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은 엄청난 소용돌이를 겪는 중이다. 이 엄청난 사건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대해 각자, 혹은 정치적 성향을 달리 하는 사람들 간의 차이는 있지만, 분명한 것은 어떤 사건이든 오래 시간 누적된 몇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동하여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 시대를 여는 큰 변화에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요인들이 발견된다. 그 요인들을 일반적으로 내적인 요인과 외적 요인으로 나누고 그 둘이함께 효과적으로 작동할 때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고 본다.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 간에는 상호 긴밀한 연관성을 갖는 것이 보통이다. 이 요소들은 서로에게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어 두 요인 사이의 경계선이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분석이 안팎을 구분지으려는 이분법적 사고만 부추길 수 있다하여 이 분류를 반대하는 학자들이 있겠다. 그러나 외적 요인과 내적 요인에 대한 구분은 한 사건의 관찰에서 여전히 나타나기에
그 사건을 이해하고 그 영향력을 가늠하는데 유효한 방식으로 받아들여진다.
예를 들어 로마제국에서의 기독교의 역사를 이해하려고 할 때러한 구분은 중요하다. 미미한 신흥종교였던 기독교가 제국의종교로 우뚝 솟아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먼저 외적으로 살펴보면 로마제국의 기독교 핍박이고 또 밀라노 칙령으로 기독교의 위상이 불법종교에서 합법종교로 바뀌면서 공식적으로 핍박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다른 각도에서 로마제국이 인정한기존의 종교들이 제국을 통합할만한 신학과 실천을 가지지 못한 종교였다는 사실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독교는 다른 종교들과는 현저하게 달리 세계창조와 인류구원에 대하여 유일신이면서 삼위일체로 계셔서 인류를 창조하시고 구원하시며 유지하시고 위로하시는 사랑과 자비로 정의를 구현하는 신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신 개념에서 출발된 기독교의 신학과 실천은 내적 요인이 되어 짧은 시간 안에 로마제국의 사람들을 설득하면서 세계종교가 된다. 여기서 내적 요인은 신앙적인 실천이 강한 사람들과 성경을 중심으로 기독교신학을 발전시킨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드러난 것이다.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은 분명히 나눠지기도 하지만, 핍박이나 핍박의 종식과 같이 외적 상황이 내적 대응상황을 강화하면서 긴밀하게 작동하기도 한다. 즉 핍박은 순교자들과 변증론자들을 등장시켜 기독교 신앙을 확실하게 차별화시키고 비신자들이 기독교를 주목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기독교 공인의 경우는 기독교가 급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지만 동시에 세속화와 연결되어 새로운 신학과 실천이 등장하게도 했으니 역사는 외적도전과 내적 대응이 만들어가는 변화의 연속이다.
종교개혁의 경우도 외적 요인과 내적요인의 복합적 상호작용에 의해 발전되었다. 내적요인은 우리가 잘 아는 대로 로마가톨릭교회의 신학과 실천에 문제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가톨릭교회는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맡기신 열쇠(마16:19)에 근거하여 로마교회의 수위를 주장하며 교황권(papacy)을 수립하였다. 그리고 교황권의 영적권위를 이 세속 사회에서 세우기 위하여 세속권력까지 추구하였다. 세속권력은 정치력뿐만 아니라 물질적인 부까지 의미하기에 교회권력은 막강권력과 부를 추구하는데 염치가 없었고, 그 과정에서 목회는 최소화되고 하나님의 모습은 권력자의 모습으로 점차 바뀌게 되었다. 당연히 신학은 이러한 타락을 정당화해야 했다. 이러한 교회의 타락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양심의 소리가 있었지만 소수의견으로 핍박받고 무시되다가 루터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내적 요인을 도운 것은 결정적으로 민족주의의 강화일 것이다. 필자는 프리드리히 현제(Frederick the Wise)가 없는 루터를 생각할 수 없다. 그는 루터가 제시한 95개조의 논제가 성경적으로 옳고 독일 사람들을 위한 교회가 세워진다고 확신하여 세상의 권력과 그 영광을 함께 나누던 가톨릭교회와 신성로마제국에 맞서 루터의 편을 들었다. 그들은 독일인들에게 그들의 말로 설교를 듣고 기도하고 독일어로 성경을 읽어 하나님을 온전히 만나게 하는 개혁자가 된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