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사실상 무산, 종교계 눈치보기?

  • 입력 2014.07.30 16:40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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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와 승려, 신부 등 성직자들에 대한 종교인 과세가 사실상 무산됐다.

정부가 종교인에 대한 소득세 원천징수를 철회한 데 이어 여당도 당분간 종교인 과세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기획재정위 여당 간사인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7월28일 “종교인 과세에 대해 아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며 시기적으로 이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희수 기재위원장도 “종교인들의 소득은 우리가 세금을 내고 난 뒤 헌금한 돈으로 지급한 것”이라며 “이중과세가 될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야당도 종교에 민감한 정치권의 특성상 국회에서 추진하기는 어렵고 정부가 주도해야 할 것 같다는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여당과 야당 모두 6.4 지방선거를 치렀고, 7.30 재보궐선거로 종교계 눈치보기의 방편으로 과세에 대한 논의를 일체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종교인에 대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후 지난 2월 종교계의 의견을 수렴해 ‘원천징수’ 조항을 삭제하고 ‘자진납부’라는 내용의 수정안을 마련했다.

뿐만아니라 종교인에 대한 가산세 규정을 두지 않아 세무조사의 소지를 없애고, 종교인에게 근로장려금 혜택도 부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종교인에게 근로장려금 혜택을 제공하게 될 경우 국세청이 종교단체의 재정을 열람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게 된다는 한계에 부딪혔다.

결국 과세 자체를 반대하는 일부 종교인들의 반대에 부딪혀 현재는 사실상 논의 자체가 중단된 상황이다.

정치권은 종교계와의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상태에서 종교인 과세 법안을 통과시키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종교인 납세에 대해 가톨릭과 불교는 대체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기독교에서는 합동, 고신, 합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보수 성향의 교단과 기관에서 반대를, 통합, 기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 진보 성향의 교단과 기관에서는 찬성하여 양분된 상태다.

가톨릭과 불교, 그리고 기독교 일부에서 종교인 납세를 찬성함에도 불구하고 논의에 난항을 겪는 이유는 각 종교별 성직자의 비율과 숫자에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1년 말 통계에 따르면 전국 종교인 38만명 중 기독교는 14만 명, 불교는 4만7000명, 가톨릭은 1만6000명으로 나타났다. 불교와 가톨릭의 성직자를 모두 합해도 기독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정치권이 기독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기독교계에서 종교인 과세에 반대하는 주요 원인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결국 정부가 교회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는 당장 교회에 대해 세무조사를 할 의도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앞으로도 세무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이에 한국교회언론회(대표 김승동 목사)는 “기독교 내에서도 자율적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앞으로 조세정의에 의해 모두가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고 가정할 때 ‘목회자들이 납부한 세금으로 면세점 이하의 어려운 목회자들을 지원하는 방안’ 등을 마련한다면 과세 논의가 좀 더 수월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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