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북한선교의 새로운 교두보로 떠오른다

  • 입력 2015.08.12 09:54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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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북한, 중국의 세 나라로 나뉘어 사는 한민족이 복음 안에서 소통되어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며 북한교회를 준비한다는 취지의 소나무(소통과 나눔 무브먼트, 구 조이플핸즈) 운동. 특히 북·중이 접경해 있는 훈춘 지역에서 조선족교회와 협력하여, 북한의 두터운 문이 열렸을 때 그 땅에 파송할 선교사들을 훈련시키는 데 협력하는 이인철 목사를 만나보았다.

 

북한사역에 최적화된 요충지 훈춘

중국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구에 위치한 훈춘. 러시아·남한과의 국경에 가까워 의화단사건 때 러시아군의 침입로가 되기도 했으나, 잡곡·쌀·콩·목재 등을 산출하며 가공·수출업도 활발히 이루어지는 산업도시다.

근래 4~5년 동안 더욱 눈부신 발전을 이룬 훈춘은 한국에서도 대기업들이 물류단지를 조성할 만큼 미래산업의 전략적 요충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그러나 이인철 목사는 훈춘을 ‘북한사역을 하기에 가장 최적화된 요충지’라고 설명한다. 이 목사는 소나무 운동을 전개하기 이전에 북한선교 담당으로 사역하던 J교회를 통해 훈춘 지역을 방문하게 됐고, 그 곳에서 조선족교회인 H교회를 만났다.

이인철 목사가 훈춘 지역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교회 운영이나 신앙훈련이 주먹구구식이었던 조선족교회들을 체계적으로 훈련시키고, 목회자를 재교육 시키는 것이었다. 연변에도 마을마다 교회가 있고, 목회자가 있었으나 정상적인 신학이나 목회훈련을 받지 못한 분들이 대다수였다고 이 목사는 전했다.

H교회 역시 20년이라는 역사를 가진 교회였지만 교인명부도 갖춰져 있지 않고, 새신자 교육도 미비한 상태였으며, 유명하다는 교회운영시스템을 적용하려는 시도는 있었으나, 그것 역시 불합리성만 나타나고 오히려 어려움을 겪고 있던 상태였다고 한다.

이 목사는 자신을 파송했던 J교회와 함께 훈춘 지역 목회자들을 초청해 목회자 훈련 프로그램을 전수하기에 이르렀다. 교회를 접으려는 마음까지 먹었던 조선족 목회자들은 조건 없이 용기와 사랑을 베푸는 한국교회를 통해 다시금 힘을 얻고 하나님이 주시는 소망을 발견했다는 고백을 쏟아놓았다.

이렇듯 이인철 목사는 조선족교회와 목회자들을 훈련시키고 세워나가는 사역 속에서 남한, 북한, 중국 세 나라로 나뉘어 사는 한민족의 연합으로 북한선교가 불일 듯 일어날 것이라는 비전을 발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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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선교 사역의 키는 ‘조선족’에게 있다

이 목사는 소나무 운동이 전개하는 선교사역의 키는 ‘조선족’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의 궁극적 선교 목표는 북한에 교회를 세울 지도자 양성에 있다. 북한은 머지않아 열리게 될 것인데, 그 때 들어가서 교회를 세우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하면서 “이 일들을 한국 사람들이 감당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이어 “남한과 북한 사람 사이에는 어쩔 수 없는 거리감이 있다. 오랜 세월 분단의 아픔을 겪으면서 생긴 언어·문화적 차이뿐만 아니라 북한 사람들에게 내재된 남한 사람에 대한 반발심, 남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우월감은 서로 부딪혀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설명했다.

이인철 목사는 조선족교회와 형제교회처럼 왕래하고 지원하면서 한국교회가 북한선교를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마스터키가 조선족에게 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훈춘 지역 조선족들은 북한에 친척이 많다. 언어도 생활양식도 비슷하고, 무엇보다도 자기 동족 북한 주민들에 대한 긍휼함이 있다”며 “지금도 필요하면 북한을 왕래할 수 있으니 조선족들이 북한선교의 교두보 역할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고, 교회 거점 기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 교회지도자들을 만들고 훈련시켜서 북한이 열리는 날, 각자에게 맡겨진 지역을 기도하다가 들어가서 그 곳에 교회를 세우는 일들을 감당해야 한다. 이 일을 위해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늦는다”고 덧붙였다.

이인철 목사는 소나무 운동을 전개하면서 사역의 비전을 나누고, 그 비전에 공감하는 동역자들과 함께 협력과 네트워킹으로 사역하고 있다. 북·중 접경지역의 조선족교회 목회자들을 훈련하기 위해 성경공부, 새신자 양육, 큐티교육, 선교, 신학, 교회운영 등의 실제적 목회훈련을 실시한다.

또 하나님의 복음과 선교를 위해 헌신한 한족 신학생들을 교육시켜 그들이 체계적인 신학과 건강한 영성을 가질 수 있도록 훈련하는데도 협력하고 있다. 북한선교 관심자들을 위해 한국어 스터디도 진행 중이다.

동시에 훈춘 현지에서 운영되는 국수공장, 빵공장 등을 통해 북한에 식량, 의류, 의약품, 생필품 등 생존에 필요한 물품을 보내는 일에도 협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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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자처럼 방황하는 조선족 다음세대들, 복음의 열매 맺는 ‘사과배’로 키워내자

특별히 이 목사가 집중하고 있는 사역은 바로 ‘조선족 다음세대’ 사역이다. 중국에 있는 수많은 소수민족 가운데 모국이 있는 소수민족은 오직 조선족뿐이다. 1992년 한중수교를 맺은 후 조선족들은 더욱 활발하게 산업 전선에 뛰어들었고, 최근에는 시진핑 주석이 연변지역을 방문하는 등 날로 그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 흐름의 이면에 부정적인 영향도 분명히 있다. 한국과 그 외 지역으로 경제활동을 위해 떠난 부모들로 인해 남겨진 조선족 아이들에게는 외로움과 고독이 짙게 드리웠고, 주로 조부모의 손에 키워지며 부모가 보내오는 돈으로 경제적 형편은 훨씬 윤택해졌으나, 부모에게서 사랑과 안정감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한 조선족 아이들은 쉽게 비행의 길로 빠져들었다.

이인철 목사는 조선족교회를 통해 만났던 조선족 청년·청소년들의 상황을 전하면서 지금도 예수님을 경험하지 못하고 탕자처럼 유리하고 방황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변지역에만 있는 특산물 ‘사과배’를 소개했다. 연변지역에 터를 잡고 살던 한 조선족이 북한에서 배나무 묘목을 가져가 사과와 접목시켜 연변지역에 심었다고 한다. 모양은 사과인데 색깔은 배, 사과 맛 반, 배 맛 반씩 나는 사과배가 바로 조선족과 같다고 이 목사는 설명했다.

그는 “조선족 아이들이 갖고 있는 정체성의 혼란은 과연 내가 중국 사람인가, 조선 사람인가 하는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닌 것 같은 자신의 모습에 실망하고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사과배를 빗대어 조언하곤 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조선족들은 배도 아니고 사과도 아닌 존재가 아니라, 배 맛도 나고 사과 맛도 나는 귀한 열매다. 조선 사람도 중국 사람도 되는 특별한 민족”이라면서 “한국교회가 조선족들, 특히 다음세대들과 교류하고 협력하여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눌 때, 북한선교라는 무궁무진한 선교의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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