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분쟁 대법원 판례 현실성 없다 지적

  • 입력 2014.06.17 14:48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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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헌제 교수 “교인 수에 비례하여 교회재산 나누어 줘야”

백현기 변호사 “지교회 정관에 규정을 두고 법치주의 확립 필요”

 

교회 분열과 재산권 분쟁에 있어 법적 판결의 기준이 되고 있는 ‘대법원 2006.4.20. 선고 2004다37775 전원합의체판결’(이하 2006년 전합판결)이 교회 상황의 현실성과 타당성이 결여되어 실제적 분쟁해결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지난 16일 서울변호사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회 화해중재원 포럼에서 서헌제 교수(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는 교단 탈퇴나 교회 재산권 확보를 위해 필요한 2/3 요건이 비현실적이거나 너무 엄격하다며 “교인 수에 비례하여 교회 재산을 나누어 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제시했다.

아울러 “반목하는 두 집단이 한 곳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것 자체가 더 큰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면서 “차라리 어느 한 쪽의 재산권을 상실시킴으로써 그 두 집단을 서로 갈라서게 하여 새로운 신앙공동체로서 새출발을 하게 하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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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전합판결 종합적인 처방의 의미

서 교수는 이날 ‘교회분열에 관한 대법원 판결의 의의-타당성과 현실성을 중심으로’라는 주제의 발제에서 1993년 전합판결과 2006년 전합판결의 요지를 설명하고, 대표적 분쟁사례로 광성교회 사건을 제시하며 교회분쟁의 현실적인 해결 방안을 제안했다.

2006년 전합판결의 취지를 간추리면 △교회는 비법인 사단이며 △다른 일반사회단체와 같이 분열은 인정되지 않고 다수결로서 재산귀속을 결정하며 △교회가 소속교단을 변경하거나 교단을 탈퇴하려면 교인 전체의 2/3 이상의 동의를 요하며 △2/3 다수결을 충족한 경우에는 종전교회 재산은 변경된 교단소속 교회로 귀속된다는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서 교수는 “2006년 전합판결은 비단 교회분열 뿐 아니라 교회의 법적 성격, 총유재산의 보존방법 등 그동안 판례와 학설상 논의됐던 여러 쟁점에 대한 법리를 확립함으로써 우리나라 교회분쟁에 대한 종합적인 처방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한국교회서 비현실적인 기준임이 드러나

하지만 “2/3 다수결이라는 객관적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교회분쟁의 신속한 해결과 예방책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2006년 전합판결은 한국교회, 특히 대형교회의 교인 관리부실이라는 현실에 부딪히면서 지극히 비현실적인 기준이었음이 드러나게 됐다”고 지적했다.

교회에는 교인명부가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형식적이며, 교회출입이 비교적 자유로워 누구나 예배에 참여할 수 있으므로 일일이 출석교인들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교인총회를 하더라도 의결권을 가진 교인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다는 현실에 부딪힌다.

또 중대형교회는 전교인이 한꺼번에 모일 수 없어 주일날 몇 차례씩 예배를 나누어 보며 그때마다 총회를 개최해서 의결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복투표를 방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2/3 다수결 충족의 입증을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된다.

소집절차에 있어서도 그 한계는 여실히 드러난다. 교단변경을 하기 위해 공동의회를 소집할 경우 소집권자에 의해 소집되어야 하지만 교단 탈퇴 및 변경 결의는 소속교단과의 갈등으로 인해 당회장직이 박탈된 이후에 문제가 되므로 소집권한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에도 민법 제70조 2항에 의해 법원으로부터 임시총회소집허가신청을 얻어 소집하는 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번거롭고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 경우 먼저 당회장 목사에 대한 면직처분의 효력을 다투어야 하지만 권징재판으로 말미암은 목사의 자격에 관한 시비는 직접적으로 법원의 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어서 이 또한 용이하지 않은 것이다.

 

2006년 전합판결 근본적 재검토 요구

이러한 이유로 서 교수는 “2006년 전합판결 이후 교단탈퇴가 문제된 사례에서 교단변경결의 요건인 2/3 입증에 성공하여 탈퇴교인들이 종전교회재산을 차지한 사례는 없다”면서 “교회분열의 해결기준으로 제시한 교단변경 요건이 과연 한국교회 현실에 비추어 타당성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큰 의문이 제기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대법원 판결이 제시하는 기준으로는 교회 분열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2/3 다수결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이탈파가 교회재산을 차지할 수 없고, 또 그 입증이 한국교회 현실에서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은 여러 판결들에서 확인되고 있다.

2006년 전합판결이 1993년 전합판결에서 판례를 변경한 이유 중 하나는 종전 판례로는 ‘분쟁해결 기능을 상실하게 될 뿐 아니라 오히려 종전교회를 박차고 나온 사람들에게 재산적 권리를 인정함으로써 교단 상호간 및 교인 상호간의 분쟁을 더욱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즉 다투고 있는 두 집단을 갈라서게 함으로써 더 이상 분쟁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는데, 교회탈퇴를 이와 같이 엄격하게 제한하게 되면 두 집단의 교인들은 갈라서지 못하고 다시 한 지붕 밑으로 들어가 계속 싸움을 벌이게 되어 판례 변경의 목적을 이루지 못하는 결과를 낳게 됐다.

