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결코 짧지 않은 세월 대한민국의 기독교를 대표해온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가 이번 가을 또 한 번의 분열 위기를 맞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하고 있다. 자세한 전말은 이미 여러 차례 보도를 통해 모두가 알고 있을 터이니 한 마디로 결론적 소회(素懷)를 털어놓자면 어이없는 집안싸움이라는 말 밖에는 더 할 말이 없다. 단순히 한기총(韓基總)이라고 하는 일개 단체의 문제가 아닌 한국 교회 모두의 문제이기에 매우 마음 아프다.
한기총은 지난 15일 임원회를 열어 질서확립위원회가 보고한 홍 전 대표회장과 7인의 임원들에 대한 제명 확인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어떤 연유로 그리 하였든, 각자는 한국 교회를 위하고 하나님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겠으나 이는 가당치도 않은 말이다. 진정 한국 교회를 위해서라면, 또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라면 결코 그리 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예수님의 심정으로 돌아가 진정 무엇이 한국 교회와 하나님을 위해서인지 참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명색이 한기총의 대표회장을 지냈거나 지금 재임 중에 있을 정도의 인사라면 적어도 상대방의 과오에 대하여 어떤 방법으로 이를 대하고 처리해야 하는 지, 그런 정도의 식견은 충분히 가지고 있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끝내 우리를 실망케 하는 것은 우리가 기대하는 바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쪽을 두둔하거나 나무랄 것 없이 양쪽 모두가 한국 교회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어야 할 일이라고 본다. 그만큼 한국 교회의 신뢰를 추락케 한 잘못이 크기 때문이다.
현 대표회장의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전 대표회장이나 이를 두고 전 대표회장을 제명한 현 대표회장이나 모두가 각자 자기를 따르는 무리들의 보스(boss)일 수는 없는 일이다. 한국 교회의 지도급 인사들이다. 대표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은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하나 본안 소송은 아직 남아 있다고 한다. 교회가 세상 법정에 목을 맡겼다고 하는 것만으로도 참 서글픈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결말이 어떻게 지어지든 그것은 이겨도 이기는 것이 아니며 둘 다 지는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세상은 점점 더 교회를 우습게 볼 것이다. 하나님 보기가 두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