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이 문수보살 성지라서 건들지 말라?'

  • 입력 2014.06.17 10:08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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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리산기독교선교유적지보존연합(이하 보존연합)이 왕시루봉 1200미터 고지에 위치한 12채의 수양관을 문화재로 등록하는데 있어 불교계가 지속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지리산에는 1920년대부터 세계 각국에서 온 선교사들이 조선의 풍토병을 피해 여름철에 머물렀던 선교사 수양관이 있다.

우리나라 풍토병에 면역항체가 없던 선교사들이 병균이 서식하지 못하는 800미터 이상의 고지대를 찾던 중 1200미터급 왕시루봉에 수양관을 지은 것이다.

이 수양관 시설은 노르웨이, 호주, 영국, 미국, 캐나다 등 세계 각국의 선교사들이 고국의 정서를 그리는 마음으로 각각 고향의 건축 양식을 따라 지어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뿐만아니라 이 선교사들은 병원과 학교를 설립하는 등 개화기와 근현대사에 수많은 업적을 남긴 공로를 인정받아 국가와 사회로부터 5.16 민족상, 건국훈장 애족장, 호암상, 국민훈장 목련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보존연합은 지리산 선교사 유적지를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2009년 (사)도코모모 코리아(근대건축보존회)와 용역을 체결해 1년 동안 전문가들의 조사연구 끝에 용역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문화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각 분야 전문위원들은 세계 각국의 건축양식으로써 근대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보존되기를 바란다는 추천 의견서까지 보내왔다.

보존연합은 왕시루봉이 52주년을 맞는 올해 등록문화재로 등록하기 위해 지난 2월28일 구례군청에 서류를 접수했다.

하지만 신청 접수한 지 3개월이 다 되는 5월23일에야 문화재청에서 유적지 현장 실사를 한다고 발표했으나 이마저도 조계종 화엄사 측의 반대로 무기한 연장됐다.

보존연합측은 “불교계는 등기부등본과 건축물 대장이 존재하는 유적지 수양관을 놓고 불법 건출물을 철거하라는 공문을 관계 부처 7곳에 발송하는가 하면 유적지를 조잡스러운 건물이라고 폄하하는 등 훼방을 놨다”면서 “하지만 불법건축물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되자 이제는 환경훼손이라는 주장으로 언론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환경부에서 불법건물이 아님을 화엄사에 공문으로 답신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법건축물로 폄하해서 ‘철거촉구’를 주장하고 있다”며 “이래서는 종교간 협력은커녕 정당한 우리 문화재를 보존할 수 없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불교 화엄사에서 지리산 선교사 유적지를 반대하는 이유는 지리산이 문수보살의 산신제를 지내는 불교성지의 모태라는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존연합은 “모든 국민이 문수보살 산신제를 지내지 않는데 마치 화엄사가 지리산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어처구니없는 불교계의 행태를 비난했다.

이어 “1200미터 고지 위에서의 열악했던 그들의 삶의 현장을 문화인류학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고 개화기 근현대사의 귀중한 사료로 인정하는 것도 ‘종교 이기주의’에 의해 방해된다면 우리 후손들이 뭐라고 할 것인가”라며 “이러한 소중한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는 것은 ‘네 종교’ ‘내 종교’ 편 가르기보다 더 중요한 역사, 민족, 국가, 국민의 입장에서 지켜야 할 가치이며 우리 모두의 책무이다. 이러한 당연한 것조차 특정 종교의 반대로 방해를 받는다면 그 종교는 우리 사회로부터 지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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