서 교수는 이러한 현실은 교회분열을 인정하지 않는 2006년 전합판결의 입장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하게 한다면서 한국교회의 현실에 맞는 교회분쟁 해결방법이 다시 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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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현실적 방안은 교회재산 나누는 것

이러한 것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서 교수는 “교회분열이라는 현실을 직시하여 분열된 교인들이 자신의 교리적 신념을 지키면서 신앙생활을 계속할 수 있도록 교인 수에 비례하여 교회재산을 나누어 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제시했다.

또 “공유설에 바탕을 둔 이 방안은 법이론적인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믿음 공동체로서의 교회를 존중하면서도 교회재산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재산분할은 절차도 복잡하고 시일도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실제 많은 교회분쟁에서는 교회재산액을 금전으로 산정하여 어느 한 파가 교회를 떠나는 대신에 그 교인들의 몫을 금전으로 보상해주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면서도 “이 경우에도 남는 문제는 교인 수의 산정에 있다. 서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위해 유리한 자료를 제시하기 때문에 조정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부분적인 한계를 인정했다.

반면 서 교수는 “갈라서야 할 집단은 갈라서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복하는 두 집단이 한 곳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것 자체가 더 큰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면서 “교인들의 재산권을 중시하되, 두 갈등집단이 같은 공간에 병존하면서 겪게 되는 갈등으로 인한 ‘피해’가 재산권 중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넘어서는 경우에는 차라리 그 재산권을 박탈해서라도 갈라서게 하는 것이 지혜롭다”고 봤다.

즉 “차라리 어느 한 쪽의 재산권을 상실시킴으로써 그 두 집단을 서로 갈라서게 하여 새로운 신앙공동체로서 새출발을 하게 하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고 본다”며 “최근 미국 판례에서도 재산을 나누지 않고 종전교단에 잔류하는 쪽에 교회재산을 몰아주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결과에 있어서는 동일한 맥락”이라고 소개했다.

 

교회분열 부정, 공유설은 분열 가속화할 것

한편 지정토론으로 동석한 백현기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는 공유설에 입각해 ‘교인 수에 비례하여 교회재산을 나누어주는’ 서 교수의 해결책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백 변호사는 “성경적으로 교회란 하나이고, 예수님께서도 교회분열을 원하지 않으시며, 분열은 사탄의 영이라는 점, 교회 재산의 기초인 헌금은 하나님께 바쳐진 것이라는 점에서 교인의 재산권 보장을 중시하여 교회분열을 긍정하는 입장은 신앙적이지 못하다”며 “공유설을 취하게 되면 더욱더 교회분열은 가속화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백 변호사는 “먼저 왜 이렇듯 교회분쟁이 많고 그 해결이 어려운가 하는 점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면서 “2006년 전원합의체판결을 유지하면서도 이를 보완하는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백 변호사는 교회가 △신앙공동체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법적인 단체 △법인이 아니면서 법인격이 주어지는 비법인 사단 △교단과 독립적인 법률주체이면서 동시에 교단의 하부기관 △담임목사가 강력한 권한이 있는 교회의 대표기관이면서 그 임면권은 노회에 있는 이중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점 등 때문에 구조적으로 분쟁의 요인을 안고 있고 그 해결방법도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헌법은 교단탈퇴 내지 변경을 염두해 두지 않고 있지만 지교회는 헌법의 규정에 관계없이 이러한 규정을 두어 교인의 확정과 의결정족수에 대한 규정을 두고, 또 대표자가 궐위됐을 경우 대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를 규정하는 등 교단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대비책을 강구하고, 법치주의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분쟁 해결을 넘어 치유와 회복에 초점 두어야

양인평 원장은 환영인사를 통해 “교회와 교인들의 갈등을 세상 법정이 아니라 성경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6년 전에 설립됐다. 6년 전에는 법원 당사자들 사이에 극적인 조정은 불가능했지만 꾸준히 노력한 결과 오늘에 이르렀다”면서 “이 자리가 한국교회와 법조계에 유익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법정책연구원 최송화 원장은 “서울지방변호사협회와 함께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과 일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면서 “오늘 포럼이 분쟁 해소를 이룰 수 있는 성공적인 지혜의 모음의 장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변화된 사법 환경에 치유와 화평, 통합의 역할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화해중재원의 활동은 우리 사회의 분쟁을 해결에만 두지 않고 치유와 회복에 초점을 두고 있어서 사법정책연구원의 취지를 더 품위있게 해낼 수 있는 기관이 아닐까 기대하고 있다”며 “화해중재원의 활동이 여러 사회 각 분야의 모델로 기여될 수 있는 ADR(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대체적 분쟁해결제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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