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자녀가 ‘병신년’을 말하다니

  • 입력 2016.02.05 12:01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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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국을 방문한 미국의 어느 부흥사가 했다는 말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의 말인즉 ‘한국에 복음이 전해진지100년이 지났음에도 한국 크리스천들의 정서에는 아직도 미신의 잔재가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실로 이 말에 대해전적으로 부인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아직도 세상의 사람들이 신앙에 가까울 정도로 친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고대 중국에서 온 역법(曆法)을 교회 안에서 스스럼없이 사용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고 느껴진다. 아니 좀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심하게는 강단에서조차 매우 자연스러울 정도로 사용하고 있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특별히 올해는 소위 병신년(丙申年)이라 하여 그 말이 주는 어감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더러는 결코 농(弄)으로 하는 말이 아닌 것 같아 적지 아니 염려스럽다. 특히 연말연시에 주고받는 인사말에 자주 인용되는 이 미신적인 단어가 이제는 우리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 사라져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우리 모두가 이 말의 유래에 관하여는 익히 잘 알고 있거니와, 본디 이는 고대 중국의 점술가들이 십간십이지(十干十二支)에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을 결합하여 사주(四柱)와 팔자(八字)를 알아보던 역법에서 왔다고 한다. 이를 응용하여 결혼을 앞둔 남녀의 궁합을 본다든가, 집터나 묘지를 잡을 때, 또는 이사하기 좋은 날 등을 보는 데에도 사용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미신이라고 펄쩍 뛰는 인사들이 ‘병신년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은 왜 거리낌 없이 쓰는지 이해하기가 좀 힘들다. 다행인 것은 교회 달력에는 이 ‘병신년’이 빠져 있어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 때마침 민족의 명절인 설날이라 하여 헤어져 지내던 가족이나 친지들이 서로 모여 덕담을 나누는 자리에서 또 이런 말이 아무런 여과 없이 난무할 것 같아 걱정이다. 모쪼록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에 좀 더 하나님의 자녀다운 축복의 인사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어느 지각(知覺)이 뛰어난 목회자에게 자문을 구했더니 12지(十二支)가 상징하는 동물 대신에 우리는 열두 제자의 이름으로 된 독자적인 해(年)의 명칭을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탁월한 답변이 즉각 돌아온다. 예를 들어 ‘도마의 해’, ‘야고보해’, ‘빌립의 해’ 등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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