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가 없으면 부활도 없다

  • 입력 2016.03.25 09:36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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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는 형장(刑場)에는 수많은 군중들이 모여 있었다. 대략 그들을 분류해보자면 크게 세 부류일 것 같다. 첫째는 ‘예수를 못 박아라’ 하고 외치는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 그리고 서기관들 등 예수님을 적대시하던 인물들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갈릴리 나사렛에서 온 예수가 진짜 메시아인가, 긴가민가하여 따라 온 ‘무리들’이며, 또 하나 마지막으로 주님의 임종을 지키는 자들이다. 얼핏 주님을 임종하는 자들이라면 적어도 3년은 족히 주님과 한 솥밥을 먹으며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이었을 것으로 짐작하기 쉽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는 성경을 읽는 순간 실망으로 바뀌고 만다. 누가복음 19 장에 보면 피 흘림의 고통을 당하시고 끝 내 숨을 거두시는 주님 곁을 차마 떠나지 못하고 지키고 선 한 여인이 나온다. 그녀 의 이름은 막달라 마리아, 일찍이 예수님 을 만나기 전 일곱 귀신에게 끌려 다니며 온갖 고초를 겪어야 했던 불행한 과거를 지닌 여인이다.

 

그날로부터 너무나 멀리 와 있는 것 같으나 실상은 오늘 우리에게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교훈을 말해주고 있는 장면이 바로 이것이다. 사흘 만에 부활하신 주님이 제자들에 앞서 누구보다 먼저 만나주신 이가 바로 이 여인 막달라 마리아이다. 당대의 풍습이나 사회 분위기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성경은 처음부터 남자들의 편에서 남자들의 시각으로 기록되어 있음을 부인 할 수 없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즉 주님이 못 박히시고 피 흘림의 고통을 당하고 계실 때 그 곁을 끝까지 지킨 주인공은 오히려 모두가 천히 여기고 가련하게 보아 왔던 이름 없는 여인이었다. 물론 복음서 모두를 관주해볼 때 예수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시는 현장에는 막달라 마리아 말고도 또 다른 여인들이 더 있었던 것 같다.

 

철석같이 믿었던 제자들은 대부 분 꽁무니를 빼고 사라진 자리, 그 임종의 자리에 선 막달라 마리아의 눈에는 제자들이 보지 못한 십자가 너머의 부활이 어렴풋이 보였던 것이다. 분명 주님은 십자가 에서 죽으심으로 부활의 영광을 보여주셨다. 바로 십자가가 없으면 부활이 없다는 사실, 이 믿음이 곧 부활하신 주님을 가장 먼저 만나는 축복으로 이어졌음을 기억해 야 할 것이다. 오늘 우리는 부활에 대한 기대와 소망은 있으나 정작 그보다 먼저 져야 할 십자가는 애써 외면하는 안이(安易) 한 믿음으로 변해가고 있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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