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선거 지각변동은 현재 진행중

  • 입력 2017.08.18 23:47
  • 기자명 임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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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판세 중반으로 가면서 판이하게 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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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그 어느 때보다 짧은 임기가 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제23대 대표회장에 세 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과거 길자연 목사, 홍재철 목사, 이영훈 목사 등 이슈를 몰고 다녔던 인물들을 잇는 새로운 한기총 대표회장이 누가 될 것인가에 교계의 모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법원이 곽종훈 변호사를 대표회장 직무대행에 선임하고 임시총회 개최로 방향이 잡힌 후, 이영훈 목사가 사의를 표명했던 일련의 기간 동안 교계 정치의 중심인 ‘종로5가’에서는 “인물이 없다”는 탄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왔던 것이 사실이다. 대표회장 ‘후보감’으로 선뜻 떠오르는 굵직한 인물이 없었다는 것.

이러한 분위기 속에 출마한 엄기호 목사(기하성여의도순복음)와 서대천 목사(글로벌선교회), 김노아 목사(예장성서)라는 라인업은 초반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엄기호 목사는 직전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의 교단 소속 인물이라는 점이 일정 부분 심리적인 장벽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외면하기 어렵다.

서대천 목사는 말 그대로 ‘뜬금포’였다. 그동안 교계 정치판에서 보이지 않던 사람이 아무런 지지 기반도 없이 나섰다는 점이 많은 이들에게 의아함과 호기심을 안겼다.

김노아 목사는 초반엔 지난 선거에서 ‘억울하게 후보 자격을 박탈당했다’는 일부 동정론과 대표회장을 향한 남다른 욕심을 보여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후보등록이 완료되고, 정책발표회를 통과해 각 후보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선거 판세가 크게 흔들리는 분위기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반전을 이룬 후보는 서대천 목사인 것으로 보여진다. 후보 등록 당시만 해도 많은 이들에게 시쳇말로 ‘듣보잡’이었던 서 목사가 ‘SDC 인터내셔널 스쿨’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기독교 교육계에서 ‘스타’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더욱이 예장합동측 목회자인 만큼 한기총이 추구하는 보수라는 가치에 부합하는 소견과 발언들로 긍정적인 평가가 더해지고 있다.

특히 “한기총은 한국기독교의 머릿돌이 되어야 한다”던가 “명실상부 대한민국 기독교 대표기관의 위상을 되찾도록 하겠다”, “세계 기독교의 모델이 될 한국기독교의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겠다”는 등의 소견 내용은 마치 노련한 정치가의 발언을 보는 듯 익숙함을 안겨줬다.

나아가 “작은 교단을 희생시키면서 대형교단의 통합은 절대 이뤄질 수 없다”라던가, “회원 하나 하나의 목소리를 경청해서 통합을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등의 발언은 이영훈 대표회장 시절 소외되며 서운한 감정을 갖고 있던 군소교단 총대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을 만 했다.

뿐만 아니라 표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한기총에 인맥이 없다’는 지적에도 “아무와도 이권에 개입되지 않아서 모두에게 사심없이 협력을 요청하고 함께 일하는 한기총을 만들 수 있는 적임자”라고 뒤집음으로써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시도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정책에 있어서도 ‘서울시와 협의하여 청계천에서 5일간 크리스마스 페스티벌을 개최함으로써 성탄절이 향락적으로 흐르는 것을 견제하고 참된 성탄절의 의미를 알리겠다’는 것과 ‘동성애를 막아내기 위해 국회의원 테스크포스팀을 만들겠다’를 비롯해 대각성 구국기도회 개최, 대한민국 사랑회복운동 전개 등 임기 4개월 동안 실현 가능할 만한 비전들을 제시해 ‘실속’이라는 이미지를 선보였다.

