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대표회장 사퇴와 재선출…그 불편한 이면

  • 입력 2014.08.19 15:22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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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가 지난 12일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공식 사의를 표명했다.

이어 바로 다음 날인 13일 오후 6시경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여의도순복음) 관계자가 한기총 사무실을 찾아 이영훈 목사를 대표회장 후보자로 등록했다.

대표회장이 사의를 표명하고 9월2일 임시총회를 열어 차기 대표회장을 선출한다는 발표 이후 약 30시간 만에 후보로 등록하는 신속함을 보였다. 애초에 후보 등록은 14일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무슨 이유인지 13일 오후에 이영훈 목사가 ‘오늘’ 등록하라고 재촉하여 긴급하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기총은 16일 후보접수를 마감했고, 이영훈 목사 외에는 등록자가 없어 사실상 다음달 2일로 예정된 임시총회에서는 추대 형식으로 대표회장 선출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12일 사의 표명 이후 16일 마감까지의 시간은 4일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15일은 광복절로 휴일이었고, 16일은 토요일이었다. 사실상 후보등록을 할 수 있는 날짜는 13일과 14일 이틀뿐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한기총 대표회장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소속교단 임원회 혹은 실행위원회를 통해 ‘추천’을 받아야만 가능하다.

취재 결과 기하성 여의도 총회는 12일 이후 단 한 차례도 임원회나 실행위원회를 가진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홍 대표회장이 사의를 표명했던 12일 이전에 교단에서 추천이 이뤄졌다는 결론이다.

실제로 기하성 여의도 총회는 지난 9일 임원회를 가진 바 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날 임원회에서 이영훈 총회장이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로 추대됐다고 한다.

현 한기총 부회장인 모 목사가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 등 연합기구 개혁을 위해 이영훈 목사의 출마 안을 제시했고, 이것이 통과됐다는 것이다.

반면 12일 발표되어 16일 마감된 대표회장 후보등록이 사실상 불특정 다수의 ‘예비후보’들에게는 알고도 등록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됐을 것이란 후문이다.

15~16일 연휴가 끼인 상태에서 임원회 또는 실행위원회를 긴급하게 소집하는 것도 무리가 있거니와 후보등록비 1억 원을 하루 이틀 사이에 마련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영훈 목사의 이번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 등록은 그 과정에 있어 홍재철 대표회장과의 ‘후임자 지명’에 의한 ‘모종의 밀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강하게 받고 있다.

이영훈 목사는 이번 출마의 목적이 연합기관을 개혁하고 한교연과의 통합을 이루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작부터 이처럼 ‘밀실정치’ 내지는 ‘짜고 치는 고스톱’을 연출한다면 그 진정성에 있어 인정받을 수 있을지, 한기총의 회원교단들과 한교연은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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