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되려는 사람아, 네 모습 그대로 인정하느냐’

  • 입력 2015.08.11 09:27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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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타락, 돈에 대한 집착, 대인관계 미숙 등 오늘날 한국교회 내에서 발생되는 ‘사건’들의 중심에는 목회자의 인성이 무겁게 자리하고 있다.

내로라하는 신학대학교에서 갖은 학위를 받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설교로 대중을 휘어잡는다고 해도 인성이 바로 서지 못한 목회자는 결국 하나님의 이름에 누를 끼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일선 목회 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성도와의 갈등 상황에 있어서도 이를 어떻게 대응하고 해소해 가는지에 따라 여린 영혼들이 성장하는 디딤돌이 되느냐, 상처받고 실족하게 되느냐는 상당 부분 목회자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목회는 하나님의 일을 위임받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따라서 목회자에게 있어 인성은 신학적 배경이나 영성 못지않게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한국교회에서 목회자의 인성은 종종 간과되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연합회장 신상우 목사, 이하 카이캄)는 목회자를 세우는 데 있어 인성을 매우 중요한 덕목으로 꼽는다.

목사안수 지원자들은 예외 없이 전원 인성심리검사를 거쳐 그 결과를 토대로 면접을 치르게 된다. 결과에 따라 위험군으로 분류된 이들은 심층면접을 통해 스스로의 부족함과 한계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드러난 문제점들을 얼마나 잘 수용하는지, 이를 개선할 의지와 그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를 평가받게 된다.

스스로의 약점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의를 주장하는 이들은 어김없이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하는 반면 잘못된 부분들을 인정하고 개선 노력이 엿보이는 이들은 무난히 다음 과정으로 나아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목회자의 자격 유무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 스스로 부족함을 다시 한 번 구체적으로 깨닫고, 발가벗겨진 모습 그대로 하나님 앞에 드릴 수 있도록 이끄는 과정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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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 양재동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는 제32회 목사안수식 지원자들 122명을 대상으로 인성심리검사가 진행됐다.

이번 목사안수식에는 총 142명이 응시해 13명이 서류전형에서 탈락했고, 6명은 사역지인 외국 현지에서 시험을 치렀다.

2시간 동안 MMPI-2와 MCMI-Ⅲ에 응시한 지원자들은 이 검사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듯 수능시험에 임한 학생들처럼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검사가 시작되기 전 목회국장대행 김형종 목사는 “인성검사가 직접적으로 당락을 결정하진 않지만 잠시 멈추어 하나님 앞에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내가 누구인지, 왜 목사가 되려고 하는지, 나를 향한 하나님의 뜻은 무엇인지 등을 살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투명하게 바라보고, 부족한 점에 대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이캄이 인성심리검사를 시행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자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부족하고 염려되는 부분을 직시하며, 앞으로의 사역에서 우려되는 문제 등을 살펴보는 기회로 삼고자 함이다.

김 목사는 “성도들의 영적 인격적 성숙을 돕고자 하는 목회자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지원자들의 성격과 정서, 적응 수준 등을 점검할 수 있다. 검사결과를 토대로 면접을 진행하면 더욱 다양한 차원에서 지원자들을 깊이 이해하고 파악하는 게 가능해진다”면서 “결국 이는 목사안수 과정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나아가 목회 현장의 성숙을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담학의 전문가로서 카이캄의 인성심리검사를 담당해오고 있는 최은영 교수(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상담센타 소장)는 “목회자가 자기 성격에 대해 안다는 것은 목회자의 자기 이해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자기 이해가 높아지면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알고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된다”며 “이 작은 차이가 큰 결과의 차이를 만든다”고 말했다.

또 “사명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고 사람과 하나님의 일대 일의 관계 속에 있다. 따라서 인성검사를 통해 자격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 스스로 부족함을 인식하고 하나님께 온전히 맡겨드릴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것”이라며 “진정 하나님의 종이 되고 싶다면 자신의 발가벗겨진 모습을 직면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인성심리검사 결과가 정리되기까지는 대략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동안 오는 17일 목사고시 필기시험이 진행되고, 한 달 후인 9월14일 인성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면접이 진행된다. 필기와 면접을 모두 통과한 지원자들은 10월19~21일 마지막 관문인 미래목회바로세우기를 통해 카이캄의 가치와 정체성을 습득한 뒤 10월26일 할렐루야교회에서 제32회 목사안수식에 참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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