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교회는 문제가 없는가?

  • 입력 2018.03.02 11:50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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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대한민국에는 미투운동(#MeToo)의 회오리가 만만치 않다. 이는 ‘나도 당했다.’는 의미의 신조어로서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그러나 정작 수면 아래 감추어 두고 있어야 했던 성폭력에 관한 추한모습을 세상에 드러내어 해결해보자는 운동으로 보인다. ‘진작에 터졌어야 할 것이 이제야 터졌다.’는 만시지탄도 있으나 결코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오랜 세월 한국 사회를 지배해온 남성우월의 후진적 의식구조를 부수는 변화의 바람이 인 것이 그리 오래지 않았으나, 분명 지금은 다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혹은 을(乙)이라는 극히 하찮은 신분적 차이 때문에 짓밟히거나 모욕을 당해야 했던 성적(性的) 피해와 관련한 폭로, 그것은 가히 혁명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선은 가까운 노동의 현장으로부터 문화 연예계를 비롯하여 교육계와 화단(壇) 등 사회 각계각층에 두루 번진 미투의 대열을 보는 우리들로서는 설마 했던 곳에서조차 터져 나오고 있어 놀란 입을 미처 다물 수가 없다. 더욱이 놀라운 사실은 근자에 노벨 문학상 후보의 반열에까지 올랐던 현대 한국 사회 지성의 중심에 선 문학계 원로조차 그 추한 행적이 밝혀져 대다수국민들의 정서에 못질을 한 듯싶다. 심지어는 우리 사회의 정의를 대변하고 세워 가야할 검찰조직조차 생채기가 적지 않을 듯하여 안타까움을 더한다.

그러니 여타의 공직사회 또한 언제 불똥이 날아올지 몰라 전전 긍긍하고 있다는 소식 역시 거짓말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최근 소식에 의하면 천주교의 어느 교구에서 한 사제(司祭)와 여성도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가 알려지면서 발 빠르게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나, 이를 계기로 세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미투’가 종교계 전체로 확산될 조짐을 보인다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때에 우리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지금 한국교회는 과연 일말의 거리낌 없이 떳떳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심히도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간 교회에서도 주로 목회자와 여성도 사이에 적지 않은 허물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제는 애써 감추기에만 급급하다거나 거짓이나 변명으로 이를 덮으려고만 하지 말고, 일시적인 아픔을 각오하고 교회와 세상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징계나 처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상응한 징계와 처벌도 주님 안에서의 질서를 세우기 위함이며 뒤에는 반드시 따뜻한 사랑과 포용이 뒤따라야 함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7~8년 전, 서울의 모 교회담임목사가 교회 내의 나이 젊은 자매들 여러 명을 성추행했다는 소문이 알려지면서 대한민국 교회가 온통 세상 사람들로부터 온갖 수모와 욕을 먹고도 정작 ‘설교권2개월 정지’라는 면죄부에 가까운 징계를 내려 온통 뭇매를 맞아야 했던 일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황차 대학가에서 청년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오던 목사였기에 더욱 청년들이 감당해야 했을 마음의 상처가 적지 않았을 것임에도 더 이상의 징계는 없었을 뿐 아니라 교회는 오히려 그에게 전별금까지 쥐어주는 은전(?)을 베풀어 청년들로부터 더 큰 실망감에 빠지게 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이처럼 교회 내의 이러저러한 성추문에 있어 이를 대처하거나 처리하는 태도에 있다고 본다. 당회건 상급기관이건 막론하고 교회 내의 성(性)과 관련한 폭력행위에 있어 대부분이 가해자와 혹은 그 주변 사람들의 힘과 위세에 의해 덮어지기 일쑤라는 점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거의 모든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강압적이거나 비열한 방법에 의해 강제로 당했으면서도 가해자 측의 협박과 공갈에 숨죽이며 살아야 했을 것을 미루어 짐작하고 이를 품어주어야 할 것이다.한국교회, 아직은 자신의 주어진 자리에서 묵묵히 그리고 성실히 주어진 사명을감당하기에 여념이 없는 착한 목회자들이절대다수이다. 교회는 여전히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소망이 있고 그 미래 또한 양양(揚揚)하다. 따라서 상처를 도려내는 아픔이 잠시 동안은 우리에게 고통을 줄지라도 차제에 결단할 것은 결단을 내리는 것이 현명하리라고 본다. 사울이 바울 되는 것보다 바울이 바울 되는 것이 더 힘이 들고 어려웠던 것만큼이나 교회가 교회 되는 것이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그리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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