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 입력 2018.02.23 11:13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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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한국 교회 연합기관의 우려스런 행보에 가뜩이나 마음을 졸여야 했던 터인데, 기어이 대표회장 선거 자리에서그것이 현실로 나타나 심히도 마음 아파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권한대행 겸 임시의장 김창수, 이하 한기총)의 제24대 대표회장 선거는 끝내 파열음을 내고 말았다. 우리가 한기총의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마음 아파하는 주된 이유는 그간의 공과(功過)를 말하기에 앞서 결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우리나라 기독교를 대변하는 입장에 서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물론 진작부터 내부적으로 삐걱거리는 파열음이 적지 않게 들려오기는 했으되 그런 와중에도 한기총의 위상을 다시 세워보겠다는 충정으로 물심양면 관심을 쏟아온 여러 교계 인사들의 노력에 실낱같은 기대나마 걸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지나오는 가운데 특별히 이번에 더욱 실망을 금할 수 없는 것은 가장 순수하고 은혜가 넘치는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치러져야 할 대표회장 선거가 단순한 파행이 아니라 세상 법정에 그 운명(?)을 내 맡겨야 했다는 점에서이다. 선거 절차에 불만을 가진 한 후보가 낸 선거실시금지가처분도 문제이려니와 기어코 세상 법정으로 가져가야 할 만큼 한국 교회가 덜 성숙했다는 점은 참으로 마음 아프기 그지없다. 하나님 나라의 일이 세상의 법정으로 갔다 함은 하나님의 자녀들이하나님을 조롱하는 자들이 대부분이라 할 수 있는 세상 법관들 앞에서 웃음거리가 되어 그들의 훈계를 듣고, 그들의 처분을 기다린다는 것은 그야말로 자존심 상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황차 근자에 증경 대표회장들이 발표한 이른바 ‘공동합의문’은 한껏 세상의 비웃음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모두 7인의 증경 대표회장들 이름으로 서명하고 발표한 공동합의문에는 나름 이번선거 파행을 수습하기 위한 몇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 공동합의문에 관해 합의 대상자인 임시의장과 선거관리위원장이 ‘그런 합의를 한 바 없다.’고 밝혔다 하니 세인들 앞에 이런 웃음거리가 또 있을까 싶다. 이에 관한 진위를 두고 또 설전과 비방이 난무하게 될 것 같아 마음이 더 쓰인다. 지금까지 한국 교회를 대표하던 자리에서 그 위상이 점점 추락해 가는 한기총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정말 아픈 마음으로 이를 바라보지 않을 수 없다. 교회가 진정 하나님의 주권과 권능을 믿을진대 지금이라도 가증스런 욕망을 내려놓는 일을 먼저 서둘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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