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교 패러다임 변화 불러오는 한센인 사역

  • 입력 2017.03.22 16:05
  • 기자명 지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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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2천여만 명 남은 한센병 종식을 위해 

선한 사마리아인은 상처를 싸매주는 삶의 모습

국제의료봉사회 대표 현옥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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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를 만난 사람 곁을 지나가는 사람 즉, 레위인과 제사장 뒤로 사마리아 나그네는 죽어가는 그를 치료하며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쉴 곳을 마련해 치료를 당부하고 후일 치료비를 약속하며 다시 찾아온 선한 이웃’

(사)국제의료봉사회(ITMM) 대표 현옥철 목사가 비유를 들며 말을 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한센병 환자를 보유한 나라는 브라질, 인도, 중국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1991년 한센병 종식이 되었지만, 인도 바르구르 마을을 찾은 그의 눈에는 짐승처럼 나뒹굴어진 처절한 한센병 환우들의 모습이 비쳤다.

더운 날씨 탓에 상처는 썩어 구더기가 끓고 뭉그러진 살점은 이미 살아있는 모습이 아닐 정도로 처참했다. 그들을 향해 현 목사는 의약품을 들고 다가갔다. 오히려 환우들이 피했지만, 상처를 닦아내며 속으로 하염없는 눈물이, 아니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이 떠올랐다. 죄인의 상처를 싸 매주신 주님.....

현 목사가 한센병 사역을 시작한 동기는 영적 멘토이자 C국 현지에서 한센병 사역을 하는 K박사와의 만남이다. 우연히 중국에서 만난 한센병 할아버지와의 조우는 한센인 사역을 하도록 이끈 충격이었고 통회의 단초가 됐다.

얼굴만 봐도 그 할아버지가 한센병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정도였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찬송이 흘렀고 웃는 모습 때문에 궁금해졌다.

“할아버지는 무엇이 행복하세요?” 할아버지는 싱글벙글하며 “예수님 때문이지”라고 답했다. 현 목사는 ‘나도 예수를 믿는 사람이지만 저런 환경에서 기뻐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잠시, “예수님을 매일 만나니깐 행복하지”라는 그의 목소리.

직접 보여주겠다며 손목이 떨어져나간 남은 팔로 현 목사의 팔짱을 끼고 따라오라고 했다. 그 곳엔 한국인 의사가 한센인 환우들의 상처를 드레싱하며 기도해주는 모습이 보였고 할아버지의 입에서 놀라운 말이 나왔다.

“저 사람이 예수!” 그 순간 현 목사는 멍하니 서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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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옥철 목사(국제의료봉사회 대표)
 

“난 6년씩이나 선교 한답시고 지금껏 무엇을 했단 말인가. 신앙은 아니 선교라는 것은 남의 것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 진짜 내가 해야 하는 것인데… 예수 그리스도는 나의 삶에서 나와야 했구나”라는 자책이 휘몰아쳤다.

바로 선교지 골방에서 기도하다가 하나님 앞에 통회의 시간을 갖고 자리를 박차 한국으로 돌아왔다. 더는 미루지 않겠다며 진학한 늦깎이 신대원생.

고등학교까지 목회자 내지 사역자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을 정도로 주목을 받았지만, 그는 공학도로 진학했다. 당시 친구들은 이미 목사, 선교사가 되어 지금 활발한 사역을 하고 있지만, 재주가 많은 탓에 대학생 때 경제적 안정을 맛보자 사명의 끈은 자기 합리화에 묻혀버렸다.

하지만 하나님은 1993년, 그가 의지했던 경제를 하루아침에 거두어가셨다.

이후 의과대학으로 전공을 바꿔 자기 나름대로 봉사활동을 했지만, 껍데기뿐이었음을 뒤늦게야 알게 되었다. 한 번도 한센병 의료봉사를 하지 않았음을…

의사를 하며 신학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을 찾다 문턱을 넘은 곳이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그는 지각, 조퇴, 결석 없이 3년 동안 학구열정을 쏟아냈다.