다음으로 엄기호 목사는 앞서 제25회 정기총회에서 홍재철 목사와 함께 대표회장 후보에 출마해 고배를 마셨던 경험이 있다. 이러한 아픈 기억은 이번 선거전에서 엄기호 목사에게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의 일부분인 것으로 보여진다.

세 후보 가운데 그 누구보다도 한기총에 오랫동안 몸 담으며 연합운동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왔고, 가장 많은 경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엄 목사는 연합기관 통합문제에 있어 다른 후보와는 달리 ‘내부 결속’을 우선 과제로 삼는 정확한 현실 인식을 보여줬다. 그는 “내부의 결속이 없이는 절대로 통합은 힘들다. 먼저 내부 결속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 시도는 수 차례 이어져 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하나 되지 못하고 각기 다른 주장을 고집하는 내부자들로 인해 번번히 무산됐던 것이 사실이다. 엄 목사는 이처럼 연합기관 통합은 외부로부터의 문제가 아니라 내부로부터의 문제가 우선임을 경험과 연륜을 통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소견을 발표함에 있어서도 표를 얻기 위해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기보다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말에 대한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며 “한기총이 든든히 서서 통합을 이루기 위한 토대만 잡겠다”는 그의 단순명료한 발언은 진중한 이미지를 배가시켰다.

정책에 있어서 엄 목사는 대정부와 대사회적 사명 감당을 중요하게 피력하면서도 “더 이상의 소모적인 비판과 논쟁과 소송을 지양하고,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자정노력으로 말미암아, 상실한 교회의 영광을 되찾고 교회다움을 회복해나가는 일이 그 어떤 무수한 사업계획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밝혀 ‘무엇이 중한지’ 방점을 찍었다.

김노아 목사는 짧은 시간 동안 가장 심한 굴곡을 드러낸 후보로 평가되고 있다. 다른 후보와는 달리 초반에 스포트라이트를 가장 많이 받은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당 부분 명확히 공개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후보 등록 이전부터 출신 신학교와 목사안수를 받은 교단, 함께 수학한 동기들을 밝혀달라는 요구가 제기됐고, 김 목사는 여기에 명확하고 적절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일부 김 목사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들 속에서도 “답답하게... 그걸 그냥 밝히면 되지. 왜 말을 못하나”라는 안타까운 불만들이 터져나올 정도였다. 결국 정견발표회에 이르기까지도 ‘박복경 목사로부터 안수를 받았다’는 것만 밝혔을 뿐 나머지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또한 김 목사 주변을 계속해서 맴도는 ‘선거관리규정 위반’ 의혹들이 그를 점점 힘들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7월26일 본인의 교회에서 행사를 열어 한기총 총대들을 순서자로 초청한 것과 8월14일 세광중앙교회에서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이 담긴 기자회견이 열렸다는 것이 선거법 위반이 아니냐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게다가 김노아 목사가 오래 전부터 ‘성탄절은 4월’이라는 주장을 해왔다는 사실이 여러 문서와 증거자료를 통해 최근에 새롭게 밝혀지면서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는 총대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한기총 회관 건립을 위해 재단법인을 설립하여 30억 자산을 확보하겠다는 공약과 신천지를 완전히 척결하겠다는 정책을 대표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김 목사지만 그보다 먼저 본인을 둘러싼 안개들부터 걷어내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는 것이 일부 총대들의 고언이다.

이번 선거에 나서면서 담백하게 4개월 임기만 채우고 물러나려는 후보는 없을 것으로 사료된다. 한기총 정관은 대표회장 1년 임기에 1회 연임이 가능함을 보장하고 있어, 모두가 실제로는 16개월짜리 임기를 바라보고 등록비 1억5000만원씩을 납부한 것 아니겠느냐는 것이 중론이다.

어찌됐건 이제 한기총 선거는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진보 성향의 NCCK가 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 한교연과 한교총은 한기연을 창립시켰다. 불안정한 지금의 연합운동에 있어 균형을 잡아줄 한기총의 대표회장이 누가 될 것이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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