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 홍준표 지지선언…교계는 “상관없는 일”

  • 입력 2017.05.02 15:31
  • 기자명 임경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민국 19대 대선 선거일을 며칠 앞둔 5월2일 기독자유당 후원회장 전광훈 목사가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홍준표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문제는 이와 관련한 광고에서 ‘기독자유당·범 기독교계는 홍준표 지지를 선언합니다’라고 표기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 내용이 확산되자 기독교계에서는 즉각 보도자료와 성명서를 내고 비판과 선 긋기에 나섰다.

논란이 된 부분은 “1200만 기독교인과 30만 목회자, 25만 장로님, 50만 선교가족 여러분. 기독자유당 등 범 기독교계는, 5.9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지지를 선언합니다. 기독자유당은 동성애·차별금지법 반대 등의 기독교 정책노선과 정체성에 부합한 국가안보와 사회정의 구현의 정책기조를 가진 후보를 찾아, 오랜 시간 제 정당과 대화 협의하여 왔습니다. 검증결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만이 동성애와 안보노선 등의 정책을 오롯이 수용하여, 언론방송을 통해 밝혀왔습니다. 따라서 역사적인 5.9 대선에서 기독자유당 등을 비롯한 기독교계는 자유한국당과 정책을 연대하고 홍준표 후보 지지를 선언합니다”라는 내용이다.

0.jpg
 

말미에는 초청단체로 기독자유당 당원,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연합, 한국교회장로총연합회,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 한국교회평신도단체협의회, 자유한국당 등을 나열해, 이들 단체가 모두 함께하는 것으로 비춰지기 십상이다.

내용만으로 보면 마치 범 기독교계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지지 선언을 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정작 기독교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보수 연합기관들도 즉각 관련성을 부인했다.

가장 먼저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정서영 목사, 이하 한교연)은 지난 1일 ‘범기독교계 특정후보 지지선언과 관련한 한국교회연합의 입장’을 발표하고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밝혔다.

한교연은 “한국교회연합은 본회와 아무런 사전 협의도 없이 본회 이름이 거명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본회는 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밝힌다”고 발표했다.

또한 “사회에 본이 되어야 할 기독교가 오히려 집단적으로 나서서 특정 정당,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행위가 아니다”라며 “이는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지도자가 선출될 수 있도록 기도하며 투표에 참여해야 할 1천만 기독교인들의 신앙 양심에 역행하는 일이며, 현실 정치에서 엄정 중립을 지켜야 할 기독교계가 금도를 벗어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본 한국교회연합은 민주주의 실현과 특히 대선 이후의 사회 안정을 바라는 온 국민들의 여망에 따라 그 어떠한 정치적 편중 논리도 단호히 배격하며, 한국교회 1천만 성도들이 각자의 신앙 양심에 비추어 하나님 앞에서 부끄러움이 없는 깨끗한 투표에 참여해 주기를 다시 한 번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도 2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기총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기총은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으며, 이와 관련한 보도는 사실이 아님을 밝힌다. 대선에서 국민들의 소중한 한 표, 한 표가 모여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지도자가 세워지게 되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아울러 “한국교회 1200만 성도들이 이번 대선에서 하나님 뜻에 합당한 지도자가 세워질 수 있도록 기도하기를 요청하며, 모두가 투표에 동참할 수 있기를 당부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은 2일 성명서를 통해 “범기독교라 말하지 말라”고 지적하고 “몇몇 목사들의 특정 대통령 후보 지지선언을 비판한다”고 밝혔다.

기윤실은 “‘범기독교’라 한다면 기독교 전체를 뜻한다 할 것이다. 그러나 지지 선언을 하는 것은 몇몇 목사들 개인일 뿐”이라며 “오히려 대다수의 개신교인은 기독교를 내세워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은 누구나 자신이 정치적 의사를 드러낼 자유가 있다. 그러나 진정한 종교인이라면 정치판에 끼어들어 특정인을 지지하기 보다는, 공정한 선거가 치러지도록 대외적으로 중립을 지키면서 다양한 의견을 가진 국민 모두를 보듬고 섬겨야 한다”면서 “이런 면에서 몇몇 목사들의 특정 대통령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기윤실은 “특정 대통령 후보를 공개 지지하려는 목사들에게 자제를 촉구한다. 아울러 공직선거법 제85조 3항에 따라 종교기관의 불법 선거 개입에 단호히 대처할 것임을 밝힌다”며 “언론에게는 일부의 행동에 ‘범기독교’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 것을 특별히 요청드린다”고 당부했다.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대표회장 신신묵 목사, 이하 기지협) 관계자도 이번 보도에 단체가 거론된데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라면서 “사전에 이에 관한 허락을 구하거나, 입장을 물어온 일도 없다. 더구나 기지협은 결코 특정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전광훈 목사가 소속된 예장 대신총회(총회장 이종승 목사)도 2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대신총회는 정치중립을 지킨다”면서 “최근 기독교계의 특정후보 지지 선언은 본 교단과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대신총회는 특정후보는 지지하지 않으며,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지도자, 기독교 가치관을 실현하는 지도자가 세워지도록 기도할 것”이라며 “기독교의 정치중립에 동참하며 교단에 속한 150만 성도 모두가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빠짐없이 참여하여 소중한 국민의 권리를 행사하시길 당부한다”고 전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