(사)국제의료봉사회 대표로 섬기면서 2015년 카이캄에서 목사안수를 받고 현재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라파플러스의원’을 개원해 ‘한센병 종식을 위한 사역’으로 지경을 넓히고 있지만 한센병 사역은 선교사역의 일부분이다.

그는 한센병 종식을 위한 매뉴얼 가동에 세계 모든 나라와 교회, 의료기관이 협력해달라는 요청을 담은 보고서를 오는 4월 UN인권위원회에 제출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선교를 꼭 어느 나라에 가야하고 헌금을 해야 한다는 등 치우친 측면이 있어요. 전 선교보고를 하며 모금운동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도’를 부탁하고 약속을 받습니다. 기도가 먼저고 기도를 통해 하나님께서 역사하시죠.”

현 목사는 최근 같은 지역에 위치한 오륜교회(김은호 목사)에서 사랑의 헌금 대상자로 선정돼 선교헌금 500만 원을 받았다. 다니엘 기도 회원으로 가입하라는 권유에 정한 시간에 기도를 함께 한 것이었다. 그는 이때 받은 헌금이 인도 바르구르 지역의 교회 및 병원건축 헌금에 유용했다며 앞으로 세계선교의 한 축으로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현 목사는 오륜교회 사례를 들어 기도운동이 계속되어야 할 당위성에 대한 주장을 담아 유엔보고서에 펼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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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바르구르 지역은 정부에서 하루 한 끼를 제공하는 빈민지역이다. 그곳에 낙후한 한센병 센터가 있고 빈민주민들의 삶은 생존에 급급한 수준이다. 주님의 사랑으로 환우들의 상처를 치료하면서, 하나님의 나라는 복음을 기초로 기도로 세워질 수 있고 한센병은 반드시 치료된다고 그는 믿는다.

하나님은 빠르게 역사를 이끌어가셨다. 치료받은 한센병 환자들에게 효과가 나타나자 마을은 난리가 났다. 같은 인도인도 직접 상처를 닦아주며 정성을 다하지 않았는데 웬 낯선 한국남자의 손길로 그들의 마음에 복음의 씨앗이 떨어졌다.

흐무러진 상처가 아물며 새 살이 돋아났고 하나님의 말씀을 덧바르자 심령에 소망을 갖게 된 것이다.

비로소 그들은 바나나 잎 아래서 비를 맞으며 드리던 예배장소의 필요성을 놓고 통성기도를 했고, 그 기도의 응답은 하나님께서 이루셨다. 현 목사는 “말만 하면 밥과 빵을 주는 것만으로는 복음전파를 할 수 없다. 그들이 하나님의 역사를 믿을 수 있도록 기도의 불을 붙여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제 바르구르 지역에는 200명 수용 가능한 교회건축이 완성되었고 새로 리모델링한 병원도 침대가 놓인 병상으로 탈바꿈해 현지인 의사를 원장으로 개원예배를 드리게 됐다.

“하나님의 나라는 예배와 기도여야 합니다. 무슬림, 힌두교, 불교였던 환우와 주민들이 대다수 스스로 개종하고 예배를 드리는 감격스러운 모습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오대양육대주 중대형교회를 위주로 선교박람회를 열고 싶습니다. 복음교육, 훈련, 지역개발 등 교회가 앞장서야 할 일이 많아서 사명을 함께 나누려 합니다.”

인도 바르구르 지역의 놀라운 마을개혁운동을 보고 인근마을 한센병 환우 65가정이 자기들도 변하게 해달라고 간청해 현 목사는 다음단계를 계획 중이다.

현 목사는 분당 모 교회 협동목사로도 사역하지만, ‘라파플러스의원’ 내에 있는 물댄 동산이 예배처이자 기도처다. ‘라파플러스의원’은 항암 환우들을 치료하고 케어하는 전문병원으로 아산병원 협력병원이다.

“지구촌에 한센병이 종식될 수 있을 때까지, 기도용사들의 중보기도와 종식된 나라들의 매뉴얼을 공유함으로써 선한 사마리아인을 양육하고 파송하는 것이 저의 선교목표입니다. 기도만이 모든 사역을 가능케 할 수 있습니다.”

(www.elmedinet.com/blog.naver.com/it_med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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