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의 방한에 긴장하는 교회

  • 입력 2014.07.31 15:28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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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의 한국 방문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혹시나 한국교회가 긴장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눈치가 엿보인다. 제 3자의입장에서 본다면 결코 긴장해야 할 만한이유가 없어 보이는데 무슨 소리냐고 말할는지 모르겠으나 당사자인 한국교회로서는 꼭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 이유는아무래도 교황의 방한이 가져올 파장이 결국에는 한국교회의 교세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 하는 우려 때문인 것 같다.아무래도 기독교의 오랜 정서상 단순한 감정을 넘어선 그 이상의 것이 작용하는 것 또한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가톨릭 수장의 한국 방문은 이미 1980년대에 두 차례나 있었으나 그 때와 지금은 상황이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이제는 누구나가 다 염려하듯이 지금 한국교회가위기에 직면했다고 보는 시점에서 교황의방한은 그만큼 부담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즉 교황의 방한이 가톨릭에 가져다 줄 유익이 어떠하겠느냐 하는 것보다도 개신교에 대한 국민적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는 점이 지금 한국교회로 하여금 허둥대게 하고 있는 듯싶다.

 

세계적으로도 그러하거니와 우리 국민들 사이에 교황의 인기는 이전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져 있다. 주지하다시피 지금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3월 즉위한 이래 장애인들의 발을 씻어주는 등 일찍이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행보와 더불어 낮고 천한 자리의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에서 가히 폭발적이라 할 만큼 그 인기가 대단히 높다. 따라서 이번의 방한으로 그가 많은 국민들의 관심 속에 아직도 선한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는 음성의 꽃동네 등을 방문하여 미사를 집전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우리 국민들의 신앙정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은 보나마나 한 사실이다.

 

문제는 왜 우리가 그토록 긴장해야 하느냐 하는 것과 굳이 남의 종교행사를 이래라 저래라 할 필요가 있겠느냐하는 것이다. 우리가 천주교의 행사를 숨죽이고 바라보고만 있어서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재를 뿌리는 언동을 하는 것은 오히려 스스로의 발등을 찍을 뿐이라는 점 또한 기억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우리가 바른 진리 안에 서 있고, 저들의 제도나 예전(禮典)이 비성경적이라 하더라도 세상의 사람들은 거기까지를 생각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라는 말이다.

 

조금은 늦은 감이 있음을 자책할 수밖에 없으나 이제라도 교회는 스스로 우리의 모습을 바르게 세워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비겁하게 앞서 가기 위해서 개 교회끼리 나서서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추태라든가 세상에 알려진 것처럼 교회가 비리의 온상이라는 인식을 지우는 자정(自淨)의 노력이 더 절실할 것으로 판단된다. 교황의 방한, 한국교회는 위기라 생각지 말고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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