰 사업 중 하나가 저변확대이고, 이를 위해 많은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선 일치학교를 만들어서 개신교와 천주교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일치를 원하는 이들에게 교육함으로 개신교 신자와 가톨릭 신자가 서로 만나는 일을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하려고 구상중”이라며 “당장 효과가 나오지는 않겠지만 지속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가 창립되던 시간에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 대로변에서는 ‘로마 가톨릭&교황 정체 알리기 운동연대(조직위원장 송춘길 목사)’가 반대집회를 열어 “한국교회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불명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김희중 대주교는 “밖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선의로 말한다면 그리스도교 정통 신앙을 수호하고자 하는 열정에서 비롯됐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이것은 평범한 인간 사회에서 우리가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존중과 배려라는 차원에서는 아쉬움이 많다”고 심경을 밝히고, “서로 깊이 생각하고 준비해 오면서 오늘 뜻 깊은 날을 맞이한 만큼 천주교 안에서는 신중하자는 의견은 있지만 반대는 없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열정은 이해하지만 방법적인 면에서는 아쉬움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김영주 목사도 “당신의 생각과 다르면 당신들의 생각을 잘 가꿔가면 된다. 남의 일 하는 곳에 와서 저런다는 것은 인간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비난하며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서로 예의를 지키고 존중하고 협력하는 분위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시 한 번 발언한 김희중 대주교는 “나의 부모님이 성공회나 개신교 신자였다면 내가 목사가 될 수도 있었다. 우리가 서로 신앙을 유산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참여해야 한다”며 “갈라짐의 아픈 역사에 서로 책임을 묻기 보다는 신앙의 본질을 함께 공유하자”고 청했다.

또 “천주교와 개신교는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아마 8~90% 같을 것”이라며 “화학적인 결합은 안되더라도 함께 갈 수 있다. 그동안 얼마나 다른가 캐는 역사였다면 이제는 무엇이 공통점인가 찾으며 신앙을 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협을 중심으로 가톨릭과의 일치운동이 공식화되는 가운데 보수신앙을 수호하려는 이들의 반대운동도 탄력을 받으며 다시 한 번 한국교회에 진보와 보수의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문제는 가톨릭은 가시적인 반대 없이 일치운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보이는 반면 개신교는 찬성과 반대로 갈라져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또 다시 사회로부터 책망을 받지나 않을지 우려되는 점이다.

현재의 갈등을 무시한 채 일치운동과 반대운동이 지속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이 예견되고 있지만 개신교 자체적으로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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